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로 인생작을 만난 수지. /쿠팡플레이
‘안나’로 인생작을 만난 수지. /쿠팡플레이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수지의 연기 인생은 ‘안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다져온 연기 내공이 ‘안나’를 만나 제대로 폭발해 버렸다. 값진 결실 그리고 성공적 확장이다. 

수지는 지난달 24일 쿠팡플레이로 공개된 ‘안나’로 첫 단독 주연에 도전,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7년 출간 당시 한국 문단에 강력한 반전을 선사해 화제를 모았던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영화 ‘싱글라이더’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이주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거짓말로 쌓아 올린 삶을 살아가게 된 여자의 위태로운 심리 변화를 깊이 있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수지. /쿠팡플레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수지. /쿠팡플레이

주인공 안나/유미 역을 맡은 수지를 향한 반응도 뜨겁다.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 인물로 분해 안정적인 연기력과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극을 이끌고 있다.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한 여자가 겪는 인생의 파고를 완벽하게 소화해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특히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유미의 반짝이던 학창 시절,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건조한 모습과 화려하지만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안나의 모습까지, 캐릭터의 복합적인 감정을 폭넓게 그려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수지는 쏟아지는 호평에 “칭찬에 익숙하지 않다”면서도 “기분 좋은 평가다. 감사한 마음”이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또 ‘안나’를 두고 “모든 순간이 선명하게 남을 작품”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수지가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폭발시켰다. /쿠팡플레이
수지가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폭발시켰다. /쿠팡플레이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택했나. 
“대본을 읽고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왜 유미를 이렇게 응원하고 있지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안쓰럽기도 하고 가혹하다는 생각도 했다. 이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은 게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였다. 막연하게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 부담과 불안함도 있었는데, 일단 결정하고 난 다음에 결과로 만들어내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 정도로 너무 욕심이 났던 작품이다.”

-중점을 둔 부분은. 
“유미일 때는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안나일 때는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컸다. 대본을 보고 왔을 때는 안나가 진심인지 이익을 위해 이러는 건지 명확했는데, 막상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면 모호하게 느껴지는 거다. 진짜가 뭔지. 그래서 심리상담가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헷갈리는 감정 자체가 맞는 것 같다는 말을 해주셨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애매하고 모호한 자체가 안나의 진짜 마음일 수 있겠다 싶더라.”   

-‘리플리 증후군’을 소재로 했는데, 이를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참고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  
“비슷한 작품을 보긴 했지만, 상황이 너무 달랐다. ‘안나’는 리플리 증후군을 정확하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유미는 자기가 안나인 것을 믿어버린 게 아니라 불안을 갖고 있다. 그 불안에 초점을 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믿는 것과 불안을 갖고 살아가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다른 결이라고 생각해 다른 작품을 참고하진 않았다.” 

-유미가 하는 선택들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고, 감독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어렸을 때 유미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다고 칭찬받아온 아이들은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느낄 때 취약성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지점 때문에 유미가 거짓말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선생님과의 일도 더 큰 모멸감과 수치심, 배신감을 느꼈을 거다. 그래서 더 견딜 수 없는… 유미가 왜 이런 삶을 살게 됐는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공감도 많이 됐다.”

새로운 가능성을 증먕한 수지. /쿠팡플레이
새로운 가능성을 증먕한 수지. /쿠팡플레이

-평소보다 저음인 목소리 톤도 인상적이었다. 소극적인 유미, 자신감 있는 안나. 어떻게 차이를 두려고 했나. 
“(저음은) 평소 내 목소리에 가까운 느낌이다. 말투나 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고등학교 시절이나 나이에 맞는 말투나 톤을 고민했고 감독님도 좋아해 주셨다. 안나는 꾸며내는 것도 있지만 너무 신경을 쓰려고 하진 않았다. 초반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짓말을 할 때 차이를 두려고 했다. 점점 더 대범해지고 거짓말이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 안나는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AI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공개 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점이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많은 분들이 내게 기대하는 역할이나 얼굴에서 벗어난 연기와 모습 때문에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싶다. 새로움 때문에 칭찬을 해주신 것 같다. 또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용기 있게 봐주신 것 같다. 생각보다 초췌한 얼굴도 좋아해주시더라.(웃음) 그 얼굴을 만들기 위해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잠도 안 자고 했는데, 뿌듯하다. 유미로서 몰입하고 찍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 좋은 평가고 감사한 마음이다.”

수지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쿠팡플레이
수지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쿠팡플레이

-스스로도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집에서 대본을 매일 보고 연습을 해도 현장에서 갑자기 연습하지 않았던 톤이 나올 때가 있다. 그때 엄청난 희열을 느끼는데, ‘안나’는 감정적인 게 많다 보니 그런 느낌을 받은 순간이 꽤 많았다. 여러 느낌으로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계속 새로운 게 나왔다. 그런 재미를 많이 느낀 현장이었다.”

-대중에게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진짜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늘 갖고 있고, 그렇게 보이도록 연기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으면 좋겠다.”

-‘안나’는 배우 수지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  
“모든 순간이 굉장히 선명하게 남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새롭게 들인 습관이 일기를 쓰는 거였다. 안나의 입장, 유미의 입장, 그리고 제3자의 입장에서 느낀 감정을 세세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 놨다.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지는 않더라. 그런데 ‘안나’는 모든 순간이 다 기록돼 있어서 언제든 꺼내볼 수 있고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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