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당 지도부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당 지도부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해=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14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관례적으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해왔다. 이날은 이재명 당 대표의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시점에서의 방문인 만큼 야권 집결의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너무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마시라”고 일갈한 이재명 대표는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봉하마을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도착하기 전 이미 지지자들과 취재진 등 100여 명이 모여 이 대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도부를 태운 버스가 도착하자 파란 티셔츠 등을 입은 지지자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이재명 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고민정 최고위원 등의 이름을 연호했다.

검은 양복 차림의 이 대표는 묘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화답했고, 노무현 재단 관계자들을 비롯한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싸인이나 사진을 요청하는 주민의 요청에도 응했고, 한 어린이가 ‘나의 대통령’이라고 쓴 과자를 선물하자 받아주기도 했다.

묘역 참배는 엄숙하게 진행됐다. 이 대표는 참배단 대표로 국화를 한 송이 들고 헌화한 후 분향했고, 곧이어 서영교, 고민정, 정청래, 박찬대, 장경태 최고위원이 헌화했다. 최고위원 대표로 분향한 정청래 의원은 내내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참석자들의 분향이 끝난 후 노 전 대통령이 안치된 너럭바위 앞에서 묵념을 하던 중 정청래 최고위원과 박찬대 최고위원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묘역 방문을 마친 지도부는 다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대표는 아이가 다가오자 안아들고 촬영하기도 했다. 휠체어를 탄 시민들이 보이자 가까이 다가간 이 대표는 “열심히 하라”는 시민의 덕담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당 지도부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시사위크 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당 지도부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시사위크 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실용적 민생개혁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실용적 민생개혁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뉴시스

이 대표는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기에 앞서 방명록에 ‘실용적 민생개혁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썼다. 실용적 민생개혁은 이 대표가 당선된 뒤 첫번째로 주문한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의 슬로건이다.

지난 2월 대선 후보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이 대표는 헌화와 분향을 한 후 무릎을 꿇고 너럭바위에 두 손을 올린 채 흐느끼기도 했다. 당시 방명록에 그는 ‘함께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제가 반드시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당시 현장 연설에서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었고 문재인의 꿈이고 그리고 나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라고 말한 바 있다.

7월에도 봉하마을을 방문한 이 대표는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이기는 민주당으로 꼭 만들겠습니다’는 글을 남긴 후 기자들과 만나 “제 정치인생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가리키는 방향대로, 노 대통령께서 열어준 길인 정치개혁·정당개혁의 길을 따라서 여기까지 왔다. 모두 함께 사는 세상을 모두 힘을 합쳐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방문에서는 묘역 앞에서의 추도사 권유도 거절한 채 극도로 말을 아꼈다.

30여분 간 권 여사를 예방한 이 대표는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을 지나친 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곧장 차에 올라탔다. 안호영 대변인은 “안에서도 특별한 정치 현안 이야기는 없었다”며 “(이 대표가) 권 여사의 건강에 대해 여쭤보고 앞으로도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정도를 했으며, 대부분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봉하마을 방문에 대해 안 대변인은 “당 대표가 되시며 통상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묘소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는게 관례였기 때문에 왔다”고 짧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여사가 이 대표를 향해 “요즘 어려운 민생을 잘 챙기고, 사회적 약자를 잘 보살피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덕담을 했다고 전했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가 민생 이슈에 집중하는 가운데 권 여사가 새 지도부의 당 운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는 것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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