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오징어 게임’ 주역들. /이영실 기자
에미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오징어 게임’ 주역들. /이영실 기자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열심히 만들고 있었고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해왔다. 이미 한국 콘텐츠의 레벨은 어디에 내놔도 보여줄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꽃이 필 때가 온 것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해 9월 공개된 뒤, 단 12일 만에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에서 작품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량 기준 16억5,045만 시간을 기록,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전 세계 최고 화제작이다. 

국내외 유수 시상식을 휩쓸며 파급력을 입증한 ‘오징어 게임’은 최근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이하 에미상)에서 비영어권 시리즈로는 최초로 감독상(황동혁 감독)과 남우주연상(이정재) 등을 포함, 무려 6개 부문을 석권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16일 김지연 싸이런픽처스 대표와 연출자 황동혁 감독, 배우 이유미‧채경선 미술감독‧정재훈 VFX 슈퍼바이저‧심상민‧이태영‧김차이 무술팀장 등 에미상 영광의 얼굴들은 수상 기념 간담회를 통해 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배우상을 수상한 이정재는 영화 ‘헌트’ 토론토국제영화제 참석으로 불참했다.   

-좋은 결과를 얻고 돌아왔다. 기분이 어떤가. 
황동혁 감독 “어제 공항에 이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해 줘서 감사하다. 내일이면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지 1년이 된다. 딱 1년이 되는 순간,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서 많은 트로피, 배우 그리고 스태프들과 함께 마지막 자리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영광스럽다. 평생 기억에 남을 여정이 된 것 같다.” 

-한국 콘텐츠를 향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 콘텐츠 자체에 대한 완성도뿐 아니라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역할도 컸다. 이러한 인기가 유지되려면 제도적으로 어떤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지연 대표 “‘오징어 게임’ 공개한지 3일 만에 미국에서 1등을 하고, 일주일 만에 전 세계에서 1등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시리즈를 봤다는 사실에 직면하면서 크게 와닿았던 것은 정말 다른 세상이 왔다는 거다. ‘오징어 게임’의 신드롬 확산을 보면서 이런 것이 이제 되는 세상이 왔구나 쇼킹하고 새로운 팩트였다. 그런 일이 벌어진지 1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이렇게 변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해나갈 것인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서로 피해보지 않으면서 잘 해나가는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활성화되는 시기인 것 같다. 사실 제도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는 담론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의도를 갖고 달려가는 것이 오히려 잘 안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작가들이나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인내심을 주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들과 유형, 무형의 자본들을 투자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에미상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난 ‘오징어 게임’ 팀. /넷플릭스
에미상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난 ‘오징어 게임’ 팀. /넷플릭스

-K콘텐츠의 차별성,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황동혁 감독 “그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항상 대답은 그거였다. 열심히 만들고 있었고,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을 해왔다. 한국은 수출 위주의 나라였다. 작은 반도에 갇혀있기 보다 상품, 인재를 보내려고 노력했던 나라다. 케이팝 제작자들도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것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서 꽃이 필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무엇이 다른가 보다 한국 콘텐츠 레벨이 어디에 내놔도 보여줄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치열하고 다니나믹한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작품의 내용이 빠르게 변하고,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잘 담고 있다. 높은 퀄리티와 더불어 한국 콘텐츠가 사랑받고 관심을 받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다.”

김지연 대표 "이유는 간단하다. 드라마, 영화라고 불리는 장르들은 전 세계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어로 콘텐츠를 누가 보느냐고 했는데 한국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봤는데 이제는 전 세계로 나가는 통로가 있고, 점점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시청자, 관객들도 즐길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남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그런 것도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만드는 배우, 창작자들의 창의성이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콘텐츠가 더욱 발전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정재훈 슈퍼바이저 “내가 맡은 분야에 대해 답을 하자면, VFX가 컴퓨터가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티스트들의 컴퓨터는 도구일 뿐이고, 굉장히 기술집약적이라고 하지만 노동집약적이다. 아티스트들이 고생을 하며 작업을 한다.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다. 인력이 들어가는 쪽, 기술개발 쪽이 발전하고 AI 기술이 개발되면서 인력은 게임 쪽으로 가고 있다. VFX는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발전이 더디다. 이런 부분들을 관심을 가지고 지자체, 정부에서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다.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태영 무술팀장 “200명들이 스턴트들이 와서 한마음 한뜻으로 열연을 했다. 300명 내에서 스턴트를 하는 무술집단이 있다.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인원수 대비 퀄리티가 높다고 자부하면서 하고 있다. 할리우드 스턴트들에게 지지 않다. 끈기와 노력, 꾸준함, 열정과 패기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지지않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그게 서서히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면에 있는 서브 스태프들 응원하듯,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시즌2 계획은. 또 에미상 수상으로 인한 부담은 없는지.  
황동혁 감독 “내년에 촬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공개는 내후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년은 걸릴 것 같다. 대본을 쓰고 있다. 그 다음에는 영화를 해볼까 한다. 그런데 그것은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 ‘오징어 게임’을 쓰고 찍는 것만 상상하면 이가 흔들리고 삭신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앞에 있는 것을 먼저 잘 해내자 하는 생각이다. 부담은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있다. 친구처럼 갖고 가는 것이다. 부담이 때로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넷플릭스와 시즌2 제작비에 대해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황동혁 감독 "당연히 ‘오징어 게임’의 어떠한 성공 덕분에 제작조건은 좋아질 것이다. 좋은 조건으로 이야기를 해왔다.“ 

-넷플릭스와 IP관련된 논의는 했나
김지연 대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계약내용의 디테일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시즌1의 IP로 이슈가 된 걸로 알고 있다. 회사와 제작진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시즌2의 조건을 좋게 만들면서 ‘굿딜’을 했다고 생각한다. 제기되고 있는 IP 소유에 관한 것들은 쉽게 말하면 돈을 대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면서 생긴 이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걸로 알고 있다. 제작사가 힘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초기에 들어갈 수 있는 자본이 있는 게 좋다. 국내는 몇 년에 하나씩 제작을 하는 회사들이 많아 버티기 힘들었다. 제작사가 자기 자본을 갖고 이야기를 한다면 할 수 있다고 본다. 나도 그런 방법들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동혁 감독 “보통 모든 관심이 배우나 주연 배우에게만 쏠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스태프들 수상식이 먼저 열렸고, 좋은 소식이 들려서 배우와 감독들까지 이어져 감사하다. 빨리 즐거움과 행복함을 떨쳐버리고 집필 작업에 매진을 하려고 한다. 2년 후에 나올 시즌2도 많이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을 여러분들을 위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실망시키지 않게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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