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간의 왕래가 적어진 요즘 세상에서 이웃의 존재감을 느끼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층간소음이다. 층간소음을 통해 이웃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지만 오히려 불편과 분노, 고통을 부른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겪은 지난 2년간 재택근무, 재택학습 빈도가 높아지며 더 많은 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시사위크>는 층간소음 피해 상황과 입법으로 해결 가능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는 사례가 늘어감에 따라 정부와 업계가 함께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게티이미지뱅크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는 사례가 매해 늘어감에 따라 정부와 업계가 함께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지난해 윗집의 가벼운 핸드폰 진동소리가 바닥을 울려 아래층 세대에 천둥소리처럼 울리는 사례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이것이 유독 문제가 된 이유는 서울 잠실지역의 대표적인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 한 채에 70억 원이 넘는 한남동의 아파트의 경우, 윗집에서 가볍게 걷는 소리가 아랫집에서는 ‘망치’ 소리처럼 들려 실내에서 슬리퍼를 착용해달라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평당 1억 원을 호가하는 아파트들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니 근본적인 원인은 설계 시공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국토부도 대책 마련에 골몰

층간소음 문제가 바닥 구조 자체에 있다는 것은 지난 2019년 감사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당시 감사원이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가구와 민간회사가 시공한 6개 민간아파트 65가구 등 191가구를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전체의 96%인 184가구가 사전에 인정받은 성능 등급보다 실제 측정 등급이 낮게 나왔다. 이 중 60%(114채)는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성능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가구의 층간바닥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사전 성능 시험을 통과한 바닥구조로 시공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 결과 바닥구조 사전 인증과 현장 시공, 사후관리 등 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감사원은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사후 관리도 엉망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감사 대상인 LH와 SH공사의 126개 현장 중 111개 현장(88%)이 공사 시방서 등과 다르게 바닥구조가 시공됐다. 19개 지자체의 공동주택을 검사해 13개 공인측정기관이 제출한 205건의 성능측정성적서를 감사원이 재검토한 결과, 전체의 13%인 28건만 측정 기준에 따라 측정이 이뤄졌다. 이 중에는 성능측정성적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관련 제도를 조속히 개선하겠다고 밝혀면서 현행 사전인정제도에 더해 사후에 차단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에 도입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그 대표적인 방안이다. 지난 2월 국회 논의를 거쳐 주택법이 개정됨에 따라 4일부터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은 뒤에도 층간소음 검사를 받게 되고, 바닥 소음 기준도 기존보다 강화됐다.

검사 방식도 지금까지는 시공 전 바닥 모형으로 층간소음을 확인했는데, 앞으로는 완공 후 현장에서 검사를 하게 된다. 공사가 끝난 뒤 지정된 검사기관에서 층간소음 테스트를 받고, 여기서 통과해야 아파트 입주가 허용된다. 만약 바닥충격음 성능이 사후검사에서 미달 판정을 받으면 보수보강 공사를 하거나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해야만 한다.

국토부 측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질문에 “층간소음 갈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4일부터 사업 승인을 받는 공동주택에 적용이 되는 만큼 실제 입주 날짜 등을 고려하면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때까지는 2~3년의 공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완시공과 손해배상이 ‘권고’ 사항인만큼 실질적 효과가 있겠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에서는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10일 전후로 발표될 ‘주택 250만호+α 공급계획’에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바닥 두께를 두껍게 시공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층간소음은 건설사가 해결해야 하는데 바닥 두께가 두꺼워지기 때문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 30층 올리는데 한층 더 올리도록 하면 된다”고 밝혔다. 국토부에서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 바닥 슬래브 두께를 현재 기준(210mm 이상)보다 두껍게 하는 경우 용적률을 5%가량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연면적 비율이다. 바닥 두께를 두껍게 시공하면 건축비가 많이 드니 용적률을 올려줘 건설사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건설 업계에 따르면 기존 210mm인 바닥 슬래브를 300mm로 더 두껍게 하면 층간소음은 3데시벨 가량 낮출 수 있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로 30층 아파트의 경우 한 층을 더 올릴 수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건설업계도 기술개발 매진

소위 ‘브랜드 아파트’도 층간 소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건설사들은 오명을 벗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금부터 시공하는 아파트가 완공 후 기준치에 미달할 경우 보완 시공 등이 권고되는 만큼 업계에서도 너나없이 최신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이다.

4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3사는 ‘층간소음 저감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서 업계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한 셈이다.

이번 협업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제 협약식을 한 수준이니 연구를 이어가봐야 실효성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기존에 각 사 전담부서에서 연구하고 있던 부분을 협력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회사 측의 노력에 대해 “롯데건설에서는 기술연구원에서 연구용역으로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하던 중 작년에는 전담 TF팀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전문 연구를 시작했다”며 “각 사에서 이와 같은 노력을 기울이던 중 업계의 발전을 위해 손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5월 층간소음 전용 연구시설인 ‘래미안 고요안(安) 랩(LAB)’을 개관한 바 있고, 포스코 건설 또한 TFT에서 하이브리드 강성보강 바닥시스템(안울림, Anwoolim)을 개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에 발맞춘 바닥구조 개선 뿐 아니라 입주민 스스로 층간소음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보완책을 들고 나왔다. DL이앤씨(구 대림산업)는 ‘층간소음 알리미’ 상용화에 나섰다. 거실과 세대 내 벽면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일정수준 이상의 진동이 감지되면 월패드와 모바일 기기에 자동 알림을 보내 자체적으로 층간소음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이미 지어진 집에 대한 보강 공사 등에 정부의 보조금 지원 사업 등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매트 시공 비용 지원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신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아파트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한 보강 공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장관은 “소프트볼을 넣거나 매트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층간소음 완화를 위한 각종 공사를 할 때 가구당 300만원 가량을 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고, 국토부가 장려금 형태의 지원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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