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의 외교참사 정치탄압 규탄대회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의 외교참사 정치탄압 규탄대회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감사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청부 감사’로 규정하고 시위에 나섰다. 이에 대해 피해 공무원 이대준 씨의 유족 측에서는 “국민의 희생을 정쟁으로 몰고간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현장 회의를 열고 송갑석 의원을 시작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에 항의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5일 오전 박범계 의원이 출근길 시위를 이어가다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에게 시위 피켓을 빼앗겼다.

앞서 감사원은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감사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서면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했고, 문 전 대통령 측은 수령 거부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은 해당 조사 통보에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입장문을 통해 더 이상 서면 조사를 진행하지는 않지만, 중간 감사결과 발표 때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보고서에 명시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감사원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문재인 전 대통령께 서면 조사를 통보하면서 전임 대통령을 모욕하고 있다”며 "감사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전 정부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 피살 공무원 유족 “대통령기록물 공개하라”

5일 오전 박 의원의 피켓을 빼앗은 이씨는 본인의 SNS에 항의한 뉴스 영상을 올리고 “오늘 아침 감사원앞에서 1인시위하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에게 항의를 했다”며 “전 정부 법무부장관으로서 동생의 사건에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SNS에서 “다수당으로서 현재 국감시즌인데 피켓들고 이러느냐, 묻고 따지려면 국감에서 하는게 옳지않느냐,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도 못하고 죽여 놓고 반성은커녕 조작하고 은폐한 사실을 밝혀야함에도 뭐를 숨기고 싶어 국민의 희생을 정쟁으로 몰고 가느냐고 따졌다”면서 “결국 아무런 대답도 안하고 피해버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박 의원은 피켓을 빼앗겼음에도 돌려달라는 손짓을 한 후 20여분 간 시위를 이어나가다 별 다른 입장표명 없이 시위를 종료했다.

이씨는 같은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전달할 항의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항의문에는 “해수부 북한피격 사건은 지난 정부에서 발생했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차일피일 시간끌기로 일관하다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여 역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했다”며 “골든타임 동안 구조나 송환을 위해 아무것도 안했고 죽이고 나서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웠고 뒤늦게 부랴부랴 대국민 성명서만 발표하는 무능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또한 “당시 민주당은 저를 찾아와 국방부 SI첩보를 살펴보니 월북의 정황이 확실하니 인정해라. 어린 조카들을 위해 인정하면 기금을 조성해 보상하겠다고 했다”며 “해경의 최종 발표도 아닌 중간 수사발표만 있었는데 이를 호도하고 월북프레임으로 몰아갔고, 지금 야당의 지위에서 또다시 2차 가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무회의 참석하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가 대통령실과 직접 문자를 주고 받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 /뉴시스
국무회의 참석하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가 대통령실과 직접 문자를 주고 받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 /뉴시스

◇ 민주당 “윤석열 정부의 철저한 정치기획”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서해 공무원 사건이 ‘철저한 정치기획’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국방부 국정감사 과정을 통해 서해 공무원 사건의 결론 번복 자체가 명백한 정치 기획임이 드러났다”며 “국방위 질의 과정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신범철 차관은 올해 5월 24일과 26일에 열린 NSC 회의에서 서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한 수사 종결 논의가 오갔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지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NSC 실무조정회의에 참석한 인원을 거명하며 “이 상임위에서 방향을 마련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 관계 기관이 ‘월북 번복’과 수사종결 계획을 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껏 당시 회의에서는 정보공개소송 관련된 내용 논의만 오갔다고 했는데, 어제 국방위 국감에서 수사 종결 논의 역시 오갔음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6월, 그 어떤 새로운 증거도 나오지 않았는데 돌연 수사결과를 뒤집고 수사를 종결한 것을 두고 비판이 많았다”며 “결국, 이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주도로 관계 기관이 합을 맞춰 종결 시점을 정하고 말을 맞춘 것임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해당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입장문을 통해 “당시 NSC 회의에서는 ‘서해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정보공개청구소송 항소 취하’와 관련한 사항이 논의됐다. 월북 번복과 수사 종결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며 “전날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여러 질의에 대해 국방부 장관과 차관은 당시 NSC 회의에서 월북이나 수사 종결에 대한 부분이 논의되지 않았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근거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재반박했다.

하지만 같은 날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게 감사원의 언론 대응과 관련해 상의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민주당의 ‘정치감사’ 주장은 더욱 거세졌다.

유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장에서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 수석에게 보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 자료로 추청된다. 실제로 유 사무총장이 이 수석에게 메시지를 보낸 시각은 오전 8시 20분 경이고, 감사원은 관련 해명자료를 이날 오전 11시 20분 쯤 배포했다.

대통령실과 독립된 지위의 감사원에서 대통령실에 해명자료를 미리 공유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문자의 내용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목한 정치감사의 배후가 대통령실로 드러났다”며 “감사원 유병호 사무총장과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간의 문자내용이 이를 입증한다. 두 사람의 문자는 감사원 감사가 대통령실의 지시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정치감사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감사원은 독립적 헌법기관의 일이라 언급조차 적절치 않다’던 말이 모두 새빨간 거짓이었다”며 윤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기자회견에서 감사원의 문재인 대통령 서면조사에 대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던 것을 직격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모두 해당 사건에 입을 열지 않고 있는만큼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여야의 정쟁은 한동안 결론을 짓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