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이 열린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이 열린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선대위원장을 향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공세가 점차 격화되고 있다. 최근 당 내 성비위 사건에 빠르고 확실한 대처를 응원하는 입장과 ‘내부 총질’이라며 사죄하라는 입장으로 나뉜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에서 박완주 의원에 대한 제명 건을 의결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이라는 징계를 결정했고, 만장일치로 제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한달 여 사이에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발언과 김원이 의원의 ‘2차 가해’ 논란, 그리고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지도부는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을 떠올리게 하는 성비위 사건에 무관용 원칙을 앞세워 철저하게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박지현 위원장의 엄격한 잣대에 일부 지지자들은 ‘지방선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에 들어와서 한거라곤 내부 총질 뿐이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찰에 따르면 ‘민주당 2030 여성 지지자 모임’이라고 밝힌 민주당 지지자들은 20일 오후 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당 비대위원장 사퇴 촉구 및 사과 요구’ 집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민주당사 앞에서는 때아닌 화환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지현 위원장이 민주당의 비위에 대해 사과하고 비판하는 행보를 보인 것에 지난 11일 경 일부 지지자들이 ‘박지현은 나가라’ ‘박지현 사퇴해’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을 보낸 것이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박 위원장을 응원하는 축하화환도 속속 도착하면서 박 위원장이 응원 화환을 보고 눈물을 훔치는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박 위원장을 향한 비난은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 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박 위원장은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길에 일부 시민들에게 욕설을 듣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라고 주장한 이들은 주변 시선에 아랑곳 않고 걸어가는 박 위원장의 뒤를 따르며 험한 욕설과 함께 “정신차려” “사퇴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임인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후 한 남성으로부터 '성상납 의혹'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임인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후 한 남성으로부터 ‘성상납 의혹’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박지현 “지방선거와 관계없이 성범죄 처리한다”

이런 수모에도 박 위원장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는 20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제게 ‘내부총질 그만해라, 박지현 사퇴하라’는 문자폭탄이 쏟아진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우리 당에 접수된 성범죄들은 모두 지방선거와 관계없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제가 많은 지역을 다니면서, 50대분들에게 비난·비판은 많이 들었는데 그분들 중에 2030여성은 단 한 분도 없었다”며 “(집회를 여는 이들이) 정말 개딸 분들인지 궁금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의 강경한 태도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가장 우려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힘이 실린 국민의힘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온 당이 결집해 지선 승리를 위해 달려야하는데 박 위원장이 내부 비판을 멈추지 않으면서 이를 흐트러트린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상남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대하는 당의 태도와 크게 비교하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이 대표에 대해 ‘성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해 품위유지 위반’으로 징계 절차에 들어갔지만, 징계 여부에 대한 결론은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한 상태다.

박지현 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물타기’라며 크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의 태도는 민주당 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사시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지지자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비난이 거셀 때는 박 위원장이 너무 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그래도 민주당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박 위원장의 능력을 믿고 있다. 젊은, 어린 나이지만 본인의 위치에서 최대한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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