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새로 마련된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새로 마련된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윤석열 시대가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0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군 통수권을 이양 받았고, 오전 11시 국회 앞마당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내각 출범은 요원하다. 당초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과 동시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돼 내각도 출범할 것으로 계획했으나, 한 후보자의 인준안 표결은 기약이 없고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낙마하면서 내각 구성 일정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18명의 국무위원 전부가 임명되는 윤석열 정부 내각 ‘완전체’의 출범 전 차관 내각 체제에 나섰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은 1기 내각의 15개 부처 20개 차관급 인선을 발표하고 “취임 즉시 관련 내용에 서명하고 발령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취임식을 마친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첫 업무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결재했다.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 통과할 가능성은 낮지만, 한 후보자를 초대 총리로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 19명 중 8명 ‘부적격’ 판단… 반쪽 내각 출범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 발목 잡기’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8명의 후보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 7명뿐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은 11~12일 양일간 청문회가 예정돼 있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김인철 후보자의 낙마 후 새 후보자가 지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한동안 공석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박보균·박진·원희롱·이상민·정호영 후보자 등 5명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바 있다. 국회가 재송부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들을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다.

이에 김부겸 현 총리가 11일 임기를 마치고 12일 사임하기 전 추경호 부총리 임명을 제청하면 당분간 추경호 총리 권한 대행 체제로 내각이 운영된다. 추 후보자가 총리 권한대행 자격으로 국무위원 제청권을 갖게 되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들의 임명 강행이 시작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총리와 18개 부처 장관 등 19명의 내각 중 추 후보자를 포함해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7명, 그리고 제청권으로 임명 강행이 가능한 5명 등 12명만이 자리를 채운 상태로 1기 내각이 출범하게 되고, 문재인 정부의 비정치인 출신 장관들 일부가 국무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총리를 빼고 장관이 적어도 15명은 참석해야 국무회의에서 안건 의결이 가능해 문재인 정부 출신 장관들이 윤석열 정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다만, 추 부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이 된 5명 모두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아빠 찬스’ 논란이 불식되지 않은 정호영 후보자가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반발로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 내각 구성 반도 못해 우려

각 부처 장관이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이명박 대통령부터 정부 출범과 내각 완성 시기에 차이가 생겼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취임 17일 만에 내각 구성이 완료됐고, 박근혜 정부는 51일 만에 내각 구성이 완료됐다.

이 전 대통령 때는 김성이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외국 국적 자녀의 건강보험 이용 의혹으로 임명이 늦어졌고, 박 전 대통령 때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신설이 논란이 되면서 해당 부처 장관의 임명이 늦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탄핵 정국 뒤 인수위원회가 없는 시기기도 했지만, 병역면탈·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비위의 고위공직 배제 원칙을 세우면서 장관급 인선이 길어졌다. 당시 세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문 정부의 1기 내각 완성까지는 195일이 소요됐다.

이와 같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내각 구성 완료까지 긴 시일이 걸렸지만, 인수위가 없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인수위에서 준비할 시기가 충분했음에도 대통령 취임까지 내각이 반도 구성되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초래됐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남북관계, 외교·안보 문제도 시급하고, 부동산 정상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완전체 내각을 이루지 못하면서 국정 공백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앞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청와대 개방, 집무실 용산 이전과 동시에 총리와 장관의 자율성 확대를 공약했다. 이 자리들이 공석이 되면서 초반부터 공약을 시행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새 정부의 코로나19 소상공인 손실보상 공약이 ‘일괄 지급’에서 ‘차등 지급’으로 후퇴했지만 적은 보상책이라도 시행하기 위해서는 오는 12일 2차 추가경정예산안 의결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