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로 27길~이태원로55길 골목마다 삼성일가 대규모 토지 보유
이건희 회장 가족과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 일가 등 거주, '집성촌' 느낌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한남동 하얏트 호텔 아래, 한남동과 이태원 일대는 오래전부터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이 다수 살고 있는 부촌으로 유명하다. 그 중 삼성그룹 일가는 이 일대에 이른바 ‘삼성가족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을 중심으로 이태원로 골목 어귀마다 형제나 직계 자녀들 토지나 자택이 줄지어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의 소유 국보나 보물들이 다수 전시된 리움미술관과 삼성그룹 계열사 사옥 등도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에선 ‘삼성가 타운’으로 불리는 이 일대를 직접 찾아가 봤다.

“여기 그런 사람 안 삽니다.”
이태원로27다길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은 삼엄한 경비를 자랑했다. 실외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있고, 바깥엔 경비 초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기자가 주택 일대를 둘러보고 있자, 경비원으로 보이는 30대 남자가 경계의 눈빛을 보이며 다가와 신원을 물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의 이태원 자택.

이 회장의 자택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남자는 “처음 듣는 얘기다. 그런 사람은 살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 회장의 자택은 고급 주택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규모와 높은 담벼락은 마치 ‘철옹성’을 연상시켰다.

◇경비 삼엄한 ‘철옹성’ 
  이건희, 이태원 자택

이 회장 자택은 국내 최대 재벌의 집인만큼 세간의 관심을 끌어왔지만, 그 내부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것은 없다.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이건희 회장, 홍라희 관장, 이서현 사장, 이부진 사장,  이재용 부회장)
다만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거대한 한 울타리 안에 토지 소유주와 건물 소유주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총면적 1,606평대로 이 회장을 비롯해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 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에버랜드 사장 등이 각각 분할해 소유하고 있다. 홍라희 관장의 집과 이건희 회장의 집은 마치 한 집처럼 이웃하고 있다.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회장 자택 울타리 안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10여분 거리 인근에 토지와 자택을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자택 내부는 외부의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삼성 특검 때 이 회장 집을 압수수색했던 수사팀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자택은 대문부터 자택 앞까지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는 짧은 지하통로가 만들어져 있고, 실내 창은 두께가 10㎝에 달하는 방탄유리로 돼 있다.

안에 주차할 수 있는 차량 대수는 최소 45대이며, 주차장 출입구만 5개다. 건물 안에는 자체 발전기와 굴뚝, 쿨링타워 등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및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일가 등이 이태원과 한남동 일대에 소유한 부동산 현황.

그리고 이 회장의 자택 모퉁이를 돌아 회나무길 44길을 따라 5분가량 올라가다보면 ‘삼성의 성지’로 불리는 승지원이 나타난다.

◇ 근접거리에 삼성의 상징 '승지원'

승지원은 이 회장이 1987년 고 이병철 창업주가 살았던 집을 물려받아 집무실 및 영빈관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아버지의 향취가 묻어있는 곳이자, 삼성의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삼성의 심장부인 셈이다.  ‘승지(承志)’라는 이름은 선친인 이병철 회장의 경영 이념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은 대지 300평, 건평 100평에 1층짜리 한옥과 2층짜리 부속 건물 등 2개동으로 이뤄졌다. 이 회장은 업무를 볼 때 이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계 주요 인사들을 초대해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은 지난 2008년 압수수색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08년 삼성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이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삼성의 영빈관이자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로 알려진 '승지원'.

삼성의 상징인 승지원을 지나 이태원로 55라길로 들어서면 얼마지 않아 이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일가의 자택도 찾아볼 수 있다.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이명희 회장 자택의 이웃에는 자녀들의 집도 자리 잡고있다.

◇ 신세계 일가, 한남동 
    일대에 영토 확장 중

아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명희 회장의 자택 맞은편에 169평대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 자택에서 살다가 지난 2011년 재혼과 함께 판교로 거주지를 옮긴 상태다.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이 일대에 오빠보다 더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정유경 부사장은 어머니 이명희 회장의 자택 이웃에 토지가 있고, 한남동 일대에 875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윗 사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아랫사진)

이명희 회장은 최근 한남동 일대에 영토 확장을 시도 중이다. 이명희 회장은 지난해엔 아웃사촌이었던 윤석금 웅진 회장의 자택을 구입했다. 일각에선 이명희 회장이 적극적으로 토지 매입에 나서면서 신세계도 삼성처럼 이른바 ‘타운’ 형성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 일가는 리움 미술관을 중심으로 한남동 일대에도 다수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리움미술관은 국보와 보물급 등 문화재 1,000점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부인 홍라희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이곳 미술관 부지는 삼성문화재단의 소유이고, 그 주변 일대에도 홍 관장을 비롯한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사장 등의 토지가 있다.

리움미술관 부근에는 홍라희 관장의 오빠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자택도 있다. 이곳의 토지는 부인 신연균씨의 명의로 확인됐지만 건물은 홍 회장의 소유로 돼 있다.
 

▲삼성리움미술관

그리고 미술관 일대에는 보안경비업체인 ‘삼성 에스원’ 용산지사가 있어 마치 ‘삼성가족타운’을 지키는 수호대 같은 느낌이 들었다.

◇ 풍수지리적으로 재물 넘치는 곳

그렇다면 삼성일가가 ‘한남동’과 ‘이태원’ 사랑에 빠진 이유는 뭘까. 일단 이 지역은 이병철 창업주 때부터 터를 잡아 상징성이 있다.

이와 함께 풍수 지리적으로 최적의 지역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굽어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으로, 풍수적으로 재물이 넘치는 곳이다.

또한 보안도 뛰어나다. 한남동과 이태원 일대는 세계 각국의 대사관과 영사관이 많아 삼엄한 경비가 이뤄진다. 신변의 안전이나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재벌들에겐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한남동 일대는 부동산 매매가 거의 없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삼성 일가가 보유한 토지만 1만여 평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앞으로도 삼성 일가의 영토 확장은 계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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