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서울제약이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로 제재를 받게 됐습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서울제약이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로 제재를 받게 됐습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4일 주식시장이 마감한 후인 오후 6시 27분, 서울제약은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로 인한 증권선물위원회의 검찰고발 등’을 공시했습니다. 뒤이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기타시장안내’ 공시를 통해 해당 사안으로 인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주권매매거래정지’도 공시했죠.

서울제약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먼저, 서울제약이 공시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제약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2016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결산기에 대해 △매출 및 매출원가 허위계상 등 △외부감사 방해 등의 지적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매출 및 매출원가 허위계상 규모는 △2016년 78억5,100만원 △2017년 177억원 △2018년 254억800만원 △2019년 261억7,600만원 △2020년 1분기 258억6,000만원 등 총 1,029억9,500만원에 달합니다.

서울제약은 또한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과 재고수불부 이중 작성 등을 통해 허위 매출 및 매출원가를 인식해 당기순이익 및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한 사실이 있다고 증권선물위원회의 지적사항을 설명했습니다. 이는 아주 기본적이고 전형적인 분식회계 방식입니다.

아울러 서울제약은 감사인에게 허위의 매출거래증빙 등을 제출하고, 감사인의 외부조회 시 채권·채무조회서를 거짓으로 회신하도록 거래처와 공모하는 등 감사인의 정상적인 외부감사업무를 방해한 사실도 지적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분식회계의 고의성이 다분했다는 의미죠.

그렇다면,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가 적발된 기간은 왜 2016년부터 2020년 1분기일까요?
그 이후부터 현재까진 문제가 없었던 걸까요?

여기엔 서울제약이 겪었던 중대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울제약은 2020년 3월 창업주 일가에서 사모펀드인 큐캐피탈로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이후 큐캐피탈은 전임 경영진들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하고 곧장 2016년~2019년에 대해 재감사를 진행했죠. 그 결과 2020년 8월 서울제약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감사보고서를 재발행하고, 사업보고서 또한 대거 정정했습니다. 당초 발표했던 것보다 매출액은 줄줄이 줄어들었고, 흑자 실적은 적자의 민낯을 드러냈으며, 적자 규모가 커지기도 했죠.

이후 관계당국 차원도 조사가 진행됐고, 이번에 그에 따른 조치 및 결과 발표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서울제약은 어떤 절차를 밟아나가게 될까요?

먼저, 증권선물위원회는 서울제약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감사인 지정 3년을 결정했습니다. 과징금 규모는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전 대표이사 및 전 임원에 대해 해임권고에 갈음하는 퇴직자 위법사실 통보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들이 이미 퇴사한데 따른 것이죠. 또한 회사와 전 대표이사 2명, 전 임원 2명, 전 담당임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들은 향후 검찰의 기소 등에 따라 사법절차를 밟아나가게 될 전망입니다.

‘상장사’로서의 서울제약에 대한 조치도 곧장 내려졌습니다. 서울제약은 이번 사안으로 인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5일부터 주식거래가 중단됐습니다. 한국거래소는 관련 규정에 따라 15영업일 이내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만약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는 해소되고 주식거래도 재개됩니다. 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한다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되죠. 아울러 관련된 절차를 모두 마칠 때까지 주식거래는 중단됩니다.

서울제약 측도 향후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제약은 “관련기관과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회계투명성 제고 및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강화했습니다”라며 “차후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계처리 기준을 준수하겠습니다“라고 밝혔죠.

어쨌든 서울제약은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한동안 후폭풍을 겪는 것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특히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질 경우 일반 투자자들의 애꿎은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다만, 전임 경영진 시절 발생한 일인 데다 해당 사안을 자체적으로 확인해 즉각 조치에 나섰다는 점은 향후 절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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