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지난 해 1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지난해 2월. 양부모의 잔혹한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국회를 움직였다. 발의된 법안만 수십 개. 국회는 이 법안들의 통합·조정을 거쳐 아동 학대 범죄 가해자의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보다 앞선 1월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될 경우 수사기관이 의무 수사에 나서게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 같은 정인이법 개정에 힘을 써온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 인터뷰에서 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무차별적인 학대를 가해 큰 고통을 심어주고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더 큰 관심과 사랑을 주어도 부족한 아이들이 제2, 제3의 정인이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1월 정인이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자 미취학아동 및 장애아동에 대한 범죄를 가중 처벌하자는 ‘아동학대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당시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며 “2019년 기준 최근 5년간 아동 인구수는 매년 줄어드는 반면 아동학대율은 2015년 0.11%에서 매년 증가해 2019년에는 0.28%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법안은 다른 법안들과 조정을 통해 ‘정인이법’으로 탄생했다. 아동학대살해죄를 신설해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피해 아동의 수사·재판 시 국선변호사 및 국선보조인을 의무로 두는 조항과 아동학대 신고자 및 증인의 신변안전 규정도 마련했다.

부모의 체벌을 정당화 해온 ‘친권자 징계권’을 뺀 민법 개정도 정인이법의 한 축이다. 이 의원은 결과적으로 아동 학대 범죄는 이러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중점을 뒀다. 그는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른들의 지시대로 움직여야 하는 존재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명확한 진리를 잘못 알고 있는 부모들과 어른들이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며 “(아동학대는) 심각한 잘못이며 범죄라는 것을 사회에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 “정인이법, 아동학대 먼 일 아님을 알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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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를 수 있고 우리 아동들의 삶을 지켜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법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원욱 의원실 제공

법안을 제정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의원은 “(법안 마련을 위해) 실제 아동학대 사례를 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그런 학대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누군가는 방조하고 결국 아동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지 마음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비극적 사건이 발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의원은 정인이법의 의미를 발견했다. 그는 “아동학대에 많은 국민이 공분하고 멀리 있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는 또 다른 아동 학대 범죄를 막아낼 수 있는 초석이 될 거라는 믿음도 존재한다. 그는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를 수 있고 우리 아동들의 삶을 지켜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보이는데 법 개정 이후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늘어났다”며 “현장에서 즉각 분리조치 등이 이뤄지면서 위급한 상황에 놓였던 아동들이 보호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 “근원적 문제 해소 위한 노력 필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다. 정인이법이 탄생한 이후에도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리기도 했다. 당장 이를 수행할 행정력은 물론이거니와 법이 가진 ‘허점’에 대한 비판도 일었다. 

이 의원은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비판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했다. 다만 그는 “지금 법이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당장 어떤 개정안이 필요하기 보다는 가해자에 대한 고도의 분석, 사회 전반적인 양육 환경에 대한 개선, 양육자에 대한 교육 등 근원적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구성원들의 각각의 역할도 주문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노력과 투철한 신고 등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아동학대는 일방적인 폭력이고 명백한 범죄”라며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차원에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아동 인권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이를 바탕으로 법률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 의원은 “시대가 바뀜에 따라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관습적으로 해오던 행위에 아동 인권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있는지를 살피고 법률로서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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