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두고 깊은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국정 안정을 위해선 빠른 임명이 필요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높은 만큼 선뜻 이를 강행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뉴시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사퇴 뜻을 밝혔다. 가장 의혹이 많이 제기됐던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정무적 부담도 덜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밤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후보자는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했다. 정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정 후보자는 복지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사퇴의 변’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이제 다시 지역사회의 의료전문가로 복귀하여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해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들의 제시를 통해 이러한 의혹들이 허위였음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사실과 별개로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되고 있고, 저도 그러한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지명 43일 만에 사퇴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10일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을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 정 후보자가 전국 최초로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고 경북대병원 진료공백 해소에 나선 경험 등이 발탁 사유였다. 

그러나 경북대병원 부원장, 원장 시절 두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한 것을 두고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적격 여론이 강해졌다. 또 아들이 경북대병원에서 척추 질환 진단을 받은 후 병역 4급 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 백화점’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정 후보자는 자녀들의 의대 편입 성적 공개, 아들 척추질환 재검 실시 등을 했지만 여론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사례와 비교되며, 윤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의 가치도 흔들렸다. 이에 정 후보자는 지명한 윤 대통령에게도 정무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지난 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는 야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파행됐다.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지난 9일까지 요청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 등을 고려하면 정 후보자마저 임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졌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의식한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지난 20일 한 총리 인준에 협조하면서 정 후보자의 낙마는 시간문제가 됐다. 정 후보자는 끝까지 자진사퇴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현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같은날 정 후보자 사퇴에 대해 “셀프 검증, 셀프 판정, 셀프 사퇴하는 정호영 후보자 사퇴는 만시지탄”이라며 “사퇴문을 보면 여전히 인사청문회 때 본인은 위법한 사항이 없었고 흠결이 없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의 대표적인 인선이라 자인했던 후보가 이번에 사퇴함으로써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이 허구임을 시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꼬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정 후보자 사퇴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많았기 때문에 당내의견을 수렴해서 임명하면 곤란하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했고, 그런 과정이 언론에 노출됨으로 인해 정 후보자가 자진해서 사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에서 사퇴를 요청하면서,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의미다. 

한편 정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인사 문제로 차질이 빚어졌던 국정 운영이 본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정운영 뿐 아니라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도 상당한 부담 요인을 제거하게 됐다는 평가다. 이에 오는 26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갖는 국무회의는 문재인 정부 장관 없이 윤석열 정부 장관으로만 구성되는 첫 정식 국무회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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