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세, 보석·명품·도박·골프장 등에 부과… 사치세 인식 팽배
기재부 “차·유류 개소세, 도로이용·환경부담금 포함”… 교통세·주행세는 별도 부과
자동차 개소세 의미 퇴색… 한국경제연구원, 개소세 개편 필요성 꾸준히 지적

자동차보험료는 사고 발생 횟수와 사고 내용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다만 경미한 사고라도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픽사베이
자동차와 기름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에 대한 폐지 필요성이 꾸준히 지적된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가 지난달 기준 2,500만대를 넘어섰다. 국민 절반이 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동차에는 ‘개별소비세(개소세)’라는 항목의 세금이 올해로 46년째 부과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차량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유류(휘발유·경유 등)에도 개소세가 여전히 부과되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 가중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개소세가 부과되는 물품이나 업종은 대부분 사치스러운 것이라 자동차와 유류에 개소세를 부과하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인식과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개소세는 과거 ‘특별소비세’라고 불렸었는데, 과세 대상 품목이나 시설이 대부분 △보석 등 귀금속 △고가의 명품 가방·시계·융단·모피·가구 △도박 및 레저 활동 시설인 경마장·경륜장·골프장·카지노 △유흥주점 등으로 개인의 사치스러운 활동에 부과했다. 이 때문에 ‘특소세=사치세’라는 인식이 강했고, 특소세가 명칭만 바뀌면서 개소세 역시 사치세라는 인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치품에 부과하는 개소세가 자동차와 휘발유·경유 등 기름에도 포함된다.

과거에는 자동차가 주택 1채 가격에 달할 정도로 값비싼 물품이라 부유층의 사치품으로 여겨졌다. 특별소비세법이 최초로 시행된 1977년에는 승용차에 대해 배기량별로 구분해 △1,500㏄ 이하 2륜 자동차(오토바이)에 차량 가격의 15% △1,500㏄ 초과 2,000㏄ 이하 차량은 가격의 20% △2,000㏄ 초과 차량은 가격의 40%의 세금을 매겼다. 당시에는 ‘대배기량 차량=비싼 차’라는 인식이 강했고, 대체로 이러한 기준이 통용됐다. 이 때문에 재산이 많은 부유층이 구매하는 배기량이 높은 차량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현재는 과거 수준보다는 크게 낮아지긴 했으나, 정부는 여전히 차량 가격의 5%에 달하는 금액을 개소세 명목으로 소비자들에게 부과한다. 1,000㏄ 이하 경차는 대상에서 제외되며, 그 외에 내연기관 차량은 배기량에 무관하게 차량 가격의 5%를 부과한다. 전기차나 친환경차의 경우에는 일부 감면을 적용한다.

차량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한 차량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 차량이라면 휘발유나 경유를 주유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름에도 동일한 개소세가 부과되고 있다. 현행 개별소비세법에 따르면 기름에 부과되는 개소세는 △휘발유 475원/ℓ △경유 340원/ℓ 등 규모다. 현재 휘발유 및 경유의 가격이 1ℓ에 1,900원∼2,00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기름에 부과하는 개소세만 조정하더라도 서민들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측에서는 자동차 및 유류 개소세 인하 또는 폐지와 관련해서는 논의되고 있는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차량에 부과되는 개소세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차량을 운행하면 교통혼잡이나 환경오염 등 외부불경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개소세를 매기는 것”이라며 “조세특례제한법으로 하이브리드차량이나 전기·수소차량에 대해 개소세를 감면해주고 있기도 해 개소세를 사치세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 개소세는 단일세율 5%가 부과되는데, 현재는 탄력세율을 적용해 소폭 인하한 3.5%를 올해 상반기까지 적용하고 있다”며 “아직 추가 연장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어 개소세 인하 연장이 논의되지 않는다면 기존 5%가 하반기부터 적용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최근 차량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가 지연되는 사태에 올해 연말까지 개소세 인하가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차량에 적용되는 개소세에 교통혼잡과 환경오염 등 관련 세금이 부과되는데, 기름에도 동일한 명목으로 개소세가 부과된다. 뿐만 아니라 유류세는 △교통세 △주행세(교통세의 26%) △교육세(교통세의 15%) △부가가치세(세율 10%) △개별소비세 △관세 등이 복합적으로 포함돼 있다. 사실상 국도를 이용하는 비용 및 교통혼잡 등의 명목으로 교통세가 부과되며, 환경적인 이유로 주행세가 부과되는데, 차량과 유류에 부과되는 개소세는 이중과세로 느껴질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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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로 인해 서민들과 운송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국내 기름값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인 개별소비세의 인하에 대해서는 수년째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픽사베이

유류세와 관련해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도 “개소세가 사치품에 과세를 하기 위해 도입된 부분도 있지만, 휘발유나 경유에 붙는 개소세는 사치세가 아니라 소비로 인해 환경오염, 탄소배출, 미세먼지 등 기타 외부불경제를 야기하면 적정한 수준에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과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류세 중 주행세는 차량 주행으로 인해 나타나는 다른 문제에 대한 것”이라며 “유류세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이 복합적으로 포함되는데, 개소세는 국세, 주행세는 지방세라서 해당 재원을 가지고 시행하는 사업도 모두 달라 기능이나 목적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는 차량에 부과되는 개소세 자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해 정부 측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0년 △오락가락하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이제는 폐지할 때 △자동차 개별소비세의 개편방향 검토 등 보고서를 발행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개소세는 1977년 도입된 특소세가 2008년 개명된 것으로, 그 입법 목적은 부가가치세의 단일세율에서 오는 조세부담의 역진성을 보완하면서 사치성 물품의 소비를 억제하려는 데 있었다”며 “이런 도입 목적 때문에 에어컨, TV 등 대중화된 물품에 대해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이 여러 번 이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동차는 현재 국민의 절반 수준이 보유하고 있는 대중성 물품임에도 여전히 사치품에 부과하던 개소세를 매기고 있는 점을 꼬집으면서,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폐지하는 게 입법 목적에 부합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기준 개별소비세수는 10조4,510억원으로 전체 세수 중 3.7%를 차지하고 있다. 개별소비세 품목 중에서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수는 당시 약 1조원으로 가장 많은 상황이라 정부가 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락가락하는 자동차의 개소세 인하 정책 때문에 개소세 인하를 적용받지 못한 소비자와 혜택을 받은 또는 받을 소비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조세평등주의’에 어긋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임동원 연구위원은 “한시적인 개소세 인하가 끝나더라도 또 인하될 수 있다는 사회인식이 형성된다면 정상적인 소비행위가 일어날 수 없다”며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이 목적이라면 과감하게 자동차에 대한 개소세를 폐지해서 소비 진작 효과를 높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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