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간의 왕래가 적어진 요즘 세상에서 이웃의 존재감을 느끼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층간소음이다. 층간소음을 통해 이웃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지만 오히려 불편과 분노, 고통을 부른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겪은 지난 2년간 재택근무, 재택학습 빈도가 높아지며 더 많은 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시사위크>는 층간소음 피해 상황과 입법으로 해결 가능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국토교통부와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약 60% 이상은 아파트·다세대 주택·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에 노출됐다는 의미다. /게티이미지뱅크
국토교통부와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약 60% 이상은 아파트·다세대 주택·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층간소음으로 인한 불편에 노출됐다는 의미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층간소음으로 이웃의 존재를 확인할 때면 반가움보다는 짜증이 솟구친다. 기자의 경우에도 다세대 주택 거주 당시 윗층에서 들려오는 정체모를 진동음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적이 많았다. 심지어 새벽에도 들렸으니 말이다. 

최근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에서 고미호(임윤아 분)가 윗집의 층간소음에 분노해 이웃과 갈등에 휩싸이는 내용이 나올 정도가 됐다.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아 이같은 내용의 드라마가 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뉴스를 찾아보면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해 폭행, 심지어는 살인까지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발견한다. 그만큼 층간소음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불편사항인 셈이다. 

◇ 공동주택 거주 비율 60% 이상

국토교통부와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약 60% 이상은 아파트·다세대 주택·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파트가 51.1%, 다세대 주택이 9.4%, 연립 주택이 2.1% 등이고 단독주택이 31.1%다. 

공동주택은 위층의 바닥과 아래층의 천장, 옆집과의 경계벽을 공유하는 구조기 때문에 이웃에서 발생하는 소음 및 진동이 바닥과 천장, 경계벽을 등을 통해 전달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소음과 진동에 취약한 건축물일 경우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신고는 2012년 8,795건에서 2021년 4만 6,596건으로 5.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2012년 8,795건 △2013년 1만 8,524건 △2014년 2만 641건 △2015년 1만 9,278건 △2016년 1만 9,495건 △2017년 2만 2,849건 △2018년 2만 8,231건 △2019년 2만 6,257건 △2020년 4만 2,250건 △2021년 4만 6,596건이다. 

2013~2019년에 1~3만건 사이였던 층간소음 신고가 2020년과 2021년에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재택근무, 재택학습 등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법령상 인정되는 층간소음이란 무엇일까.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는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으로서 다른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소음’이다. 일단 걷거나 뛰는 동작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과 텔레비전, 음향기기 등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이 여기에 속한다. 다만 욕실, 화장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ㆍ배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은 제외한다. 또 개 짖는 소리 등 반려 동물이 내는 소음도 법적으로는 소음이 아니다.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은 ‘직접충격 소음’과 ‘공기전달 소음’으로 나뉘고 주·야간에 따라 기준도 달라진다. 직접충격의 소음은 주간(6~22시)에는 1분간 등가소음도가 43dB, 최고소음도가 57dB이며 야간(22시~6시)에는 1분간 등가소음도가 33dB, 최고소음도가 52dB 이상일 경우에 인정된다. 공기전달 소음의 경우 5분간 등가소음도가 주간 45dB, 야간 40dB을 넘으면 층간소음으로 구분된다. 

층간소음은 이웃 간 분쟁 뿐 아니라 폭력, 혹은 살인까지도 유발시킨다. 사진은 지난 2021년 인천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으로 아래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뉴시스
층간소음은 이웃 간 분쟁 뿐 아니라 폭력, 혹은 살인까지도 유발시킨다. 사진은 지난 2021년 인천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으로 아래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뉴시스

◇ 층간소음 처벌, 현실적 어려움… 근본 대책 필요

하지만 층간소음으로 인한 처벌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지만 처벌 조항은 없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21항에는 ‘악기·라디오·텔레비전·전축·종·확성기·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범죄인에게 내리는 경미한 수준의 재산형)의 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고, 소음의 정확한 정도와 출처를 증명해야 하므로 생활에서 마주치는 층간소음 처벌은 어려운 현실이다.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나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층간소음을 겪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소·고발로 이어지면 당사자들 사이에 골이 더 깊게 파이고 보복심리를 유발해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6월 층간소음 대책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경실련은 “지금까지의 층간소음 문제 해결 방안은 이웃 간 분쟁 차원에서 논의되거나 개인의 문제로 접근해왔다”며 "이런 접근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건축구조의 변화, 공동주택 신축 시 층간소음 차단 성능 검사 등의 근본적 해결방안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같은 현실을 해결하고자 국회에서는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또 4일부터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시공사 등 사업자가 사전에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인정받은 구조대로 아파트를 짓던 방식은 중단되고, 공사가 끝난 뒤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한 검사기관의 성능검사를 받아 인정을 받아야만 아파트 입주가 허용된다.

또 국토부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 바닥 슬래브 두께를 현재 기준(210㎜ 이상)보다 두껍게 하는 경우 용적률을 5% 가량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닥 슬래브가 두꺼워지면 아파트 총 층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용적률을 기존보다 올리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이달 10일 전후로 발표될 주택공급 계획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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