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황창규 KT 회장 발 구조조정 바람이 KT를 매섭게 흔들고 있다. 여기저기서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을 둘러싼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KT는 당초 오는 24일로 예정돼있던 명예퇴직 접수 마감을 21일로 당기기로 했다.

이처럼 황 회장이 야심차게 빼 든 ‘구조조정의 칼날’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시점에서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조 위원장은 지난 1989년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으로 입사해 민주노조 활동을 꾸준히 해 온 KT의 산증인이다. 하지만 그런 활동 끝에 지난 2010년 KT에서 해고됐다.

- 황창규 회장이 취임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구조조정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황창규 회장이 빼든 구조조정 카드를 어떻게 보는지.

“지난해 KT 회장 공모 때부터 줄곧 외쳐 온 것이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누가 오더라도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황창규 회장이 선임됐지만 그 역시 빤히 예상됐던 길을 가고 있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진행이 빠르다. 아마도 취임 초기부터 곳곳에서 터져 나온 악재들을 덮고,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이번 구조조정의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을 완벽하게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나가도 죽고 남아 버텨도 죽는다. 아무런 희망도 없다. 이석채 때는 말로만 협박했다면 황창규 회장은 대규모 복지축소와 임금피크제 도입, 직군직렬통폐합 등을 아예 합의안으로 못 박아 두고 있다. 회사에 남아봤자 좋을 게 없다며 명예퇴직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8일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된 후 KT는 연일 주목을 받고 있다. 직원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옥상 문을 잠갔다는 말도 나왔고, 각종 협박 및 압력에 대한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이미 옥상폐쇄와 면담을 통한 압력 행사, 비연고지 배치 협박 등은 꽤 보도됐다. 심지어 면담을 핑계로 직원들을 회의실에 몰아넣고 일을 하지 않게 하고 있다. 아주 비인간적인 처사다. 내부에서 거짓·과장된 루머도 계속 나돈다. 명예퇴직을 신청하라는 유·무언의 압력이 직원들을 옥죄고 있다.” 

▲ KT.
- 그런데 다른 회사의 구조조정보다 반발이 덜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노조는 회사의 노사팀이나 다름없다. 구조조정과 관련된 합의도 조합원의 의결 없이 진행했다. 조합원의 등에 칼을 꽂은 셈이다. KT노조는 회사와 싸우기는커녕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또 회사는 징계라는 무기로 그것을 지원한다.

이번에야말로 ‘어용노조’를 끝내야 할 때다. 그래서 이번에 KT노조 집행부 탄핵을 위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그동안 KT의 악랄한 직원 관리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이들도 이번 사태로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조만간 큰 변화가 오리라 기대한다.”

- 이번 구조조정을 놓고 또 하나 지적되는 것이 경영진의 책임 부분이다. 구조조정의 이유는 경영 위기인데, 정작 그 위기를 자초한 경영진은 책임지지 않고, 그 짐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책임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황창규 회장이 ‘이석채 사람들’을 내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뒤로는 다시 자문위원이나 고문 등으로 앉혔다. 돈도 많이 받고 있다. 위기 극복이라는 말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황창규 회장이 진정으로 위기를 타개하고 싶다면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방치한 채 인력 감축과 비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는 KT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 대기업인데다가 기간산업인 통신사업을 하는 KT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도 전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 어쨌든 구조조정은 진행되고 있다. KT는 당초 24일까지 접수하기로 했던 것을 21일로 당겼을 만큼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황창규 회장의 KT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 황창규 KT 회장.

“이번 구조조정은 시작일 뿐이다. 지속적으로, 또 다양한 방법으로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이다. 황창규 회장이 선임됐을 때 삼성출신이라는 점에 우려가 제기됐다. ‘무노조’ 삼성 DNA를 KT에 심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리고 그 우려는 고스란히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처음부터 ‘1등 KT’만을 외쳤다. 이석채 회장이 문어발 식 확장을 추구하다 실패한 것을 본 황 회장은 ‘싱글 KT’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본업인 통신에 집중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핵심에 인력 감축과 비정규직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황 회장이 주창하는 ‘1등 KT’는 곧 KT에 있는 정규직 다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인건비를 최소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KT가 과거에 그랬듯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목적을 이룰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내팽개쳐질 것이 뻔하다.

하지만 내부에서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이번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황 회장은 큰 태풍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KT노조 집행부에 대한 탄핵은 곧 황 회장에 대한 탄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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