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감독 최동훈) 1부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태리. /매니지먼트 mmm
영화 ‘외계+인’(감독 최동훈) 1부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태리. /매니지먼트mm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태리가 영화 ‘외계+인’(감독 최동훈) 1부로 관객 앞에 섰다. 신검을 찾아 헤매는 정체불명의 인물 이안으로 분해, 특유의 당찬 면모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해 관객을 매료한다. 

영화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동훈 감독이 영화 ‘암살’(2015)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배우 류준열부터 김우빈‧김태리‧소지섭‧염정아‧조우진‧김의성 등이 활약했다. 

영화 ‘아가씨’부터 ‘1987’ ‘리틀 포레스트’ ‘승리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좋은 성적과 평가를 얻어오고 있는 김태리는 ‘외계+인’ 1부를 통해 또 한 번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입증했다. 

김태리가 연기한 이안은 고려시대에 권총을 들고 다니며 ‘천둥을 쏘는 처자’로 불리는 인물로, 소문 속 신검을 찾기 위해 방방곡곡을 누빈다. 김태리는 화려한 총기 액션부터 다채로운 표정 연기 등 몰입도 높은 열연을 펼쳐 호평을 얻고 있다. 최동훈 감독도 “김태리만큼 진실한 표정을 짓는 배우는 극히 드물다”고 칭찬했을 정도. 

김태리에게도 ‘외계+인’ 그리고 이안은 특별한 작품, 캐릭터로 남았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외계+인’을 통해 자신을 향한 칭찬과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배웠다며 작품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김태리가 ‘외계+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매니지먼트 mmm
김태리가 ‘외계+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매니지먼트 mmm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은. 
“영화관에서 보기 전에 제작사에서 봤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큰 스크린으로 봤는데, 박수를 치면서 정말 재밌게 봤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시공간을 초월한 복잡한 구조였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한 번에 그려졌나. 
“다른 배우들이 제작보고회에서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아 여러 번 보기도 하고 뒤에 이해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어려움은 없었다. 보면서 그냥 잘 그려졌다. 이걸 어떻게 이렇게 잘 묶어냈지 생각했던 것 같다. 복잡한 것을 깔끔하게 묶어놓은 느낌이 들었다. 매듭이 올이 풀리거나 그런 것 없이 깔끔하게 잘 엮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1부와 2부로 나눈 구성에 대한 생각은.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다. 4시간짜리 영화는 만들지 않으니 아무리 해봤자 3시간일텐데, 그 안에 담기엔 아까운 이야기였다. 드라마로 했어도 좋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리메이크를 한다면 6~8부작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된다면 훨씬 더 사랑스럽고 작은 에피소드가 많이 들어갈 수 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1,2부 구성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안은 굉장히 복잡한 서사를 지닌 인물이었다. 어떻게 접근했나. 
“그 자체로 이해하려고 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복잡하게 생각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다. 많은 레이어를 쌓자면 쌓을 수 있는데 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박찬욱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두 가지의 감정을 동시에 담는 것은 없다, 좋은 것은 그 두 가지를 빠르게 체인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 감정에서 이 감정으로 빨리 턴 아웃되는 게 좋은 연기고 좋은 배우라고. 그게 맞다 생각한다. 여러 감정을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은 무리고, 상황과 관계에 따라 빨리 체인지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심플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첫 등장에서 무륵을 보고 ’신랑이 귀엽네‘라고 말하는 것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귀엽다는 단상 그것만 살리고자 했다.” 

총기 액션도 완벽 소화한 김태리. /CJ ENM
총기 액션도 완벽 소화한 김태리. /CJ ENM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또 한 번 총기 액션을 선보였다. 준비 과정은.   
“‘미스터 션샤인’ 때는 사격장에 가거나 유튜브를 많이 봤다. 총을 잡는 법이나 총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다. ‘외계+인’에서는 권총을 사용했다. 소품으로 쓰는 총을 받아서 연습을 했고, 집에 있을 때도 항상 손에 쥐고 있고 익히려고 했다. 손이 작아서 아름다운 동작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최대한 편하게 보이고 싶었다. 10년을 총과 같이 산 아이잖나. 최대한 몸에 붙게 하려고 노력했다.”

-고려시대 의상을 입고 액션을 소화해야 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재밌었다. 체구가 작고 말라서 테가 잘 안 난다. 선이 딱딱하다. 무용하는 사람들 보면 유려하잖나. 그런데 나는 어떤 동작을 해도 딱딱 정확하게 맞는 느낌이다. 촌스러워 보인다고 해야 할까. 연기도 촌스럽게 하는 편인데, 의상이 촌스러움을 덮어주는 게 있었다. 세련되게 만들어 줬다. 나는 나를 도와주는 소품이나 의상, 헤어와 분장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번에 워낙 베스트 팀이라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됐다.” 

-‘연기를 촌스럽게 한다’고 표현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너무 솔직하고 정직하게 해서 촌스러운 것 같다. 감추지 못하니까. 비밀이 있는 사람처럼 보여야 세련돼 보이는 것 같은데, 다 내보이는 편이다. 무술도 힘을 빼야 하는데, 너무 힘이 들어가 있는 거다. 잘하고 싶은 욕구가 커서 뭘 하든 시작에는 항상 그렇다. 32살이 되니 이제 여유가 생기긴 한다. 이런 게 힘을 빼는 거구나 이제 알게 됐다.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진다. 이제야 느껴지고 만져지고 그렇다.” 

매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하는 김태리. /매니지먼트 mmm
매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하는 김태리. /매니지먼트 mmm

-최동훈 감독에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행복했다. ‘영광스럽다’ ‘분에 넘친다’ 이런 표현 되게 싫어한다. 왜냐면 세상만사에는 이유라는 게 있잖나. 하늘에서 복이 굴러떨어졌다는 뉘앙스가 싫었다. 그래서 최대한 안 쓰려고 하는 표현인데, 그럼에도 정말 영광스럽고 분에 넘친다고 생각했다.” 

-최동훈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어려운 게 하나도 없었다. 내가 바라던 최상의 작업 환경이라고 느꼈다. 나는 대화가 너무 중요하다. 주고받으면서 나의 구멍을 메꾼다. 이거 어때요, 저거 어때요 서로 주고받으면서 같이 노는 거다. 그러면서 성을 쌓아간다. 최동훈 감독님과의 작업은 그런 방식이었다.”

-매 작품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캐릭터 구축 과정이 궁금한데.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편이다. 의도나 존재 이유를 굉장히 잘 읽는다. 캐릭터가 왜 이 말을 하는지, 갈등의 서막은 무엇이고 어느 부분이 클라이맥스인지 처음 읽을 때 다 잘 보인다. 시나리오에 있는 단서에서 시작해 힌트를 얻어 캐릭터의 전사를 꾸려나간다. 그러다보면 어떤 대사들이 풀리기도 한다. 그렇게 레이어를 쌓고 나서 관계를 생각한다. 친구, 할머니, 혹은 싫어하는 사람들을 정리해보면 그 캐릭터가 보이는 것 같다.” 

-가장 쉽게 풀린 작품과 인물은 무엇이었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희도다. 희도는 분석 자체를 안 했다. 너무 잘 읽히는 거다. 너무 다 내 말이고, 무슨 행동을 할지 자동적으로 나왔다. 그러다 망했다. 하하. 아무리 잘 읽혀도 분석을 해야 하는구나 뼈저리게 느낀 작품이었다.”

-이안은 어땠나.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마음과 정신이 너무 큰 아이라, 그게 일차원적으로만 해석되는 거다. 선하고 강단 있고. 여타 다른 캐릭터에서 많이 보였던 그런 모습으로 읽히는 게 싫었다. 어떻게 하면 인간적인 면, 약한 면, 허술한 면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시나리오에는 없지만 약해질 때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 김태리. /매니지먼트 mmm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 김태리. /매니지먼트 mmm

-단단하고 진취적인, 매력적인 캐릭터를 많이 소화했다. 그런 캐릭터들이 김태리에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적인 부분도 영향이 있을 거다. 목소리나 그런 것에도 단단함에 깃들어있는 것 같고, 강해 보이고 고집쟁이일 것 같고 털털할 것 같고 그렇게 느껴지잖나. 외모도 밤톨처럼 생겼다. 고애신(‘미스터 션샤인’)을 맡겨도 될 것 같이 생긴 것 같다.”

-캐릭터가 김태리를 만나 더 매력적으로 완성된 게 아닐까. 
“아니다. 사람들이 ‘김태리 아닌 희도는 상상이 안 된다’고 하는데, 난 속으로 ‘아니요?’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다른 사람의 나희도가 되는 거다.(웃음)” 

-‘외계+인’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사랑을 받는 법을 배웠다. 칭찬이나 나를 애정 하는 마음에 대해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배운 것 같다. 예전에는 사랑을 받아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나는 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아름답고 가치 있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 저들이 나의 이면을 몰라서 저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깔고 뭉개고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런데 ‘외계+인’을 하면서 명백하게 직시하게 됐다.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구나,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 느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날 사랑해 준다는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1부에 대한 한 줄 평을 남기자면. 
“객석에 앉은 순간 시간의 문이 열릴 거다.”

-2부 기대 포인트도 꼽아 달라. 
“이하늬 씨가 아주 재밌는 캐릭터로 나온다. 깜짝 배우들도 나온다. 무대인사 인원이 바뀔 거다. 그게 관전 포인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