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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용산참사 5주기,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2014. 01. 27 by 이미정 기자 dlalwjd1234@naver.com

▲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5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와 유가족 및 시민들이 용산 참사 재발방지법과 강제퇴거 금지법 제정을 촉구 하고 있다.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지난 20일은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발생한지 5주기를 맞는 날이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날 참사가 남긴 상처와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유족들은 지금도 거리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시사위크>에선 ‘용산참사 5주기’를 맞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2일 기자는 ‘용산참사 5주기’를 맞아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 위원회’(이하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사무실을 찾았다. 여기서 만난 이원호 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용사 참사와 관련해 “죽은 철거민들이 가해자가 돼 버린 현실이 가장 애통하다”고 토로했다. 

◇“‘용산참사’의 책임은 철거민에게만 지워졌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용산 지역에서 강제 퇴거 위기에 놓인 상가세입자들이 생존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용산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이다 빚어진 사건이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건물을 점거한 지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대대적인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고, 철거민 6명과 경찰 17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날 참사의 책임은 철거민들에게만 돌아갔다.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과 용역직원들의 폭력 문제 등 사건의 책임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음에도 이에 대한 수사는 은폐와 축소 논란 속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 진압작전의 총책임자였던 김석기 서울경찰청장만이 비난 여론에 밀려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날 농성에 참여했던 철거민들 10명은 법적인 처벌을 받았다. 검찰은 참사 당시 망루 4층에서 화염병을 던져 경찰 특공대 소속 김모 경사를 숨지게 하고, 13명의 경찰을 다치게 한 혐의로 이들을 구속기소했다.

 ▲이원호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 위원회 사무국장

이에 대해 이원호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우리가 흔히 참사라고 부르는 이 사건은 오로지 철거민에게만 책임이 지워졌다”며 “무리한 진압과 잘못된 개발에 대해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사건의 진상 규명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애통한 것은 철거민에 대한 재판만 있었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이 사무국장은 “검찰은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청장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 서면 답변서 몇 장으로 조사를 마친데다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경찰들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불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재판은 경찰 1명을 누가 죽였느냐에 초점이 맞춰졌고, 5명의 철거민들이 왜 죽었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묻지 않았다”며 “재판부 유죄 판결에 따라 숨진 철거민들은 사람을 죽인 가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판결문에는 ‘숨진 철거민 5명은 기소된 철거민들과 공모해 경찰에 상해를 입힌 사람’으로 언급돼있다.

◇ “보상보다 진상 규명 원해”

이 같은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이 사무국장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사무국장은 “검찰은 정황적 증거로 화염병이 발화의 원인이라고 판명했지만, 전동 그라인더나 발전기 등 다양한 발화 가능성이 존재했다”며 “재판 과정에서 ‘화염병을 던지는 것을 봤다’는 경찰 특공대의 진술도 번복이 됐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요한 증거였던 발전기 스위치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어처구니없게도 분실하는 사고까지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사무국장은 “뭐가 급하다고 농성 하루 만에 경찰 특공대까지 투입시켰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용산참사 수사기록을 보면, 경찰 지도부들이 ‘무리한 진압이었다’고 진술한 부분이 있는 만큼, 분명히 문제가 있었던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통해 경찰의 강제 진압과 책임자 처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5년째 당시 철거민 진압을 지휘했던 김석기 전 서울청장 등의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0월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용산참사 유족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5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와 유가족 및 시민들이 용산 참사 재발방지법과 강제퇴거 금지법 제정을 촉구 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취임 당시 김석기 사장은 사설 경비원 20명을 고용하고, 바닥에 물을 뿌리는 치졸한 수법으로 유족들의 반대 시위를 저지했다”며 “용산 사태에 대한 진정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채 유족들을 기만하고 있는 김 사장이 과연 공기업의 사장이 될 만한 인사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용산참사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정병두 검사장이 신임 대법관 후보가 된 것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 사무국장은 “정병두 후보는 용산참사 당시 유가족 몰래 시신을 빼돌려 2시간 반 만에 강제부검을 한 뒤 경찰이 ‘무혐의’라며 왜곡 수사 발표한 정치 검찰”이라고 비난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무국장은 용산참사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강제철거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용산 참사 직후 서울시와 정치권에서 재개발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용산참사는 단순히 보상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건이 아니다. 또 다시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강제퇴거금지법 등 근본적인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철거민들과 유족,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등은 용산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통한 책임자 처벌, 주거생존권 보장,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5년 넘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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