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쇼박스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의문의 남성이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비행기 내부의 모든 탑승객들은 일대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비행공포증을 앓고 있는 재혁(이병헌 분)은 어린 딸을 지켜야만 한다. 

비행기 내 상황은 육지에 있는 이들에게도 믿지 못할 뉴스가 된다. 밀린 수사 업무로 인해 아내와 계획한 하와이 여행에 함께 하지 못하게 된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송강호 분)는 상공의 아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형사로서 비행기 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의무감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 앞에 선 사람들. 누군가는 재난의 씨앗이 되고, 누군가는 재난 앞에 나약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하지만, 그 누군가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다.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은 사상 초유의 재난상황에 직면해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리얼리티 항공 재난물이다. 영화 ‘관상’(2013), ‘더 킹’(2017)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지난해 제74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공식 초청돼 호평을 얻었다. 

불가피한 재난과 마주한 인간의 다양한 면면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담은  ‘비상선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송강호‧김남길‧이병헌‧전도연. /쇼박스
불가피한 재난과 마주한 인간의 다양한 면면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담은 ‘비상선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송강호‧김남길‧이병헌‧전도연. /쇼박스

지극히 현실적이다. 불가피한 재난과 마주한 인간의 다양한 면면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들여다본다. 특히 영화가 그리는 재난은 이미 이륙한, 어디로도 탈출할 수 없는 비행기 안에서 마주한 특수한 상황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은 현실과 맞닿으며 매우 시의적절하게 다가온다. 

항공 재난물을 표방했지만, 많은 함의를 품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재난 속 사투를 그렸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과 감정에 초점을 맞춰 보다 폭넓은 공감과 진한 울림을 안긴다. 살아남기 위해,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숭고한 선택은 먹먹한 감동과 함께,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재난 극복에만 집중하는 기존 공식을 완전히 뒤집은 점도 좋다. 비행기 안과 밖의 대비되는 모습을 균형감 있게 담아내 리얼리티를 더욱 살렸다. 특히 인호를 형사이자, 승객의 가족으로 설정해 그의 처절한 행동과 선택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재난 밖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준 송강호(위)와 임시완. /쇼박스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준 (위부터)송강호와 임시완, 승객으로 분한 배우들. /쇼박스

장르적 재미도 흠잡을 데 없다. 국내 최초 항공재난 영화답게, 디테일한 연출과 높은 완성도로 마치 실제 비행기에 탑승한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기내에서 벌어지는 재난상황을 리얼하게 구현한 360도 회전 시퀀스는 영화의 놓칠 수 없는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본 적 없는 독창성과 리얼리티로 감탄을 자아낸다. 

송강호(인호 역)‧이병헌(재혁 역)‧전도연(숙희 역)‧김남길(현수 역)‧임시완(진석 역)‧김소진(희진 역)‧박해준(태수 역) 등 배우들도 제 몫을 해낸다. 특히 송강호는 웃음과 감동, 씁쓸함과 먹먹함까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임시완도 섬뜩한 존재감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기내의 재난 상황을 맞닥뜨리는 승객들로 분한 배우들도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한재림 감독은 “재난의 진짜 문제는 그 이후”라며 “재난을 겪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지금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서 그 이후의 우리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140분, 오는 8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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