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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기블리 GT 전측면. 전면부의 낮고 좌우로 넓게 디자인된 라디에이터그릴 및 포세이돈의 삼지창 로고는 존재감을 키우는 요소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마세라티는 지난해 7월 국내 시장에 브랜드의 첫 전동화 모델 ‘기블리 GT(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기블리 GT는 마세라티 브랜드의 첫 하이브리드(HEV)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난해 하반기 68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으며, 올해는 1∼7월 94대가 판매됐다. 1억원이 넘는 몸값에도 월 평균 10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면서 마세라티의 실적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마세라티 기블리 GT가 고가의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엔진을 얹으면서 다운사이징을 이뤄내 연료 효율 개선 및 자동차세금 부분에서 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차량 가격도 기존 내연기관 모델 대비 소폭 인하한 점도 주효했다. 여기에 마세라티라는 브랜드가 갖는 ‘프리미엄’과 ‘슈퍼카 브랜드’라는 인지도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마세라티 기블리 GT를 두고 ‘가성비 슈퍼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마세라티 기블리 GT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무조건 ‘풀옵션’을 선택할 필요가 있어 ‘가성비’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애매한 측면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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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기블리 GT 측면. / 제갈민 기자

◇ “엔트리 모델이라고 무시하면 안 돼” 장인정신 깃든 마세라티 기블리 GT

마세라티 기블리 GT는 준대형(E세그먼트) 세단으로 일반적인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기함급(플래그십)에 준하는 모델에 해당하지만 마세라티 브랜드에서는 엔트리 모델이다.

엔트리 모델이라는 이유로 마세라티 기블리는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평가절하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더군다나 기블리 GT 모델은 48V MHEV 시스템을 탑재하면서 다운사이징을 이뤄내 엔진 배기량이 1,995㏄(2.0ℓ) 4기통에 불과하다.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작은 엔진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성능은 최고 출력 330마력(ps)·최대 토크 45.9㎏·m의 힘을 발휘한다. 약간의 출력 저하가 이뤄지긴 했지만 기존의 2,979㏄ V6 엔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정도다. 다운사이징 덕에 복합 공인 연비는 V6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던 모델 대비 1㎞/ℓ 개선된 8.9㎞/ℓ를 달성했다.

또한 일상 주행 영역인 1,500rpm(분당 엔진 회전수) 및 1,750rpm에서 최대 토크의 80%(35.7㎏·m), 90%(41.8㎏·m)를 뿜어낸다. 굳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엔진을 고회전 영역까지 전개하지 않아도 빠른 가속성능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시승 간에 가속 성능이나 고속에서의 항속 주행 느낌은 부드럽고 편안했으며 외부 소음 유입도 적었다.

다운사이징을 통해 배기량이 2.0ℓ급까지 낮아진 엔트리 모델이지만 마세라티 차량만의 감성은 여전한 부분이다.

성능 외에도 외관 디자인이나 실내 인테리어 부분에서도 마세라티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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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기블리 GT는 달리기에 편안하면서도 충실한 차량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큰 패들시프트가 장착됐으며, 2열 공간이 약간 좁은 편이다. / 제갈민 기자

마세라티 브랜드는 엔트리 모델과 플래그십 모델에 대해 차별하지 않고 전부 소수의 소비자를 위해 섬세한 수작업으로 생산한다. 덕분에 외관 디자인부터 실내 인테리어까지 고급스러운 소재가 대거 적용돼 실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명품’의 나라 이탈리아 태생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점이다.

마세라티 기블리 GT의 외관 디자인은 전형적인 ‘롱 노즈 숏 데크’ 형태로 설계돼 스포티한 이미지가 부각된다. 여기에 곡선미가 가미돼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외관에서 부각되는 부분으로는 단연 거대한 라디에이터그릴과 그릴 중앙에 위치한 마세라티 트라이던트 로고다.

좌우로 넓게 디자인된 세로형 라디에이터그릴은 일반적인 E세그먼트 세단과 달리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게 위치해 무게 중심이 낮게 느껴진다. 공기역학을 고려해 고속주행에 적합하게 설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내는 천연가죽과 알칸타라, 우드 소재를 가감 없이 사용해 고급스럽다. 특히 두꺼운 가죽시트는 착좌감이 상당히 편안하다. 다만 헤드룸이 낮아 앉은 키가 큰 운전자가 시트 포지션을 높게 설정하면 루프(천장)에 머리가 닿기도 한다.

센터페시아 및 센터터널 조작부는 디지털화를 거치면서도 직관성을 강조했다. 센터페시아 공조기 조작부는 물리버튼으로 남겨둬 조작이 편리하며 계기판의 속도계와 rpm 게이지를 바늘이 움직이는 아날로그 형태로 설계해 시인성을 높였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원형의 아날로그 시계도 탑재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센터페시아 터치스크린은 스크린 하단부에 홈 버튼과 미디어·차량설정·시트 기능 조작·스마트폰 연동 등 주요 메뉴를 배치해 빠른 조작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무선 커넥트(연결) 기능도 지원해 안드로이드오토·애플카플레이 기능을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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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기블리 GT 실내 주요 부분.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연결해 애플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오토를 사용할 수 있다. 1열 콘솔박스 내부에는 음료를 보관할 수 있는 홀더 2구가 존재하며 내부에는 작은 공기 순환 장치가 설치돼 공조기를 작동할 시 음료를 시원하게 또는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불편한 점도 존재한다. 주행 간에 불편한 점으로는 룸미러로 보는 후방 시야가 좁다는 것이다. 이는 기블리 GT의 후면 유리창 면적이 좁은 것과 2열 시트의 헤드레스트(머리받침대)가 높게 설계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좌우 사이드미러는 광각거울이 탑재돼 차로 변경 시 편리하다.

또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는 센터페시아 최하단의 덮개를 눌러 열면 수납하는 형태로 설계됐는데 크기가 다소 작게 느껴진다. 케이스를 씌운 큰 크기의 스마트폰은 무선충전 패드를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컵홀더는 센터터널 기어노브 우측에 2구가 존재하는데 앞쪽의 컵홀더에 텀블러 등 음료를 보관한다면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 이용은 더 불편하다.

여기에 비상등 위치가 기어노브 앞쪽에 위치하는 점도 불편하다. 비상등을 켜기 위해서는 기어노브 좌우로 손목을 꺾어 눌러야 한다. 페이스리프트나 풀체인지 모델을 설계할 때는 센터페시아 상단이나 터치스크린 하단부로 이동한다면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2열 승객 입장에서도 불편한 점이 존재한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은 대부분 2열 탑승객의 편의를 위해 센터터널 후면에 USB 포트를 설치하는데 마세라티 기블리 GT는 2열 USB 포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준대형 차량임에도 2열 공간이 약간 좁은 편이다. 2열 레그룸이 좁은 이유는 1열 시트가 두껍기 때문으로 보인다. 운전자 중심으로 차량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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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기블리 GT 후측면. / 제갈민 기자

◇ ‘베이스’ 트림, ACC·HUD·통풍시트 없어… 상위트림 선택 시 경쟁자 쟁쟁

성능과 디자인·인테리어 부분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지만 등급에 따른 편의사양 차등 적용은 아쉬운 점이다.

시승한 모델은 기블리 GT 베이스 트림인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나 차로 유지 및 차로 이탈방지 보조 기능(LKAS)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탑재되지 않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통풍시트도 지원하지 않는다.

HUD의 경우에는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탑재가 돼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옵션으로 제공하는 것이 이해되지만 ADAS의 경우 편의기능임과 동시에 안전과도 연관이 있는데 이를 기본 적용하지 않은 점은 기블리 GT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분으로 보인다.

또한 시트 통풍 기능도 베이스 트림은 지원하지 않는다. 장시간 운전 시 쾌적함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이다.

더군다나 마세라티 기블리 GT는 1억원이 넘는 만큼 경쟁자들도 상당히 쟁쟁하다. 1억2,000만원 내외의 경쟁모델로는 △메르세데스-벤츠 CLS 53 AMG 4매틱+ △메르세데스-벤츠 AMG E53 4매틱+ △BMW 5시리즈 M550i X드라이브 △아우디 S7 등이 있다. 이러한 모델은 대부분이 풀옵션으로 제공되는데 이들과 비교할 시 기블리 GT 베이스 모델은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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