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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가 만난 사람들
[인터뷰] 박찬욱 감독, 끊임없이 진화하는  
2022. 07. 0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 /CJ ENM
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박찬욱 감독은 매 작품 독창적인 이야기와 매혹적인 미장센으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아 왔다. 특히 파격과 금기를 넘나드는 강렬한 소재와 과감한 표현으로 관객을 매료했는데, 신작 ‘헤어질 결심’을 통해서는 완전히 결이 다른 새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며 또 한 번 진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2016년 영화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오랜 파트너 정서경 작가와 공동 집필했다. 중국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이 주인공 서래, 해준으로 열연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지난달 열린 제75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것은 2002년 ‘취화선’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박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박쥐’(제6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에 이어 세 번째 칸영화제 본상 수상을 수상하게 됐다. 한국영화인 최다 수상 기록이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의 시작부터 캐스팅, 촬영 비하인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 “점점 나아진다는 평가, 그게 사실이라면 참 기쁜 뉴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세계 ‘헤어질 결심’. /CJ ENM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세계 ‘헤어질 결심’. /CJ ENM

-칸영화제 결과보다 국내 관객의 반응이 더 궁금하다고 했다. 관객과 만나는 소감은 어떤가. 이번 작품뿐 아니라 감독을 향한 대중의 높은 기대가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나. 
“처음에는 정말 감독의 이름을 지우고 또는 작품마다 감독의 이름을 바꿔서 홍보에는 배우만 내세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런데 이제는 체념했다. 이것이 상업영화 감독의 숙명이라는 것을 이제 와서 받아들이게 됐다. 그래서 자포자기 상태로 하고 있다.” 

-전작과 결이 다른 작품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고, 새로운 도전에 있어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감독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을 이 작품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은.
“단지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이 없다는 것뿐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나 스타일이 다르고 새로운 배우들이 나오고, 그런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반응 같다. 전작보다 더 미묘하고 섬세하고 우아하고 고전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물론 스마트 기기가 엄청나게 등장해 고전적인 분위기와 충돌을 일으키긴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당나라에서 온 것 같은 사람들이 스마트워치 같은 기기를 쓰는 게 더 재밌잖나. 인물들도 전작들과 달랐던 것 같다. 감정표현이 더 절제돼 있다. 아주 안 보이는 것은 아니고, 작은 동작과 표정 변화로 할 말은 다 하는 연기라고 생각한다. 결국 감독 능력에 대한 평가는 배우들을 통해 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배우의 얼굴을 통해 표현되기 마련인데, 배우가 잘했다는 이야기에 나에 대한 평가도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박해일, 탕웨이를 많은 분들이 호감을 갖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줘 뿌듯하다.”

-또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영화가 점점 나아진다고 하더라. 그게 사실이라면 참 기쁜 뉴스라고 생각한다.”

-노래 ‘안개’에서 영감을 받아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가사에 담긴 내용을 어린아이가 이해하긴 어렵지만 음악적으로 얼마나 훌륭한가는 알았다. 이봉조 작곡가는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스타였다. 요즘 말하는 작곡가와 다르다. 재즈 뮤지션으로서 색소폰을 들고 나와 연주도 하고 지휘도 하고 수많은 명곡을 만든 위대한 작곡가다. 정훈희, 송창식은 숭배하다시피 했다. 그런 두 분을 새로 모셔서 듀엣으로 녹음하면서 영화감독이 된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영광이었다.”

담담하면서도 짙은 멜로 ‘헤어질 결심’ /CJ ENM
담담하면서도 짙은 멜로 ‘헤어질 결심’ /CJ ENM

-어른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감정을 분출하고 격정적이고 치명적인 것들이 갈수록 많아지는데, 사랑이 다 그렇지는 않잖나.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랑이 더 애틋하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이 어떤 존재인지 드러내는데 있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감독의 영화 속에서 사랑은 왜 언제나 어렵고 힘든가. 
“복수 드라마도 그렇고 사랑 이야기도 그렇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아주 구체적인 개인 개인이지만 그런 것에 대한 탐구를 모아놓으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를 깊이,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 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거나 그 앞에서 좌절을 처절하게 할 때 그때 진짜 성격이 드러나잖나. 그것은 개인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다. 다 모아놓으면 인간의 속성을 알 수 있는 재료가 된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가진 힘을 잘 이해하고 활용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어체 말투와 서래의 중국어와 번역기, 이를 듣고 응답하는 사이 미묘한 침묵 등 이러한 설정이 갖는 의미와 효과는 무엇일까.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말인데도 이렇게 우리와 다른 발음으로 소리를 들었을 때 낯설잖나. 말보다 소리처럼 들리고, 소리가 가진 의미를 음미하게 된다. 한국 사람이 했다면 무심코 지나가는 말도 서래가 하니 단어 하나하나가 쏙쏙 들어오면서 의미를 음미하게 되는 거다. 그런 효과가 외국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봤다.

번역 앱을 통해 말할 때 진의를 전달받지 못해 답답한 해준의 마음은 우리가 꼭 연애할 때가 아니어도 어떤 관계에서든 답답할 때가 있잖나. 상대방의 진위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장도 이해해야 하고 표정이나 손짓, 눈빛, 억양 등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뜻을 파악하는데 번역 앱이 내용은 정확히 전달하지만 건조하다. 그것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서래가 중국어로 말할 때 표정 등을 다시 또 기억 속에서 끌어내서 합쳐야 하는 데 그런 능동적인 과정, 그 속에서 느끼는 답답함 들을 관객도 다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를 연기한 탕웨이. /CJ ENM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를 연기한 탕웨이. /CJ ENM

-그런 의미에서 서래가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이라는 설정이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나. 
“서래가 외국인이 된 이유는 탕웨이를 캐스팅하기 위해서였다. 정서경 작가와 내가 예전부터 원했던 배우였는데, 마침 이번 작품은 백지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특히 여자 캐릭터가 그랬다. 해준은 추리소설 ‘마르틴 베크’를 읽으면서 생각한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잡혀있었는데, 여자주인공은 그 계산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이 탕웨이를 기용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각본을 쓸 때는 그런 과정이 노출돼서는 안 된다.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것이 정해지고 거기에 맞춰 캐스팅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써야 한다. 그래서 순서가 어떻게 됐든 반드시 외국인이어야 하는 각본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의사소통에서의 문제, 한국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둘 사이의 거리 그럼에도 발견되는 공통점 등에서 점점 더 깊이 파고들려고 했다.”

-박해일, 탕웨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해일은 ‘연애의 목적’ ‘살인의 추억’ 같은 작품들 때문에 실제 모습과 상반된 인상을 가질 수 있는데, 나는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지, 얼마나 투명한 사람인지 안다. 엉뚱하긴 한데 그것이 감춰져 있지 않고 다 드러나는 게 참 재밌다. 의도는 전혀 없는데 사람을 자주 웃기는 그런 사람이다. 해준이 서래에게 몸이 꼿꼿해서 좋다는 말을 하는데, 그것은 곧 박해일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좋다고 말할 때 자기가 그렇게 되고 싶은 모습을 말할 때가 있잖나. 그것처럼 내가 생각하는 박해일은 몸이 꼿꼿하고 긴장하지 않으면서 바른 보기 드문 사람이다. 그것을 표현하려고 캐스팅했다.

탕웨이는 직접 알지 못했지만 ‘색, 계’ ‘만추’ 등을 보면서 사랑스러운 매력과 범접하기 어려운 모습이 양립하기 어려운데 그것을 다 가진 보기 드문 배우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 중 하나인데, 서래가 해준이 벽에 붙인 사진을 보면서 ‘개미가 사람 먹어요?’라는 질문을 한다. 굉장히 끔찍한 이야기를 너무 무심하게 날씨 묻듯 툭 하는 류의 독특한 연기가 있다.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자기만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게 참 좋았고 두 사람 모두 나를 놀라게 했다.”

독창적인 이야기와 매혹적인 미장센으로 관객을 매료해 온 박찬욱 감독. /CJ ENM
독창적인 이야기와 매혹적인 미장센으로 관객을 매료해 온 박찬욱 감독. /CJ ENM

-‘친절한 금자씨’ 금자, ‘박쥐’ 태주, ‘아가씨’ 히데코와 숙희 등 감독의 작품 속 여성캐릭터들이 늘 강렬하게 느껴졌다. 여성캐릭터를 만들 때 중점을 두는 포인트가 있다면.   
“남자, 여자 성별은 생각하지 않는다. 금자 씨면 금자 씨 개인으로 생각할 뿐이다. 배우가 캐스팅되면 그 배우에 맞춰 그가 잘하는 것 또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면, 이런 걸 하면 더 흥미롭게 보이겠다고 생각하는 면을 뒤늦게 집어넣으려고 한다. 배우와 분리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 거다. 그래야 비로소 개성과 생명력을 가진 인물이 되는 거다.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일까. 물론 정서경이라는 여성작가와 일을 해온 것도 크게 작용을 한다는 것도 당연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유의 미장센도 돋보였다. 특히 해준의 사무실이 일반적인 경찰서, 혹은 형사의 이미지와 달라 인상적이었는데. 
“잘 만들면 긴 세월 동안 살아남는 게 영화잖나.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10년 후나 50년 혹은 100년 후에도 볼 수 있는, 또 동시에 지금 외국에서도 볼 수 있는, 시대와 시간, 공간의 한계를 넘어 보편성을 가진 영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얼리티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내 영화가 사실주의에 반하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2020년대 한국영화에서 관공서는 이렇게 생겨야 하고 형사들은 이렇게 입고 다닌다는 등의 리얼리티는 너무 지엽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드라마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정확한 시각적 요소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보기에 예쁜 공간을 꾸미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드라마의 스토리와 어울리는 공간은 무엇이고 옷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N차 관람’ 열풍이 예상된다.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에 몇 회 관람이 적당할까. 
“두 번이면 된다. 아니다. 세 번이다. 전반적으로 한 번 보고, 해준 입장 중심으로 또 서래 입장에서 한 번 더 보고 그렇게 세 번이 이상적인 횟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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