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4일 오후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어떤 말로 위로를 할 수 있을까.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들의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은 유가족들의 통곡과 추모객들의 탄식이 뒤섞여 하루 종일 먹구름이다. “진도는 못 가 봐도 여기는 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추모객이 하루 새 1만3700여명. 23일 오전 9시부터 문을 연 임시분향소에는 24일 오후 2시까지 2만3000여명이 조문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추모객들은 1시간 남짓한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았다. 임시분향소 밖까지 겹겹이 긴 줄로 이어진 조문 행렬 속에는 어린 아이부터 흰머리 노인, 휠체어 탄 장애인과 외국인까지 남녀노소가 없었고 국경도 넘었다. 계속된 조문 행렬에 제단 앞에는 어느새 흰 국화가 수북하게 쌓였다. 국화꽃 앞에서 유가족들은 또다시 가슴을 붙잡고 오열했고, 이를 지켜본 추모객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 서남수 “비통해서 할 말 없다”

침통한 표정의 조문객들 사이에 정관계 인사들의 얼굴도 보이기 시작했다. 분향소가 정식 개방되자마자 가장 먼저 얼굴을 드러낸 인사는 다름 아닌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었다. 그는 지난 16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의전용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데 이어 18일엔 단원고 한 학생의 장례식을 찾았다가 수행원의 실수로 구설에 올랐다. 때문에 서 장관의 이른 등장은 주변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조문을 마친 서 장관은 “비통해서 할 말이 없다. 학생들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남은 실종자를 구조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피해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3일 오후엔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두 대표는 다른 추모객들과 함께 순서를 기다려 헌화와 묵념을 한 뒤 말없이 임시분향소를 떠났다. 안 대표가 자원봉사자에게 악수로 위로를 전하긴 했으나 별도로 유가족들 만나진 않았다. 이에 대해 대표실 관계자는 “오늘은 두 대표가 아무 말씀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조문에는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문병호·김관영 의원과 당 사고대책위 공동위원장인 우원식 의원, 안산이 지역구인 전해철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인 김진표·원혜영 의원 등이 함께했다. 문재인 의원은 당 지도부와 별도로 임시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한밤중에 조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도의 마음을 잘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조용하게 분향했다”는 게 새누리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초 황 대표는 김한길·안철수 대표들과 같은 시각에 조문을 할 예정이었으나 한차례 연기한 뒤 이날 밤 안산이 지역구인 김명연 의원만 대동한 채 임시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다음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엄마·아빠 울리지 말고 웃음을 되찾아 달라, 지금도 바다 차가움 속에 있을 친구들 모두 찾아 달라, 나쁜 아저씨들 찾아내 꼭 혼내 달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우리나라를 고쳐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의 부탁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 새누리, 조용한 조문 당부

임시분향소가 문을 연지 이틀째인 24일에도 여야 정치인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이어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수행원만 대동한 채 임시분향소를 찾았다. 새누리당 세월호 대책특위 위원장인 심재철 최고위원 등 특위 위원들은 가슴에 패용하고 있던 국회의원 배지를 떼어내고 헌화와 묵념을 했다. 앞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단체 조문 보다는 개별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 조문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정치인들이 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채 조용히 분향소를 찾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정치인들의 조문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쏟아진 과도한 취재 열기에 불만이 쌓였던 것. 실제 23일에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조문을 마치고 나간 순간 이를 취재하기 위해 달려든 기자들을 보고 단원고 학부모운영위원회 측이 격렬하게 항의했다.

당시 이들은 “유가족들은 차가운 땅바닥에서 앉아서 비닐을 치우고 있는데, 왜 그런 건 안 내보내냐”면서 “정치인 한 사람 온다고 기자들이 열 댓 명 붙어 있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유가족들과 학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금쪽같은 아이들을 다시 품에 안아볼 수 없다면 더 이상 아픔 없이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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