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는 담담했다. 지난 2월27일 대법원의 유죄판결로 서울대 복직이 무산됐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도리어 유죄 판결에 실망했을 지지자들에게 “가슴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고 위로했다. 나아가 “조금 더 운이 뒤따른다면 매머드를 놓치고 싶지 않다. 포기하지 않고 가는 데까지 가볼 생각”이라며 연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나타냈다.
황 박사가 오랜 침묵 끝에 소회를 밝힌 이 자리는 지난 10년여 동안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팬클럽 카페 ‘아이러브 황우석’ 회원들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가진 오찬에서다. 그는 지난 12일 오전 팬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지자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인왕산을 다녀온 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자리를 통해 황 박사는 오랜 세월 변함없이 자신을 응원해준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황 박사는 최근 ‘1번 인간배아줄기세포(NT-1)’가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공로를 지지자들에게 돌렸다. 그는 “어제(11일) 미국 특허청에서 정식 특허증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특허로 등록될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동지들의 하늘을 감동시키는 정성과 마음으로 이뤄진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 미국 특허 등록 후 “달라진 국제적 위상 체감”
미국 특허 등록은 황 박사의 “연구인생 2막”을 여는 포문이 됐다. 지난 200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사이언스’에 발표했을 때만큼 “미국 특허 등록 이후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음을 체감하고 있다”는 게 황 박사의 설명이다. 실제 황 박사는 프랑스, 러시아, 싱가포르 등 각국의 언론에서 다큐를 제작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월22일에는 뉴욕타임즈가 1면과 3면 탑기사를 황 박사로 장식했다. 이를 두고 황 박사는 “감개무량”이라고 말했다.
미국 특허청에 등록되기까지 황 박사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 앞날의 명운에 대해 “저 자신도 간혹 움츠러들기도 했다”는 게 황 박사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는 “미국 특허를 우리가 얻으리라고 생각했었나. ‘0’으로 봤던 가능성이 ‘100’이 됐다”면서 앞으로의 연구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매머드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 황 박사는 “매머드가 살아난다는 것은 기적”이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재정적인 난관이다.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투자 유치가 절실하다. 때마침 홈캐스트의 투자 소식은 황 박사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현재 계약대로만 된다면 투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고, 그 투자금이 들어오면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향후 10년 동안은 어디 가서 고개를 숙이지 않고 할 수 있다”면서 “계약대로 이행되는지 이달 말까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에이치바이온의 우회상장에 대해선 부인했다. 에이치바이온은 황 박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바이오 관련 기업으로, 현재 홈캐스트를 통해 에이치바이온을 우회상장 시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황 박사는 “그 동안 수많은 유혹과 제안에도 불구하고 우회상장이라는 길만은 절대 가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고 다짐을 했다”고 반박했다. “우회상장으로 가게 되면 좋든 나쁘든 직접적인 타깃이 될 테고, 그렇게 되면 한국적 상황에서 견뎌낼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아직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보지도 못했고, 전화통화도 해본 적이 없다. 사실 누군지도 잘 모른다”면서도 “계약대로 이행된다면 투자를 결정해준 그분들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 박사는 인천시에서 추진 중인 파라마운트 테마파크 개발 사업에 자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황 박사가 인천에서 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황 박사 역시 인천 도화, 송도 지역에 바이오 관련 연구소 건립을 소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황 박사는 바이오 관련 연구소 건립 가능성을 묻는 기자에게 “잘 모른다”면서도 “가능하면 좋죠”라고 답했다. 재기를 묻는 질문엔 “저는 입이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