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IT혁신기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던 가상화폐의 신뢰도가 루나·테라의 대폭락 사태가 발생하면서 바닥을 치고 있다. 이에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리 필요성과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디지털 금’ ‘탈중앙화’ ‘집단지성’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으며 미래 IT혁신기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던 가상화폐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국제정세 불안과 최근 발생한 루나코인 사태로 인해 가격이 폭락하면서다. 때문에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 필요성과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달빛’ 아닌 ‘광기(Lunatic)’된 루나, 대폭락으로 가상화폐 시장 신뢰도 ‘폭삭’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경제계 전반에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불신을 일으킨 대표적 사건은 최근 발생한 ‘루나코인 대폭락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루나(LUNA)코인은 권도형 대표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T)’의 가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화폐다. 만약 테라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루나 수요 공급을 조절해 테라 가격을 1달러에 고정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스테이블 코인이란 법정화폐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를 말한다. 테라의 경우 유통량 조절 알고리즘을 도입해 1테라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보통 스테이블 코인들은 1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금,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된다.

이때 테라가 1달러 가치 유지를 위한 담보로 택한 것이 ‘루나’다. 테라폼랩스는 루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투자자가 루나를 예치할 경우 최대 연 20%에 달하는 이자를 가상화폐로 지급하는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을 시행했다. 

지난 9일~11일에 걸쳐 가상화폐 루나의 가치는 3일 만에 99.99%가 떨어졌다. 이번 대폭락으로 시가총액 약 60조원이 공중에서 증발했다./ 뉴시스

이때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과 증시 추락이 발생하면서 증권가를 비롯한 경제계 전반에 ‘패닉 셀(장에서 전반적인 혼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공포심에 따른 급격한 매도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가상화폐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상화폐 시장의 스테이블 코인들 역시 매도세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이때 다른 스테이블 코인들의 경우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해 가격을 어느 정도 안정성이 존재했다. 하지만 테라의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만으로 연결된 루나가 담보였기에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결국 테라에 대한 패닉 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고, 테라와 한몸으로 연결된 루나까지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지난 9일~11일, 단 3일 만에 가치가 -99.99%까지 떨어지며 시총 60조원 가까이가 증발해버렸다. 그야말로 ‘디지털 휴지조각’이 돼버린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올가 카리프(Olga Kharif)는 “암호화폐(가상화폐) 세계는 테라 스테이블 코인의 급격한 붕괴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며 “테라의 붕괴는 주요 블록체인 시장의 ‘죽음’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루나·테라의 대폭락 사태가 일어나면서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 역시 바닥으로 떨어지며 다른 가상화폐들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24일 글로벌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화폐계의 ‘대장주’라고 볼 수 있는 비트코인은 오후 3시 기준 3,775만원대를 기록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4월 7,000~8,000만원대를 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하락한 것이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이번 루나코인 대폭락 사태가 '디지털 금'이라 불리던 가상화폐의 불안정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건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Gettyimagesbank

◇ 전문가들 “가상화폐, 통화로서 안정성 떨어져”… 투자자 보호 정책 마련 필요

금융계 전문가들 역시 이번 루나코인 대폭락 사태가 가상화폐 시장의 불안정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건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다보스포럼’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누군가 어떤 자산도 지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20%의 수익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피라미드식 다단계’라고 부를 것”이라며 “다시 말해 루나와 테라 등은 디지털 시대의 다단계”라고 밝혔다.

Guggenheim Partners LLC 글로벌 CIO인 Scott Minerd도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통화가 아닌 ‘쓰레기(Junk)’”라며 “통화는 가치를 저장하고 교환하는 매개체이자 계정 단위가 돼야하는데, 가상화폐는 이들 중 어느 것도 만족시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장도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투자자에 대한 보호책과 정부부처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다만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루나코인 폭락사태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블록체인과 탈중앙화에 대한 가치는 여전하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장도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투자자에 대한 보호책과 정부부처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자본시장연구원(KCMI) 김갑래, 김준석 연구원은 ‘가상자산 거래자 보호를 위한 규제의 기본 방향 (2021)’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거래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을 토대로 이뤄지지만 실제 매매처리 속도 등의 문제로 인해 대부분의 거래가 중앙화된 거래플랫폼, 소위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가상자산시장은 구조와 운영에 있어 증권시장과의 유사성을 보인다”며 “이러한 유사성은 대규모·비대면 자산거래에서 발생하는 정보비대칭, 불공정거래, 대리인비용 등의 문제점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증권시장 규제체제는 공시규제, 불공정거래규제, 금융투자업자규제를 통해 대응하고 있는데 이러한 대응방안은 가상자산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증권시장의 규제 원칙을 가상자산시장에 적용할 때 디지털화, 분산원장, 국제화된 시장분할이라는 가상자산 거래의 특성도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역시 루나코인 대폭락 사태와 현재 불안정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발생하는 투자자 피해 등을 감안해 가상화폐 자산에 대한 규율 체계를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점검’ 당정 간담회에서 “새로운 가상자산 등장으로 시장 규모가 급증하면서 국제적으로 가상자산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소비자 보호, 통화경제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가상자산 규율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해외 규제 사례를 면밀히 파악하고 국제기구 및 주요국과의 협의를 통해 국제 공조 체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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