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UX 300e. / 제주=제갈민 기자
렉서스 UX 300e는 1세대 UX 모델을 기반으로 만든 렉서스의 첫 번째 BEV 모델이다. / 제주=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주=제갈민 기자  하이브리드 명가로 불리는 렉서스가 국내 시장에 순수전기차(BEV) ‘UX 일렉트릭’을 최근 공식 출시했다. 타 브랜드에 비해 국내 시장 전기차 출시 시기가 약간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에 출시된 ‘렉서스 UX 300e’는 ‘가성비’를 갖춘 전기차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일각에서는 렉서스 UX 300e의 국내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가 짧아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그러나 이는 국내 전기차 인증 방식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로, 실제 시승을 해본 결과 배터리를 100% 완충 했을 경우 최대 300㎞ 정도 주행할 수 있을 정도의 효율을 보여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 주행 성능도 상당히 날렵해 재미있는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한 번 시승을 권해보고 싶다.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 책정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점으로 보여 향후 렉서스의 실적 개선에도 힘을 보태는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렉서스 UX 300e. / 제주=제갈민 기자
렉서스 UX 300e 후면부는 트렁크 도어 중앙에 파란색의 렉서스 엠블럼이 자리하고 있으며, 스핀들 형상을 캐릭터라인으로 그려넣어 차량이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 제주=제갈민 기자

◇ 1세대 UX 기반의 BEV, 차데모 충전 방식 난센스

렉서스의 첫 BEV ‘UX 300e’는 지난 2019년 중국 광저우 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후 2020년 중국과 유럽 시장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 도입이 늦었던 배경으로는 2019년 한일 간 외교·무역 갈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는 국내 시장에서 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로, 이 당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실적도 폭락했다. 이러한 시기에 신차를 투입하는 것은 자멸하는 것과 같은 행위가 될 수 있어 신차의 출시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하반기쯤 출시된 전기차는 대부분 기존의 내연기관 모델 플랫폼을 기반으로 출시됐다. 렉서스의 UX 300e 역시 기존의 내연기관 콤팩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UX 모델을 기반으로 만든 차량이다.

덕분에 외관이나 실내 인테리어는 기존의 UX 모델과 동일하다. 전기차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은 후면의 ‘UX 300e’라는 레터링이나 측면의 ‘일렉트릭(ELECTRIC)’ 레터링이다.

/ 렉서스 코리아
렉서스 UX 300e는 렉서스의 패밀리룩이 잘 느껴지는 모델이다. / 렉서스 코리아

전면부는 렉서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패밀리룩 ‘스핀들그릴’과 렉서스의 ‘L’을 형상화한 화살촉을 닮은 ‘L-샤프 주간 주행등’이 인상적이다. 렉서스 UX 300e는 편의상 분류를 SUV로 하고 있지만, 크로스오버(CUV) 차량에 더 가깝다. 덕분에 전고(차량 높이)와 최저 지상고가 낮게 설계됐다. 이는 트렁크에 적재물을 싣고 내릴 때 지상고가 높은 SUV 차량에 비해 편리한 이점이 있고, 1열과 2열 승객석에 탑승할 때도 편리하다.

UX 300e는 약간 독특하게 차량의 후면 펜더 좌우측에 모두 충전구가 설치됐다. 이는 ‘차데모’ 급속 충전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완속 충전 5핀을 우측 후면에 별도로 설치했기 때문이다. 차데모 급속 충전 방식은 2010년 도쿄 전력에서 개발한 전기차 충전 방식으로, 2017년 국내 표준 규격으로 자리 잡은 DC콤보에 비해 편의성 측면에서는 약간 불리해 보인다.

2017년 이전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및 기아 쏘울, 그리고 닛산 리프 전기차 모델이 차데모 방식의 충전을 지원하는데, 이후에 개발된 모델들은 대부분이 DC콤보 방식의 충전을 지원하면서 전기차 충전기 보급도 대체로 DC콤보가 주를 이루게 됐다. 이 때문에 일부 전기차 충전시설에는 차데모 방식이 없는 경우도 있어 약간의 불편은 감수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나마 전국의 렉서스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에는 UX 300e 충전을 위한 차데모 충전기가 설치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국에 렉서스 전시장은 26개점이 있고, 서비스센터는 32개점이 구축돼 있다.

렉서스 UX 300e. / 제주=제갈민 기자
렉서스 UX 300e는 콤팩트 SUV 특성 상 2열 공간이 약간 협소하다. / 제주=제갈민 기자

◇ 세대 차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좁은 2열 승객석은 아쉬워

UX 300e의 실내 인테리어는 2022년에 출시된 신차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사실 국내 시장에 출시된 시점이 올해인 것이지, 글로벌 시장에는 2019년 말쯤부터 출시가 됐기 때문에 당시 렉서스의 고급스러운 디자인 감성은 잘 녹아있다.

의외인 점은 렉서스 브랜드의 엔트리급 차량임에도 스티어링휠의 높낮이 등을 조절할 수 있는 틸트&텔레스코픽 기능이 전동을 지원하는 점이다. 1열 시트 조절도 전동을 지원하며, 통풍·열선 기능까지 탑재돼 쾌적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아주 사소하지만 이러한 점은 원가절감보다 운전자의 편의성에 포커싱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트나 센터 암레스트(팔걸이) 겸 콘솔박스 덮개, 도어 손잡이 등에 사용된 가죽 소재도 상당히 부드러워 촉감이 좋으며, 쿠션감도 다른 동급 경쟁 모델들에 비해서는 더 도톰해 편안하다. 기어노브을 감싸고 있는 가죽 마감 스티치도 고급스럽다.

렉서스 UX 300e. / 제주=제갈민 기자
렉서스 UX 300e 실내는 렉서스만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잘 녹여냈다. / 제주=제갈민 기자

다만 계기판을 비롯한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센터페시아 조작부 등은 한 세대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센터페시아 최상단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는 7인치 스크린이 탑재됐는데, 좌우 베젤(테두리)이 두껍고 터치 조작은 지원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센터터널 기어노브 우측에 설치된 터치패드를 이용해 손가락으로 마우스 포인트를 움직이듯이 조작해야 하는데, 편리하지는 않다.

그나마 공조기나 시트 통풍·열선 기능 작동 버튼은 센터페시아에 물리 버튼으로 설치해 조작 편의성 부분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긴 했으나, 만졌을 때나 눈으로 볼 때 저렴하다는 느낌은 크지 않다.

콘솔박스 수납공간은 500㎖ 생수병 3∼4개 정도를 눕혀서 수납이 가능한 정도로 보인다. 소형∼준중형 SUV 모델임을 감안하면 콘솔박스 수납공간은 준수하다. 이러한 공간 활용이 가능한 이유로는 렉서스의 모든 차량은 콘솔박스가 좌우로 열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덕분에 콘솔박스의 앞뒤 길이를 길게 설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열 시트에도 좌우 독립 열선 기능을 지원하는 점은 상당히 좋은 점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준중형 모델이라는 특성 상 2열 실내 공간은 약간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더군다나 2열 도어 부분이 작게 설계돼 승객이 타고 내리기가 약간 불편하다.

/ 렉서스 코리아
렉서스 UX 300e는 소음이나 노면 진동이 크게 불편하지 않고 장거리 시승에도 피로도는 크지 않았다. / 렉서스 코리아

◇ 이질감 없고 안정적인 주행질감, 공인전비 상회하는 효율… 저렴한 값은 덤

UX 300e는 실제로 주행할 때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렉서스 UX 300e 미디어 시승행사는 지나 17일 제주도에서 진행됐다. 시승 코스는 제주도 서남쪽 끝 서귀포 대정읍 운진항 인근 카페에서 한라산 남쪽 산록남로와 한라산 동쪽 5·16도로를 이용해 성판악 주차장 앞과 제주마 방목지를 지나 토요타·렉서스 제주전시장까지 76㎞다.

시승 코스가 한라산을 남쪽에서 동쪽으로 감아 도는 구간인 만큼 곡선과 오르막내리막이 많아 와인딩을 즐기기에 적합했고, UX 300e의 성능 테스트에도 제격이다.

출발 직후까지는 UX 300e가 전기차라는 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렉서스 브랜드는 하이브리드 명가로 불린다. 전기차 이전부터 내연기관 모델에서도 스트롱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조용하고 아늑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UX 300e에서도 이러한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외부 소음이나 진동은 아주 민감한 운전자가 아니라면 크게 불편하지 않은 정도다.

이 차량이 전기차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스포츠 모드로 주행할 때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 주행하면 가상 사운드가 작동하는데, 모터음을 탑승자에게 보다 직관적으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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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UX 300e는 산길 주행에도 안정적이며, 반응이 즉각적이다. / 렉서스 코리아

고저차가 심하고 급커브가 연이어 이어지는 시승 코스에서도 스포츠 모드로 설정한 UX 300e는 빠른 응답성을 보였으며, 출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산길에서 약간 빠른 속도로 주행을 했음에도 UX 300e는 코너링이 안정적이었고, 코너를 탈출할 때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으면 전기차 특성상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빠르게 가속한다. 커브가 많은 코스에서도 SUV 모델인 UX 300e가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한 이유는 차량 하부에 배터리를 수평으로 넓게 배치해 무게 중심을 낮게 설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보통 전기차와 달리 가감속 시 전기차 특유의 울렁임이 UX 300e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전기차를 탈 때 약간의 멀미 증세가 있는 소비자들도 UX 300e 모델이라면 편안하게 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출력을 제어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에코 주행모드에서는 확실히 가속 페달을 밟더라도 응답성이 늦고 출력을 억제하는 게 느껴진다. 에코모드는 약간 답답하지만 도심에서 출퇴근 용도로 이용할 때나 효율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운전자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정도로 느껴진다.

시승 간에는 90% 이상을 스포츠 모드로 주행했음에도 전력 효율은 생각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렉서스 UX 300e. / 제주=제갈민 기자
렉서스 UX 300e 총 152㎞(편도 76㎞) 주행 후 잔여 주행가능 거리 및 평균 전비는 정부 공인 전비를 상회한다. / 제주=제갈민 기자

시승 출발 시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 거리는 앞서 UX 300e를 시승한 팀이 제주에서 서귀포 대정으로 76㎞를 주행한 직후라 191㎞로 표기됐으며, 제주로 76㎞를 주행한 후 잔여 주행가능 거리는 121㎞로 나타났다. 평균 전비는 6.1㎞/㎾h 정도로, 공인 전비 4.3㎞/㎾h를 웃돈다. 주행 간 공조기는 에어컨을 2∼3단으로 지속적으로 작동했으며, 공조기를 끈 상태에서는 잔여 주행가능 거리가 137㎞로 약 16㎞ 늘어난다.

렉서스 UX 300e는 환경부 공인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233㎞로 다소 짧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 주행가능 거리는 공조기를 모두 작동한 채 총 152㎞의 코스인 제주→서귀포 대정→제주 구간을 주행하고도 121㎞를 더 주행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270㎞, 많게는 300㎞ 이상의 주행도 가능해 보인다.

렉서스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콤팩트 전기차 UX 300e는 국내에 5,490만원 책정됐다. 전기차 국고보조금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100% 비율로 지급받을 수 있어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4,000만원 초중반 수준에 구매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UX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가성비’ 전기차라고 하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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