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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국회 보좌관의 비애…‘51% 체력과 49% 특종의식 필요’
2013. 11. 08 by 최찬식 기자 sisaweek@sisaweek.com

#1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은 불야성을 이룬다. 다음날 있을 의원들의 질의서를 작성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A보좌관은 다음날 있을 법사위원회 질의서를 작성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 의원이 질의서 내용을 만족할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그동안 작성한 질의서를 폐기하고 더 임팩트있는 질의서를 작성하기 위해 그동안 축적된 모든 자료를 뒤지기 시작한다.

A보좌관이 질의서 작성을 끝내고 의원회관 창문을 보자 멀리서 동이 트기 시작한다. 집에 들어가지 못한지 벌써 3일째다. 온몸에 피로가 몰려온다. 질의서를 의원에게 전달하고 관련 내용을 설명하면 법사위 질의서가 비로소 끝나게 된다.

잠시 사우나에 들러 2시간 가량 눈을 부치고 다시 의원회관으로 향한다. 의원회관 6층에 수면실이 있지만 너무 좁아 자리 차지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낼 있을 법무부 관련 질의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피나는 전투가 시작될 것을 직감한다.

#2 전남에 지역구를 둔 P의원실의 H보좌관은 지역민들의 등쌀에 살맛이 안난다. ‘자식이 대학을 졸업했는데 취업을 시켜달라’, ‘해경의 단속이 심해 도저히 고기를 잡을 수 없으니 단속 좀 그만하게 해 달라’ 등 지역민들의 민원은 하루에도 많게는 수십건씩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온다.

지역민들의 민원을 전담하고 있는 H씨는 이런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은 하지만 역부족이다. ‘아들이 대기업 면접만 통과하면 합격하니 손 좀 써 달라’는 민원을 받고 해당 기업의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해보지만 ‘노력은 하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의원실에 민원을 넣었는데도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지역민들은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역민을 위해 그것도 못해 주냐. 다음 선거 때 두고 보자’는 험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H보좌관은 민원에 대해 일이 성사가 되든 성사되지 않든 반드시 민원인에게 전화를 걸어 전후사정을 설명한다. 이들이 곧바로 지역구의 여론을 형성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 대응하면 의원에 대해 지역구에 안좋은 소문만 나돌게 된다. 그래서 지역민들의 민원에 대해선 특별히 신경을 더 곤두세운다.

▲ 정치관계법 설명회에 국회의원의 보좌관, 비서관, 비서, 회계책임자 등 과 정당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송봉섭 중앙선관위 의정 지원과장이 관계법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국회 의원실에 근무하고 있는 보좌관과 비서들은 투통과 위궤양을 안고 살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국회의원 고유의 업무인 법안입안은 기본이고 잡다한 업무까지 더해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데도 최근 국회 비서관에 채용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다. 과거에 비해 국회 비서관이 전문성을 인정받아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홈페이지에 비서관과 인턴을 채용하는 공고가 곧잘 올라온다. 한달에 10곳 이상의 의원 사무실에서 채용공고를 낸다.

한번 채용공고를 내면 많게는 수천통의 이력서가 답지한다. 이들 이력서를 보고 적임자를 골라내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이력서를 제출한 사람들의 스펙은 입이 떡 벌어질만큼 화려하다. 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게 기본이 된지 오래다.

1차로 국회 비서진에서 최종 10명 가량을 선택해 의원에게 이력서를 올려 간택을 받는다. 아무래도 국회가 고위 공직자와 민원인을 상대하다보니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을 선호한다. 물론 의원이 속한 해당 상임위에 관한 지식은 기본이다.

▲ 민주당이 24시간 비상국회에 돌입해 각 상임위별 국감준비 분임토의 중인 9월 30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장병완 정책위의장,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들이 토의 중인 각 상임위별 의원들에게 전달할 음료를 끌고 순회하고 있다.

이렇게 간택되어 의원회관으로 출근하게 된 비서는 첫날부터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한다. 프로들이 모인 의원 사무실은 각 비서가 맡은 일을 알아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맡은 업무가 많아 다른 비서를 도와줄 여력이 없다. 첫날부터 전투를 치를 각오를 하고 출근해야 한다.

그래서 국회 비서진들 사이에선 ‘51%의 체력과 49%의 특종의식이 있어야 여기서 살아 남는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사안이 발생하면 몇 날 몇 일이고 밤샘작업을 해야 하고, 언론이 호기심을 보일 수 있도록 ‘단독기사’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단련된 국회 비서관들은 공기업과 일반 기업으로 스카웃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손해보험협회가 의원 보좌진 출신을 과장급으로 스카웃한데 이어 지난 9월 생명보험협회가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을 대외협력팀 정책위원으로 영입했다.

의정실무를 담당하는 보좌진의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협회와 의정활동 경력이 있는 전직 의원 보좌진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또 청와대 행정관, 의원의 해당 상임위의 공무원, 대기업의 대관업무 등 많은 분야에서 국회 비서관을 채용한다.

이러다 보니 과거보다 국회 비서관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인터넷에선 예비 국회 비서관들의 모임 사이트가 있을 정도다.

▲ 명절 앞두고 국회 의원회관에는 각 의원 사무실로 배달되는 선물이 산더미를 이룬다.

그렇지만 이들은 유혹에도 견뎌내야 한다. 법안입안과 고위 공직자를 상대하다 보니 이권개입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지난 2011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알앤엘바이오로부터 줄기세포 치료 합법화를 위한 법률 심사 요구 청탁을 받고 30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국회비서관 이모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국회 의원실의 보좌관과 비서들은 ‘화려한 외면’만큼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한편, 국회 의원실에선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 7급 9급 비서 각 1명을 둘 수 있다. 최근엔 의원실별로 인턴사원 2명을 추가로 채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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