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김현수 기자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급격히 변화하는 과도기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 업계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이르면 2030년, 늦어도 2035년 내연기관 모델 생산을 멈추고 완전히 전동화를 목표로 전기차(EV)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일부 전기차 제조사에서는 2030년 이전에 내연기관 생산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까지 얘기하는 실정이다. 현재 소비자들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미래에는 전기차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 자동차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배터리 원료 채굴 과정에서 환경 파괴가 심각해질 수 있으며, 전기차를 생산하는 과정과 전기차의 동력원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필요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를 강제로 제한하고 전동화 모델로 급격히 전환을 이뤄내려 한다면 반작용이 따를 수 있으며 오히려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며 전기차로의 전환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꼬집는다. 전기차의 무공해와 관련해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국내 자동차업계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를 만나 전기차와 관련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눠봤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안양에 위치한 대림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가 주행 간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차량 제조 및 주행에 사용되는 전력을 친환경 발전으로 생산하지 못한다면 전기차를 무공해 차량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 “전기차, 현재로선 완전무공해차 아냐… PHEV, 전동화 징검다리 역할 해야”

최근 자동차업계는 ‘전동화’가 화두다. 전동화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은 업계에서 대체로 동의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단계적으로 전동화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해 약간의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속도조절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김필수 교수도 이러한 의견 차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시각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의 숨은 문제점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기차 생산부터 이용, 폐차에 이르기까지 전기차에 쓰이는 전력을 생산할 때는 불가피하게 탄소 등 온실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를 무공해 자동차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주행 과정에서 탄소를 비롯한 대기오염 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 생애주기(전 과정 평가, LCA)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측정하면 결국에는 전기차도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상황이라 완전한 무공해차량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가 지난 2020년과 2021년 자체적으로 실시한 LCA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아이오닉5’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69.6g/㎞로 나타났다. 가솔린·디젤 엔진을 사용한 내연기관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하면 절반 수준의 적은 양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BMW 5시리즈 530e(28g/㎞)나 렉서스 NX 450h+(26g/㎞) 등 주행 간에 탄소배출이 적은 것으로 알려지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을 생산하고 이용하고 폐차하기까지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총량은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생애주기로 시각을 확대하면 하이브리드차가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BMW와 토요타에서 하이브리드(HEV) 및 PHEV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김필수 교수도 “전기차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실제로 전기차 자체는 무공해가 맞지만 여기에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가 친환경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석탄 화력발전을 사용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며 “그러니까 지방에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사용해 전기 만들어내고 서울 시민들이 전기차를 이용하면 서울은 무공해지만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은 엉망이 될 수 있어 전기차를 만드는 공장을 비롯해 충전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도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으로 만들어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전기차가 주행 과정에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공해차라고 얘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전기차로 전환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과도기를 겪는 동안에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 사이를 이어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PHEV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고 혜택을 부여해 (탄소저감 등에 대해) 충분히 인정을 해줘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이 50g/㎞에 해당되는 PHEV 모델이 내연기관 차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고 평가해 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현재는 이를 대폭 삭감하고 취득세 감면 혜택만 소규모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면서 승용 전기차에는 최대 1,500만원이라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이 전기차로만 집중된 모습이다.

/ 김현수 기자
그간 우리 정부는 전기차 보급량만 늘리기 위해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큰 폭으로 책정한 부분이 존재하는데, 보조금 규모를 단계적으로 낮추면서 기준을 더 세밀하게 마련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게 김필수 교수의 주장이다. / 사진=김경희 기자

◇ “전기차 보조금 지급도 좋지만 충전 인프라 투자 선행돼야”

우리나라 정부는 전기차에 대해 폭 넓은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승용 전기차에 대한 국비 보조금은 200만원대 수준부터 최대 700만원까지 책정해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추가로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하는 지자체에서는 800만원을 보조한다.

전기차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가인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정책은 고가의 자동차를 구매할 여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김필수 교수 역시 이러한 점에 동의를 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 정책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적한 사항으로는 △전기차에 대해 너무 많은 보조금을 지원할 필요는 없으며 △현행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부자들을 위한 것으로 보조금 지급 기준을 세세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고 △전기차 보조금 지원보다는 충전 인프라 확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이 너무 많아도 안 된다. 예시로 전기 1톤 트럭(포터EV·봉고EV)은 가격이 4,000만원이 넘는데 보조금 지급 규모는 1대당 2,000만원 이상에 달해서 일부 소비자들은 2,100만원 내외에 차량을 구매한 후 짧게 이용하고 차량을 다시 3,000만원에 중고로 매각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국민의 혈세인 보조금을 개인이 착복하는 것인데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보조금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승용 전기차는 차량 가격이 5,490만원이고,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 최종 출고가는 6,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한다”며 “현행 기준대로면 5,490만원 전기차에 옵션을 이것저것 더해서 차량 가격이 1억원이 돼도 보조금은 100% 다 받을 수 있다. 있는 사람들에게 혈세를 지원하는 정책인 셈인데, 옵션과 관련한 불협화음은 없앨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 사진=김현수 기자
전기차 보급을 늘리고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닌 전기차 이용에 편의를 느낄 수 있도록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김필수 교수는 설명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전기차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줄이고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전국 지자체 중에서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가장 낮은 곳이 서울시로, 승용 기준 200만원인데 다른 지자체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재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더 촘촘하게 구축한다면 향후 보조금을 적게 지급받아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충전과 관련한 불편을 줄일 수 있어 전기차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빌라나 연립주택을 살펴보면 주차면은 4∼5면 정도인데 여기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하더라도 당장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가 없는 구조다”며 “결국 빌라에 거주하는 이들은 전기차를 구매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 이러한 곳에 전기차 완속 충전기라도 많이 설치해 인프라를 촘촘하게 구성하면 전기차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가 제안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방법으로는 빌라 주차장부터 아파트나 오피스 빌딩 지하주차장 주차면의 벽면 또는 기둥마다 전기차 충전기를 태그(인식)하고 완속으로 충전할 수 있는 과금형 콘센트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금형 콘센트 전기차 충전 시설을 빼곡하게 마련한다면 PHEV 및 전기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전기차 충전 전용 구역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충전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전기 사용료는 이용자에게 후불로 청구되며 일반적인 급속충전기 대비 저렴하다는 장점도 존재해 경제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고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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