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애플TV+​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Pachinko’로 전 세계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김민하. /애플TV+​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무서운 신예가 등장했다. 신선한 마스크와 탄탄한 연기력, 탁월한 캐릭터 해석과 소화력은 물론, 압도적인 화면 장악력까지.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Pachinko’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입증한 배우 김민하의 이야기다. 

김민하는 2016년 웹드라마 ‘두여자 시즌2’로 데뷔한 뒤, 드라마 ‘학교 2017’ ‘검법남녀’, 넷플릭스 영화 ‘콜’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실력을 쌓아왔다. 특히 영화 ‘봄이가도’에서 상처를 지닌 아빠를 다독이는 고등학생 현정 역을 맡아 생기 가득한 모습부터 애틋한 감수성까지 섬세하게 담아내 주목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공개된 ‘파친코’를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파친코’에서 김민하는 3~4개월에 걸친 긴 오디션 과정 끝에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젊은 시절 선자 역을 따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극을 이끈 김민하. /애플TV+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극을 이끈 김민하. /애플TV+

앞서 코고나다 감독은 오디션 당시 김민하를 떠올리며 “우리 모두 감탄했다”며 “감정 연기가 남달랐다. 오디션 영상을 보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김민하의 연기는 정말이지 진짜 같았다. 탄탄한 경력을 지닌 동료 배우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고 극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민하는 코고나다 감독의 믿음에 완벽히 화답했다. 한수(이민호 분)와의 예기치 못한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선자의 순수하면서도 당찬 면모부터 갑작스럽게 겪게 되는 변화 속 혼란스러운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사투리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몰입도 높은 열연으로 극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주연 배우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 만난 김민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주연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소감부터 오디션 과정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강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꼈다”며 ‘파친코’ 그리고 선자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김민하가 ‘파친코’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김민하가 ‘파친코’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길고 긴 오디션 과정 끝에 선자 배역을 따냈다. 어떤 여정이었나. 
“물론 고되기도 했는데, 얻은 게 더 많았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오디션 방식이었고 그 과정에서 신선한 충격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도 있었다. 정말 많이 얻고 배운 오디션 과정이었다.”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고 어땠나. 글로벌 대작 주연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 들었을 때 정말 기뻤는데, 오디션을 3~4개월 동안 진행하다 보니 덤덤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 소식 전달해 준 분이 ‘왜 안 기뻐하냐’고 그러기도 했다. 사실 정말 기뻤다. 부담감도 있었다. 촬영 초반 갑자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선자가 아니면 어떡하지, 기대하는 분들을 실망시키면 어떻게 하지’ 그런 걱정이 몰려온 날도 있었다. 그냥 나를 믿고, 나를 뽑아준 분들과 같이 호흡한 배우들을 믿으려고 노력하며 촬영에 임했다.” 

-전 세계에 우리 민족의 아픔을 연기로 알리게 된 것에 대한 소감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사건보다는 조금 더 인간적인 모습에 포커스를 뒀다. 그 속에서 모든 여성과 엄마, 그리고 그들의 강인함을 대변하게 돼서 강한 책임감을 느꼈고, 정말 열심히 해서 잘 전달하고 싶었다. 자부심도 굉장히 컸다. 선자뿐 아니라 각 인물들의 이야기와 그들만의 역사가 모여 세월이 되고 한 시대가 되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며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는 것도 기쁘다. 언제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배우가 해석한 선자는 어떤 인물이었나. 
“대본과 원작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것 같다. 현명하고 융통성 있고, 어떨 때 보면 소녀 같고 나약하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강하고 자신과 가족도 보호할 줄 아는 인물로 생각했다.”

‘파친코’에서 젊은 선자를 연기한 김민하(오른쪽). /사람엔터테인먼트
‘파친코’에서 젊은 선자를 연기한 김민하(오른쪽). /애플TV+

-사투리 연기나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 속 선자를 연기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   
“사투리 정말 힘들었다. 사투리에 신경 쓰다 보면 감정적인 부분을 놓칠 수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사투리 선생님이 계속 코칭을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부산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대화를 사투리로 나누기도 하고 그랬다. 선자 자체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시대상을 담아내는 게 어렵기보다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엄마의 마음을 헤아린다든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내가 아예 짐작할 수도 없는 것들을 헤아리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할머니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교과서나 TV에서는 볼 수 없는, 할머니가 진짜 겪으셨던 일들을 많이 이야기해 주셨다. 선자의 나이가 그 당시에도 어린 나이였는지, 이 나이에 결혼하면 늦은 거였는지, 연애를 한다는 건 특별한 일이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했던 것 같다. 할머니가 ‘누가 얼굴을 보고 결혼하느냐’고 이야기해 주시기도 했다. 또 흰쌀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잘 알려주셨다. 할머니가 직접 겪은 그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정리가 자연스럽게 됐다.”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Pachinko’로 전 세계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김민하. /사람엔터테인먼트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김민하. /사람엔터테인먼트

-엄마 양진과 선자의 관계도 공감대를 자극했다. 양진을 연기한 정인지와의 호흡은 어땠나. 
“나 역시 가장 공감한 부분이 선자와 양진의 관계다. 그 안에서 나오는 두 사람의 교감이 크게 와닿았다. 정인지 배우와 호흡할 때 서로 정말 많은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말하지 않아도. 준비해 가지 않았는데도,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는 것들이 뿜어져 나왔다. 그래서 보는 분들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을까 싶다.”

-윤여정과 함께 나오는 장면은 없지만, 같은 인물을 연기했다. 어떤 의미였나.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긴 했지만, 같은 선자를 연기할 때 본능적으로 어떤 부분이 연결돼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런 부분에서 정말 특별하고 영광스러웠다. 너무 좋았다.”

-시청자들에게 ‘파친코’가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나. 
“원작을 봤을 때도, 대본을 읽으면서도, 촬영을 할 때도, 편집본을 보고 나서도 ‘파친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작품 안에 내재된 이야기를 접하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대중들도 ‘파친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공감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앞서 많은 것을 배우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어떤 배움을 얻었고, 어떤 지점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나. ‘파친코’가 배우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았나.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대한 거다. 전에는 단순히 귀로 들었다면, 이 작품을 통해 마음으로 듣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나 역시 엄청 놀란 부분이다.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는 것은 선자와 나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에게 많은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나였다면 어땠을까, 선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고 더 깊게 알아갈 수 있었다.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파친코’를 하면서 나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확신이 생기고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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