지난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G 중저가 요금제 신설안을 ‘우수 국민제안’으로 선정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 등이 발표되진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통신업계와 통신사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5G통신 요금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 ‘5G요금이 비싸다’는 국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5G요금제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다. 이에 차기 정부의 통신정책 방향에 통신 서비스 이용자들과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인수위, 우수 국민제안에 ‘5G 중저가 요금출시’ 채택… 5G가격 내리나

지난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5G 중저가 요금제 신설안을 ‘우수 국민제안’으로 선정했다. 우수 국민제안은 국민이 제안한 수만여 건의 의견들 중 정책 반영에 검토할 만한 20개를 선정한 것이다. 우수제안에 채택된 의견은 인수위 전문위원들의 검토가 이뤄져 정책에 실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우수 국민제안으로 선정된 5G중저가 요금제 신설안 제안자는 “대부분의 5G 요금제는 8~9만원대 100GB 이상의 고가격·고용량 요금제로 형성돼 있다”며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이용자들의 데이터 평균 사용량에 맞는 5G 중간 요금제를 활성화 해달라”고 요청했다.

5G요금의 가격 논란은 5G서비스가 처음 출시된 2019년 4월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받는 문제점이다. 바로 이전 통신 서비스인 LTE에 비해 큰 품질 차이를 느낄 수도 없는데 7~8만원대의 비싼 요금제가 대부분인 5G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일 한국소비자연맹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69.5%가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현재 5G요금제를 만족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8.7%에 불과했다. ‘LTE로 전환할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 5G이용자 66.1%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5G 요금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49.8%로 가장 많았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5G데이터 사용량은 평균 31.1GB로, 5G요금제가 제공하는 평균 데이터 제공량인 60.9GB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즉, 5G를 이용하는 소비자 대부분이 사용하지도 않는 약 30GB의 데이터 때문에 두 배 가까이 많은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5G서비스가 불안정하게 시작해 상용화 3년이 됐지만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이 100GB부터 무제한 등 고가요금제 위주로 설계돼 있다”며 “통신3사는 고가요금제에 실질적 혜택을 몰아주고 있어 소비자가 사용량보다 데이터 제공량이 훨씬 많은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동통신사에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소비자들의 실제 사용량에 맞는 중저가 요금제를 도입하고 다양한 구간별 요금제 출시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통신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5G요금 인하 및 중저가 요금제 출시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5G요금 인하나 중저가 요금제 출시 관련 정책이 발표된다 하더라도, 통신사 주가나 실적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사위크DB

◇ 통신사 “아직 정보 부족해 입장 애매”… 증권가 “부정적 영향 있겠지만 크진 않을 것”

통신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5G요금 인하 및 중저가 요금제 출시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입장이다. 마케팅 비용, 망 개설 및 기지국 건설 비용 등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통신사들의 이동통신부문 중심 사업을 차지하는 5G의 요금을 당장 인하할 경우,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동통신사 측은 일단 말을 아끼는 입장이다. 아직 인수위에서 5G요금 인하, 혹은 중저가 요금제 출시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 방안은 발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인수위의 ICT 및 통신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인포(Information 정보)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 판단하긴 어렵다”며 “차후 5G중저가 요금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 정보가 나올 때까진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증권가 전문가들 역시 만약 5G요금 인하나 중저가 요금제 출시 관련 정책이 발표된다 하더라도, 통신사 주가나 실적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는 어차피 차후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뿐더러 아직 구체적 정책 방안 등이 발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27일 리포트를 통해 “국민제안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에는 소폭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10GB 이후로 추정되는 5만5,000원 이하 요금제 신설보다는 15GB~100GB를 커버할 수 있는 중저가 요금제 신설이 좀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5G 보급률 둔화가 시작됐기에, 중저가 요금제는 통신사업자들도 만지작거리던 카드 중 하나였다. 따라서 새로운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일정 수준 부정적 영향은 있겠으나, 2017년 당시처럼 이익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주 큰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언론 기사들의 제목 자극성, 최근 통신주의 아웃퍼폼 등을 고려할 때 투자 심리에는 분명히 악영향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언급된 사안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돼 주가의 하락 폭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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