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두고 깊은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국정 안정을 위해선 빠른 임명이 필요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높은 만큼 선뜻 이를 강행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두고 깊은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국정 안정을 위해선 빠른 임명이 필요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높은 만큼 선뜻 이를 강행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임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새 정부의 안정적인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장관 임명을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당장 ‘마이웨이 인선’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분위기를 주시하는 모양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 후보자를 둘러싼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임명을 재가했다. 이미 인사청문 보고서 재송부 시한이 끝난 만큼 이들의 임명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그간 이들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검토해보겠다”며 이러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이번 임명 대상에서 빠졌다. 18개 부처 중 김인철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한 교육부 장관 자리를 빼면 사실상 정 후보자 혼자만 아직까지 임명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정 후보자의 경우 이미 지난 9일 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도 끝난 상태다. 윤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에 대해 조금 더 지켜보자는 기류가 역력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16일) MBN ‘판도라’에 출연해 “지금 시점에서는 추가적 낙마를 하는 것도 정권 출범에 있어서 위험 요소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적 평가가 엇갈린다”며 “여론의 추이를 봐서 결정할 문제”라고 여지를 뒀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 장관 업무의 ‘특수성’은 이러한 분위기를 지탱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하는 시점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의 ‘장기간 공석’이 국정 운영에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대표는 “코로나 시국에 있어서 보건복지부 차관은 의료 전문성이 반영되지 않은 인사”라며 “질병관리 컨트롤 타워로 의료인 전문성을 가진 분이 이번에 낙마한다면 장관을 다시 임명할 때까지 한두 달 시간이 걸릴 것인데 그런 부분도 대통령이 감안하시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부적합 여론’에 깊어지는 고심

국정 안정화라는 ‘목표’가 있지만, 문제는 여론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임명을 ‘적합하다’고 답한 비율은 24%에 그쳤다.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은 45%였다. 부정 여론이 더 높은 것이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당장 여론을 역행해야 한다는 점은 윤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공세도 매섭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고리로 이미 ‘국민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적 심판에서 결격 사유가 이미 판정이 났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그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정 후보자에 대해선 ‘절대 불가’를 외쳐왔음에도 불구하고 한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것 역시 정 후보자 임명의 부담감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민주당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정 후보자의 임명까지 강행할 경우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당내 일각에서는 정 후보자에 대한 ‘자진 사퇴’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참 눈치 없는 사람”이라며 “이 정도면 본인이 그만둬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정 후보자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정 후보자가 직접 거취의 문제를 결정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고문은 “본인이 그만두든지 안 되면 청와대에서 미안하지만 도저히 정국을 위해서 안 되겠다, 사퇴해라 이렇게 해야 한다”며 “여당이 먼저 협치의 카드를 내밀고 그리고 야당이 그걸 받아주고 이렇게 해야 안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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