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티록(왼쪽)과 지프 레니게이드(오른쪽)는 수입 소형 SUV 모델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은 대체로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최근 수입자동차 업계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한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을 속속 투입하고 있다.

수입 소형 SUV의 대표 주자로는 폭스바겐 티록과 지프 레니게이드 등이 있다. 두 모델은 국내 수입차 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형 SUV라는 점이 부각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산차의 가격 상승으로 수입 소형 SUV가 ‘국산차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수입차로 부각되고 있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 성공한 폭스바겐 티록과 지프 레니게이드는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1,000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다만, 폭스바겐 티록과 지프 레니게이드 모두 일장일단이 존재하는 만큼 차량 구매 전 충분한 시승을 통해 차량의 성능과 편의기능 등을 경험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폭스바겐 티록과 지프 레니게이드 모델을 연이어 시승을 하게 돼 두 차량의 장단점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폭스바겐 티록(왼쪽)과 지프 레니게이드(오른쪽)의 실내 인테리어는 모두 조작 편의성에 무게를 실었다. / 제갈민 기자

◇ 실내 공간은 도긴개긴, 편의기능은 폭스바겐 티록 압승

티록과 레니게이드는 각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외관에서부터 명확하게 나타난다. 티록은 유선형의 디자인으로 둥글게 디자인됐으면서도 곳곳에 굵은 캐릭터라인을 그려 차체가 보다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설계했다. 레니게이드는 박스카 형태의 디자인으로 실내 공간을 최대한 넓게 설계해 공간효율을 극대화한 모습으로, 실용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실내 공간은 두 차종 모두 소형 SUV라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주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두 차량 모두 1열과 2열 공간 및 적재함(트렁크) 공간은 불편함이 없는 정도다.

소형 모델이긴 하지만 SUV 특성상 전고가 높게 디자인 돼 헤드룸 공간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남으며, 두 차종 모두 파노라마 선루프가 탑재돼 개방감도 작은 사이즈의 차량에 비해서는 답답하지 않다. 레그룸도 2열 탑승객의 무릎과 1열 시트 사이에 주먹이 1개반 정도 여유가 있는 정도로 두 차량이 비슷한 수준이다.

폭스바겐 티록(왼쪽)과 지프 레니게이드(오른쪽)의 실내 1열 조작부. 티록 모델은 무선으로 스마트폰과 연동이 가능한데, 지프 레니게이드는 USB 케이블을 이용해야 스마트폰 연결이 가능하다. / 제갈민 기자

국내 소비자들은 차량을 선택할 때 시트 통풍기능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스마트폰 무선 커넥트·미러링 기능,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 등 기능 등 옵션의 유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에 편의기능을 최대한 많이 탑재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생산원가 상승으로 일부 타협을 하기도 한다.

티록과 레니게이드 모두 1·2열 시트 통풍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데, 엔트리급 모델의 특성상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기 위해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티록의 경우에는 1열 시트 조절까지 전부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시트 측면에 설치된 원형 다이얼을 돌려야 해 시트 조절이 다소 불편하다. 시트 높낮이 조절도 레버를 위아래로 조작해 조절이 가능하다. 레니게이드는 1열 운전석만큼은 전동조절 기능을 탑재해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폭스바겐 티록(왼쪽)과 지프 레니게이드(오른쪽)의 실내 2열. 티록의 2열 중앙 암레스트의 컵홀더는 중앙의 파티션을 앞뒤로 조절할 수 있다. 지프 레니게이드의 2열 암레스트는 시트 중앙의 천으로 된 레버를 잡아 당기면 헤드레스트까지 통채로 앞으로 눕혀진다. / 제갈민 기자

실내 센터페시아 조작부는 티록과 레니게이드 모두 조작 편의성을 높여 직관적이다. 공조기 조작 및 오디오 볼륨 조절은 모두 물리 다이얼과 버튼으로 설계해 디자인이 간결하며, 주행 간에도 운전자와 동승자가 조작하기 수월하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의 시인성은 티록이 레니게이드에 비해 높은 위치에 설치돼 편리하다. 레니게이드는 센터페시아 최상단에 송풍구가 가로로 설치돼 디스플레이 위치가 약간 낮게 느껴진다.

수납공간은 비등비등하다. 센터페시아 하단 공간에는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 작은 소지품을 보관할 정도의 수납공간이 존재하는데, 약간의 차이점으로는 레니게이드에는 없지만 티록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가 센터페시아 하단에 설치된 점이다. 1열 시트 가운데에 위치한 콘솔박스 공간은 생수병 1개 정도가 들어갈 사이즈라는 점이 두 차량 모두 비슷하고, 그 외에 수납공간은 동승석 대시보드의 글러브박스와 도어포켓을 활용하면 된다.

폭스바겐 티록(왼쪽)과 지프 레니게이드(오른쪽)의 실내 수납 공간은 비슷한 수준이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은 엔트리급 티록 모델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를 설치하고, 스마트폰 무선 커넥트(연결) 기능과 무선 미러링 기능을 지원해 안드로이드오토 및 애플카플레이 기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와이어리스를 엔트리급 모델에서부터 실현한 모습이 상당한 이점으로 부각되는 부분이다.

반면 지프 레니게이드는 안드로이드오토·애플카플레이를 지원하지만, USB 케이블을 이용해 유선으로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해야 작동할 수 있어 편의성 부분에서 뒤처지는 점이다.

여기에 안전과 관련된 옵션사항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및 차선유지(레인 어시스트) 기능도 티록에만 탑재됐으며, 레니게이드는 일반 크루즈 컨트롤을 지원한다. ACC와 일반 크루즈 컨트롤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정체구간이나 고속도로 구간 단속 지점에서 ACC가 탑재된 차량은 속도를 설정해두면 스스로 선행 차량과 차간거리를 인식해 가감속이 가능한데, 일반 크루즈 컨트롤은 차간 거리에 따라 속도 조절이 이뤄지지 않아 브레이크를 이용해 수시로 제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차량에도 지원을 하는 ACC가 약 1,000만원 정도 더 비싼 모델에서는 지원을 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차 시에 오토홀드(자동 브레이크) 및 공회전 제한 장치(스톱앤고) 기능도 티록은 모두 지원하지만, 레니게이드는 스톱앤고만 지원하는 점은 정차 시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어야 해 운전 간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폭스바겐 티록은 디젤 엔진을 탑재해 효율성을 극대화 했다. / 제갈민 기자

◇ 디젤 단점 극복 못한 폭스바겐 티록… 다운사이징 한계 분명한 지프 레니게이드

주행 감각에서는 소비자들마다 느끼는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만큼 ‘어떤 차량이 좋다’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 티록과 레니게이드 모두 엔트리급 모델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으며, 각각의 장점도 존재한다.

먼저 티록은 폭스바겐의 디젤(경유) 엔진 ‘EA288 evo’를 탑재해 높은 연료효율(연비)과 배출가스 저감을 동시에 실현했다. 디젤 엔진은 연비가 높은 것으로 예전부터 알려져 장거리 주행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티록의 공인 연비도 16.2㎞/ℓ 수준을 기록해 효율성이 높은 모델로 손꼽힌다. 실제 개별 시승 간 트립 컴퓨터를 통해 확인된 연비는 공인 연비를 상회하는 18㎞/ℓ 내외를 꾸준히 기록했다. 고유가 시대에 부담을 덜 수 있는 정도다.

다만 디젤 엔진의 특성상 엔진 떨림과 소음이 가솔린 엔진 대비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점은 감수해야 하는 점이다. 아주 큰 떨림은 아니지만 동급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차량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또 고속 주행 시 변속기(미션)의 기어 변속 타이밍이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지지 않는 듯 애매한 느낌이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티록에는 스티어링휠 좌우 뒤편에 패들 시프트를 작게 설치해 운전자가 주행 습관에 따라 기어 조작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나마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는 출력이 부족하지 않게 느껴지지만, 에코 및 컴포트 모드에서는 출력이 억제되는 느낌이 커 도심 주행에서도 스포츠 모드로 주행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프 레니게이드는 1.3ℓ 엔진을 탑재해 배기량에 따라 부과하는 자동차세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점을 가진다. / 제갈민 기자

레니게이드는 올해 출시된 신형 모델부터 1.3ℓ급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했는데, 가속감이 약간 답답하게 느껴진다. 엔진 다운사이징을 하는 대신 터보를 탑재했지만, 고속으로 주행할 때는 다운사이징의 한계가 체감되는 정도다. 50∼90㎞/h의 속도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무난하게 가속을 이어가지만 100㎞/h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엔진회전수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

그나마 레니게이드에는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기어 변속은 상당히 부드럽다. 도심 주행이나 일반적인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별도의 기어레버 조작을 하지 않아도 주행 속도에 맞춰 변속이 빠르게 이뤄진다. 단 고속도로 주행 간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하면 100∼110㎞/h 내외 속도에서는 변속기가 7단에 맞물려 2,100∼2,200rpm(분당 엔진회전수) 정도를 유지하는데, 수동으로 8단에 맞물리게 하면 2,000rpm 이하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주행을 하는 동안 평균 연비는 12∼12.5㎞/ℓ 수준을 유지했는데, 고속 공인 연비인 12.3㎞/ℓ와 비슷한 정도다. 도심 주행에서는 8∼9㎞/ℓ 정도의 연비를 기록했다.

폭스바겐 티록(위)과 지프 레니게이드(아래)의 계기판 트립 컴퓨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연비는 디젤 엔진을 탑재한 티록이 높은 효율을 보인다. / 제갈민 기자 

두 차량은 사이즈가 거의 비슷하지만, 가격은 큰 차이를 보인다. 가격적인 면에서는 폭스바겐이 ‘수입차의 대중화’를 선언한 만큼 티록이 3,200만원대∼3,800만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반면 지프는 최근 브랜드의 프리미엄화를 내세우면서 신차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나섰는데, 1.3ℓ급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레니게이드는 4,100만원대∼4,800만원대에 국내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할인을 적용하지 않은 정가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레니게이드는 티록에 비해 최대 약 1,000만원 정도 더 비싸다. 그럼에도 지프는 레니게이드 모델에 많은 편의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데, 이는 큰 단점으로 부각된다. 앞서 지난해까지 판매되던 2.4ℓ급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레니게이드의 가격이 3,800만원대∼4,400만원대 수준이었지만 신형 엔진을 탑재한 모델부터는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모습이다.

한편, 티록과 레니게이드 외 수입 소형 SUV 모델은 푸조 2008 SUV와 미니 컨트리맨 등이 있으며, 국내 생산 모델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르노코리아자동차 XM3도 존재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아우디에서 Q2 모델을 다시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중 티록과 푸조 2008 SUV, 트레일블레이저, XM3 4종의 경우에는 풀옵션 모델 기준 국내 판매 가격이 3,000만원대에 포진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 책정은 소형 SUV 모델의 마지노선이 3,000만원대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