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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인터뷰] 윤종빈 감독, 시리즈 ‘수리남’ 택한 이유
2022. 09. 15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윤종빈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윤종빈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지난 9일 공개된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공개 3일 만에 누적 시청 시간 2,060만을 기록한 것은 물론, 한국‧홍콩‧싱가포르‧케냐 등 13개국의 TOP10 리스트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수리남’은 영화 ‘공작’ ‘군도:민란의 시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온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첫 시리즈다. 윤 감독은 실제 수리남에서 활동한 한국인 마약왕의 실화를 모티브로, 낯선 나라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 대부와 그를 검거하기 위해 손잡은 민간인과 국정원의 비밀스러운 작전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냈다. 

작품의 배경을 쌓아 올리는 데에도 치밀한 준비를 아끼지 않았다. 해외 로케이션 헌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윤종빈 감독은 직접 남미의 여러 국가를 답사하며 정보와 자료를 수집했고, 국내에 지은 대규모 오픈 세트는 어떤 장면을 한국에서 촬영했는지 알아보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남미의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톤 앤드 매너를 완성했다. 

윤종빈 감독은 15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나 ‘수리남’의 시작과 시리즈로 연출하게 된 이유, 촬영 과정 및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글로벌 호평을 얻고 있는 ‘수리남’. /넷플릭스
글로벌 호평을 얻고 있는 ‘수리남’. /넷플릭스

-첫 시리즈 연출이었다. 스크린이 아닌, OTT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공개한 소감은.  
“스크린에서 못 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는데, 파급력은 엄청나더라. 작품 하면서 가장 많은 전화를 받은 것 같다. 심지어 초등학교 동창에게까지 전화가 왔다. 보험회사 직원도 잘 봤다고 연락을 했더라. 해외에서도 보고. 아침에 보니 니콜라스 케이지도 리액션을 올렸더라.(웃음)” 

-영화보다 더 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어땠나. 
“황당했다. 이런 일이 있나? 말이 돼? 생각했다.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그 위험한 곳에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언더커버 활동을 했는지, 인생의 큰 부문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런 걸 했을까 납득이 안 되기도 했다. 그래서 K씨(강인구 실제 모델)를 직접 만났는데, 얼굴을 보니 이해가 되더라. 진짜 강하게 생겼다. 특수부대 출신 같은 느낌?

강인구의 전사 80% 이상 실제 이야기를 썼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동생 세 명을 키웠고…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았고 정말 강인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납득이 됐다. 시리즈 초반에 강인구가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됐다. 일반인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 남다른 행동력과 강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을 설명하고 넘어가야 납득될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 이야기가 너무 영화적이고 클리셰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덜어낸 게 더 많다. 조금 더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2시간짜리 영화가 아닌, 6부작 시리즈로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간을 축약하기 쉽지 않았다. 앞에 자르고 뒤에 자르고 2시간짜리 언더커버물로 만드는 것은 장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시리즈로 하는 게 훨씬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강인구)의 아버지로서의 모습, 왜 수리남에 가게 됐는지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을 영화로는 다룰 수가 없는 거다. (연출 자체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영화로 따지면 액션물이 될텐데, ‘범죄와의 전쟁’과 비슷한 느낌이 날 것 같아서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주위에서 계속 하자고 하더라. 제일 잘하는 것이고 재밌는데 왜 안 하냐고. 영화인들 말고 일반 친구들도 ‘범죄와의 전쟁’ 같은 거 한 번 더 안 하냐고 이야기도 많이 해서, 대중이 나에게 이런 걸 원하는 건가 생각도 들었다. 시리즈로 더 풍부하게, 재밌게 해보자 하는 생각에 하게 됐다.” 

윤종빈 감독이 강인구 캐릭터 구축 과정을 밝혔다. /넷플릭스
윤종빈 감독이 강인구 캐릭터 구축 과정을 밝혔다. /넷플릭스

-‘범죄와의 전쟁’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부성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강인구 캐릭터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도 ‘부성’이었는데, 어떤 의도를 담고자 했나. 
“‘범죄와의 전쟁’ 같은 경우는 아버지 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만든 영화고, ‘수리남’은 의식하진 않았다. 큰 테마로 잡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이 이야기를 설명하려다 보니 빠지면 안 되겠더라. 강인구라는 사람이 수리남으로 떠나게 된 동기는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거다. 가난한 아버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게 가장 큰 동기였다. 끝나보니 결국 아버지처럼 살고 있는 이야기가 돼버린 것 같다. 전요환과 강인구가 비슷한 지점이 있지만, 한 명은 아버지이고 한 명은 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썼다. ‘범죄의 전쟁’은 아버지라, 가족 부양을 위해 나쁜 짓을 했다면, ‘수리남’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선을 넘지 않는 모습으로 표현된 것 같다.”

-전요환 캐릭터에 사이비 목사라는 설정을 더했다. 이유가 있다면.  
“실화에서 가장 많이 각색된 부분이 마약왕, 전요환 캐릭터다. 목사로 설정한 이유는 사이비종교를 다루고 싶어서 라기보다는 설득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실제 이야기에서는 K씨가 홍어 사업을 하기 위해 홀로 수리남에 갔다. 그곳에서 자신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 집에 같이 살았는데, 그 사람이 알고 보니 마약왕이었다. 너무 납득이 안됐다. 또 주인공이 그렇게 속는 게 매력이 떨어지고 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푸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두 사람이 만나는 계기를 시리즈로서 어떻게 매력 있고 설득력 있게 풀까 고민하다가 직업만으로도 믿음을 주고 권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 보니 목사라는 직업을 떠올리게 됐다. 또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실제로 섬에서 사이비 목사가 400명을 강제노역 시키고 그런 사건들이 있었더라.”

-코로나19로 해외 로케이션이 어려워 제주도와 도미니카에서 남미를 구현해냈다. 굉장히 리얼하고 완성도가 높았다. 촬영 과정이 궁금한데.   
“절반 이상 해외 로케이션을 계획하다가 아예 못가는 상황이 됐다. 이게 무슨 ‘서프라이즈’도 아니고, 야산에서 찍어놓고 남미라고 할 수 없잖나. 우길 수 없는 문제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러다 가족여행으로 제주도에 갔는데 커피숍에 가다가 우연히 장소를 발견했다. 이곳을 꾸미면 남미처럼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야자수도 심고 세트도 만들었다. CG도 많이 들어갔다. 3부 엔딩과 4부 초반 브라질 국경 장면이 제주도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수리남’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황정민(왼쪽)과 하정우. /넷플릭스
‘수리남’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황정민(왼쪽)과 하정우. /넷플릭스

-배우들의 연기도 호평을 얻고 있다. 감독은 어땠나.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면.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지만, 찍으면서 재밌었던 것은 황정민 선배와 하정우의 합이 생각보다 굉장히 좋았다는 거다. 연기 스타일도 너무 다르고, 다른 성향을 가진 두 배우인데 합이 너무 좋았다. 황정민은 누구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불같은데, 하정우는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능청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생각보다 굉장히 그럴싸하고 재밌었다.”

-이번 도전을 통해 새롭게 깨달은 게 있다면.  
“아쉬움은 없다. 처음 시리즈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이 가장 컸다. 그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은 없다. 다만 나는 영화감독이고 지금까지 스크린 상영을 전제로 한 작품을 찍다 보니, 극장을 전제하지 않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극장에서 보는 영화라는 장르가 한정되어 간다는 거다. 쉽게 말해 블록버스터나 액션물 위주가 되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게 그런 건가 질문을 던져보면 그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객은 그것을 원하는 것 같고. 그래서 고민이 많다. 그런 부족함을 플랫폼에서 채워주는 것 같다. 이제는 경계가 사라지고 있구나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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