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당헌 80조’ 개정 논란이 비대위의 절충안으로 일단락 되는 듯 했으나 당내에서의 혼란은 물론 여권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는 당헌 제80조 1항의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이 규정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재명 의원에 대한 ‘정치보복 수사’로 악용될 수 있다며 수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후 당내 계파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친명계(친 이재명) 의원과 당원들 사이에는 이 의원을 지키기 위해 고쳐야하는 조항이지만, 비명계(비 이재명) 의원들은 이 후보과 관련해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성남FC 불법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10여 개 의혹으로 검‧경 수사가 본격화 하는 시점에서 당헌 개정 논의를 하는 것은 ‘방탄용 개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는 16일 오전 이 규정을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안을 의결했다. 당내 치열한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이뤄진 전준위의 결정에 비명계 의원들은 의원총회 자유발언 등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고, 3선 의원 모임은 비대위 측에 반대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논란이 커지자 비대위회의에서 당헌 80조 1항은 유지시켰으나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앙당 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당직 정지)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3항을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전준위 안과 같이 기소 당하더라도 선고전까지 유예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무정지를 정무적인 판단이 가능한 당무위가 구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항이 수정되지 않은 것에 이 의원과 함께 당 대표에 도전하고 있는 박용진 후보는 광주 KBS를 통해 방송된 광주·전남 TV토론회에서 “박용진 원칙의 승리, 당원과 국민 상식의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고, 이 후보는 원래 개정 강행에 뜻이 없었다는 듯 “당은 현재 지도부가 있고, 지도부가 나름의 결정을 했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받아들였다.

따라서 비대위의 당헌 개정안이 오는 19일 당무위원회의 인준을 받은 뒤 24일의 중앙위원회를 거쳐 개정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재명 의원의 비대위 결정 존중에도 친명계 당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와 박용진 후보가 17일 오후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총국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와 박용진 후보가 17일 오후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총국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당헌 80조 개정 논란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뉴시스

◇ 공세에 난처한 민주당 지도부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는 ‘당헌 80조 완전 삭제를 요청합니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금은 비정상적인 검찰 공화국이다. 검찰의 기소는 정경심 교수의 기소만으로 얼마나 쉬운지 알 수 있다. 지금은 정치보복 수사로 칼끝이 민주당의 목줄까지 쥐고 있다”며 “정치적 판단을 검찰에 맡길 수는 없다. 반드시 당헌 80조 완전 삭제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글은 18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3만7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은 문재인 정부시절 청와대 청원 게시판과 유사한 성격으로, 청원글 게시 후 30일 동안 권리당원 2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지도부에 보고 되고,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경우 지도부가 청원 내용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청원에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같은 내용을 세 번, 네 번 다룰 수는 없다”며 “당헌 개정을 원했던 당원들의 입장에서 절충안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받아줬으면 한다”고 재논의 가능성이 없음을 밝혔다.

당 내부의 반발은 물론 여권의 공격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18일 논평을 통해 3조의 개정을 “이재명 의원의 사당화”로 규정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차라리 부끄러움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려야 한다”며 “당무위원회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주축이 된 의결기구다. 만일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당대표가 의장이 되는 당무위원회에서 자신의 직무를 정지하지 않을 수 있도록 ‘셀프 면죄’가 가능해진 셈”이라고 질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또한 “대국민 눈가림용 연막을 치고 스텔스식 개정을 통해 다른 조항을 은근슬쩍 바꾸는 꼼수로 ‘이재명 방탄대표’의 길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라며 “완전 셀프 면제권이며, 유권무죄 무권유죄다. 이 의원과 그의 친위세력들은 ‘개딸’들의 위세 만을 믿고 대한민국의 정당한 법 집행을 정치 탄압으로 몰아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의 길을 열었다”고 꼬집었다.

허은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겉으로는 유지하는 것으로 했는데 이렇게 언론 플레이를 하는 걸 보면서 역시 민주당은 꼼수 중에 꼼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대명이 실현돼 이 의원이 대표가 되고, 기소가 되면 국민도 민주당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한 여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인터뷰에서 당헌 개정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민주당이 ‘이재명 지키기’에 혈안이 돼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김대중‧문재인 대통령 모두 첫 대권 도전 후 몇 년간의 휴지기를 가진 후 대통령에 당선이 됐다는 점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몇 년 후 오늘이 당에도 개인에게도 뼈아픈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민의힘도 비슷한 당헌 개정을 시도한 적 있지만 결국 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국민의힘 비대위 조항 보고 당헌 잘 고치셨더라. 그런데 왜 거기서는 배우는게 없느냐. 전당대회 끝나면 이 논란이 끝날 것 같냐. 절대 아니다.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다. 상대당이지만, 진심으로 걱정되서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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