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일자인 2009년 8월 11일 이후에도 하도급업체와 수개월씩 계약연장
계약기간보다 공사 늦게 끝내 놓고 '지체상금' 외면 의혹도 '솔솔'
현대/현산 "기간 내 공사 끝내. 지체상금 대상 아니다" 일축

▲ 서울춘천고속도로 동산영업소 춘천방향(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서울-춘천고속도로 공사’와 관련해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해당 공사와 관련, 계약기간보다 공사를 늦게 끝내놓고 이에 따른 ‘지체상금(지체보상금)’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회사는 “계약기간 내에 준공을 완료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드러난 정황은 석연찮다.

‘서울-춘천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은 서울시 강동구 하일동과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을 잇는 도로공사로, 지난 2004년 8월 12일 착공되어 2009년 8월 11일 준공됐다. 공사는 8공구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현대건설․롯데건설․한일건설․고려개발 등 5개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 공사 끝났다면서 왜 계속 하도급업체와 재계약?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등 서울-춘천고속도로 건설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공사일정을 맞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춘천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등 문건에 따르면 해당 공사의 계약기간은 2009년 8월 11일까지다. 쉽게 말해 이날까지는 전 구간의 공사가 완료돼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국토부는 2009년 8월 11일 준공확인필증을 발부했다. 공사가 끝났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문건에 나타난 정황은 조금 다르다. 공사 계약기간인 2009년 8월 11일 이후에도 계속 공사가 진행된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현대산업개발부터 살펴보면 이렇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춘천고속도로 공사 구간 중, 1공구와 2․6․7공구를 담당했다. 수십개의 하도급업체와는 대부분 준공일인 2009년 8월 11일까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현대산업개발은 준공일인 이날, 해당 하도급업체들과 재계약을 맺는다. 공사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예컨대 현대산업개발은 조경공사를 담당하는 S조경과 당초 2008년 8월 21일부터 2009년 8월 11일까지 계약을 맺었지만, 준공일인 8월 11일 재계약을 통해 8월 31일로 공사기간을 연장했다.

강일IC구간 토목공사 및 구조물공사를 담당했던 J건설과도 원래 계약기간이 2009년 8월 11일까지였지만, 계약 마지막날이자 준공일인 이날 2009년 9월 31일까지로 재계약을 맺고 약 한 달간 공사기간을 늘렸다.

토공사인 T건설이나 D산업과는 당초 계약일보다 석 달이나 연장된 12월 30일까지로 공사 재계약을 맺었다.

▲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간 계약서. 준공일인 8월 11일 재계약하고, 공사기간이 최대 수십개월 가까이 늘어난 곳도 눈에 띈다.

◇ 공사기간 연장 계약서 무더기 발견

현대건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건설은 3공구와 5공구를 담당했는데, 현대산업개발과 마찬가지로 준공일인 8월 11일 공사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으로 재계약을 맺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현대건설은 애초부터 공사 계약기간을 준공일인 8월 11일을 초과하여 맺은 경우도 많았다. 서종대교 상부공사를 담당한 H건설과는 이미 계약당시부터 2009년 9월 30일까지로 계약을 맺었고, 화도IC영업소 건축공사를 맡은 I건설과는 2009년 11월 30일까지 공사기간을 잡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정황은 비단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뿐만 아니라, 서울-춘천고속도로 공사에 참여한 다른 건설사에게서도 나타난다.

문건에 따르면 이들 건설사들이 하도급업체들과 맺은 400여건의 계약서 가운데 150건 이상이 준공필증 발급일보다 짧게는 20여일에서 길게는 1년까지 공사기간을 연장했다. 국토부의 준공필증 이후에도 공사가 계속 이뤄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관건은 계약기간보다 공사가 늦어질 경우, 민간사업자가 정부에 지체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본지가 입수한 ‘정부와 민간사업자의 실시협약서’를 살펴보면 △사업시행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본 협약 및 실시계획에 의하여 정해진 본 사업시설의 준공예정일(본 협약에 의한 연장기일 포함)까지 공사를 준공하지 못하는 경우, 사업시행자는 준공예정일의 익일부터 준공일까지의 지체보상금을 정부에 지급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또, △지체보상금은 준공예정일을 넘긴 일수 당 0.1%로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지체보상금은 말 그대로 공사가 계약기간보다 늦어진 데 따른, 일종의 벌금 성격이다. 준공필증을 받은 이후에도 꽤 오랜 시간 공사가 진행된 정황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을 비롯해 서울-춘천고속도로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내야할 지체보상금은 적지 않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이들 건설사는 단 한 푼의 지체보상금도 내지 않았다. 공사기간을 모두 지켰다는 게 이유다.

▲ 서울춘천고속도로 민자사업 실시협약서.

◇ 현대건설․현산 “공사기간 지켰다”

현대건설 측은 <시사위크>에 보낸 공식 답변서를 통해 “업체와의 정산문제 해결 및 사후 AS 문제 때문에 단기간 계약연장을 한 것”이라고 계약연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건설 측은 “모든 공사 현장이 그렇지만 ‘사후 정산’인 관계로 업체 투입건(장비/인력/자재/공사 등)에 대한 검증과 정산 절차(세금계산서 발행 등)를 위한 일시 계약 연장이었다”면서 “아울러, 상기 건은 아니지만 통상 공사현장 준공 이후에도 사후 발생되는 민원/발주처 수정 요구 등에 응하기 위해 사후 A/S를 위해 단기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조경업체의 경우 식재 후 식수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 달 정도 계약을 연장해 사후 조경 공사 성실여부 등을 판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그러면서 “당사는 정상적인 과정에 따른 단기 계약 연장(업체정산/사후 AS 등)이며, 당사에는 지체보상금 문제와 관련해 해당 사항이 없다”고 일축했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같은 답변이다.

현대산업개발 측도 공식 답변서를 보내와 “계약기간 내 준공검사를 통하여 준공 완료했기 때문에 지체상금 부과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하도급계약은 최초 계약시에 원도급계약에 맞추어 공사기간을 원도급 준공기한을 한도로 하여 계약기간을 정하게 된다”고 전제하면서 “간혹 준공 즈음에 발생된 (공사내역에 없는) 민원해결을 위해 공사기간에 대한 변경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고, 공사도급내역에는 없지만 개통을 위하여 추가로 시행할 수밖에 없는 공사를 추가계약하거나 본 공사에 포함하여 변경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유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으로 인하여 계약기간을 조정하는 사례 등이 흔히 발생되고 있지만, 원도급공사는 계약기간 내 시공을 완료하여 감리원의 준공검사를 통하여 준공 확인됐다”면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하도급계약을 연장 또는 추가 계약한 부분이 있으나, 본 공사 도급공사 계약과 관련하여서는 감리원이 절차에 따라 실시한 공사 준공검사 결과와 같이 적기 준공하였다”고 일축했다.

두 회사 모두 “공사기간을 지켰고, 일부 하도급사와 계약이 연장된 것은 합당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다.

◇ 국토부와 업체들 간 유착 의혹도 ‘솔솔’

국토부 역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사가 다 끝났기 때문에 준공필증을 발급해줬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광역도시도로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시계획에 따른 본공사를 마치면 준공검사를 거쳐 준공필증을 발급한다”면서 “본공사 자체에 대해서는 다 됐다고 판단해 필증을 발급한 것이다. 추후 공사가 이뤄진 것은 인근 마을 진입로 포장 등 민원해소를 위한 추후작업이거사 설계변경에 따른 하도급자와 계약연장 등의 이유로 알고 있다. 이는 원도급자와 하도급자간 계약이지 본공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담당한 화도IC영업소 공사가 11월 30일까지 연장된데 대해 “화도IC영업소는 본공사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아마도 주변 공사가 덜끝나 공사가 연장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 하도급업체와의 계약서. 계약기간(공사기간)이 11월 30일로 연장됐고, 하도급업체와의 계약서에도 지체상금을 명시한 부분이 주목된다.

물론 국토부를 비롯한 건설사들의 말대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지체보상금을 면제해주는 경우가 있기 하다. 공사 기간을 지키지 못한 이유가 이들 민간사업자의 책임이 아니라, 천재지변, 행정명령, 기타 불가항력적 원인에 의한 경우에는 발주처에 계약기간 연장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사현장으로 따지면 사후 AS 및 민원해결, 천재지변으로 인한 공사지연 등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00여건의 하도급계약 가운데 150건이 넘는 계약이 모두 이런 이유로 연장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는 전체 계약의 40%에 가까운 규모다.  일단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모양새는 갖춘 뒤 준공필증을 받아놓고 뒤늦게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공사기간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일부 하도급업자들 사이에서 ‘사후 AS 등을 위해 추가로 계약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공사가 마무리가 안 돼 해오던 공사를 계속해 연장한 것’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게 되면 ‘준공일’이라는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 계약서 상 준공일자를 지키라는 의미의 벌금인 ‘지체보상금’ 규정도 적시할 필요가 없다. 자로 잰 듯, 계약기간(준공일)에 꼭 맞춰 공사를 완벽하게 끝내기란 사실상 한계가 있고, 이후에도 후속조치들이 필요한 작업이 있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필요에 따라 공사기간을 늘리고 덧붙이고 할 수 있다면 애초부터 ‘계약’ 자체가 필요가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게다가 문건을 살펴보면 이들 건설사들은 하도급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마찬가지로 지체상금 부분을 규정해뒀다. 1일 지체시마다 계약금의 0.1%를 지체상금으로 설정해 둔 것. 만약 이들 하도급업체가 계약기간을 준수하지 못했다면 이때도 ‘나름의 합당한 이유’를 인정해 지체상금을 받지 않을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시 공사가 다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민간업체 쪽에 준공확인필증을 발급해준 것으로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한겨레>에서도 보도를 통해 이런 내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공사가 다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국토부가 계약상 공사 만료 기간인 2009년 8월11일자로 준공확인필증을 내주고, 업체들에게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식 입장을 내고 “감리자의 준공검사 등을 거쳐 준공확인 후 2009년 8월 11일 준공확인필증을 교부했다. 공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준공확인증을 주고 지체상금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의문이 남는다.

경실련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사에서 ‘준공’의 의미는 공사를 완료했다는 것”이라면서 “준공필증을 받아놓고 이런 저런 이유와 핑계로 계속 공사를 진행했다면 이는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 아니겠나. 그럼에도 지체상금을 받지 않은 것은 결국 국토부와 업체들 간 유착관계를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춘천고속도로는 공사비를 부풀렸다는 의혹으로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난타를 당하고 있다. 공사비를 부풀림으로써 통행료만 올라 애먼 이용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춘천고속도로㈜는 현대산업개발이 주관사로, 롯데건설과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 등이 출자해 만든 컨소시엄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