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관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재계의 대표 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회장 허창수)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주요 그룹 총수들의 ‘회장단 회의’ 참석률이 갈수록 저조해지면서 ‘재계 맏형’으로서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경련은 요즘 다른 문제로도 고민에 빠져있다. 바로 수천억원을 투자해 지은 전경련 신축 회관(FKI빌딩)의 ‘공실률’ 문제다. 지난해 12월 준공식을 가진 이후, 임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건물의 절반이 텅 비어 있는 실정이다.

◇ 수천억원 투자 신축회관
     4개월 째 공실률 44%

전경련의 전경련 신축 회관은 서울 여의도동 28-1 옛 회관 자리에 지하 6층~지상 50층, 높이 245.5m 연면적 16만8,682㎡로 설립됐다. 기존 회관의 3배에 달하는 규모로 지어진 이 회관은 여의도 일대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단연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공사기간 38개월이 걸린 전경련 신축 빌딩은 최첨단 건물을 지향했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 케이블 넷월(Net Wall) 방식, 3차원의 입체 필름유리, 이탈리아산 대리석, 신기술 파이프 트러스(Truss) 등 첨단 공법이 총동원됐다.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었다. 건물 공사비만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대금은 전경련 자산 및 기업회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충당됐다.

그런데 건물의 위용과 달리 그 안을 들어가 보면 썰렁한 모습이 연출된다. 입주자를 못 찾아 사무실 절반이 ‘텅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신축회관의 핵심인 타워동(사무실동)은 입주 네 달이 지났지만 공실률이 44%에 달한다. 현재 이 건물에 입주한 기업은 LG CNS가 유일하다. 

4월 22일 현재, 기자가 확인한 입주 현황은 이랬다. 우선 지하 2층부터 6층까지는 실내주차장 공간이다. 지하 1층은 레스토랑, 약국, 꽃집, 편의점, 병원, 문구점, 커피숍 등 상가들이 들어서 있었다. 2~3층에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회의실이, 4층에는 외환은행과 LG CNS 사내어린이집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경련 신축 빌딩의 텅빈 사무실 전경

문제는 5층부터다. 사무공간으로 활용되는 5층부터 47층까지 절반 이상이 주인을 못 찾고 있다. LG CNS (22~33층, 12개 층), 전경련(44~47층, 4개층)이 쓰는 층을 제외하고, 나머지 27개 층은 텅 비어 있는 실정이다. 저층부(5~17층)의 경우, 일반인의 ‘방문’이나 엘리베이터 ‘이용’조차 허락이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임대가 원활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부동산업계는 그 원인을 우선 ‘비싼 임대료’와 여의도 일대 오피스텔의 높은 ‘공실률’ 등에서 찾고 있다.

◇ 높은 임대료와 여의도 일대 공실률 탓

전경련 회관의 임대료는 정확하진 않았지만, 인근 국제금융센터(IFC, 높이 55층)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IFC 빌딩의 임대료는 3.3㎡당 10만원(매월) 수준이다.

아울러 여의도 오피스텔의 ‘공실률’도 걸림돌이다. 실제 지난 올 1분기 여의도 A급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23%로 타 지역 평균 공실률 12.4% 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 기업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짐을 싸 서울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전경련 측은 입주초기인 점을 감안해달라고 항변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공실률이 높은 것은 맞지만, 아직은 입주 초기이고, 차차 (빈 사무실이) 채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꾸 ‘공실률’ 관련 문제가 부각이 되면, 임대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고 불편한 기색도 내비쳤다. 

물론 아직 입주 초기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통상 고층 빌딩의 경우, 임대가 전부 완료되는데 2년 이상의 소요가 된다.

하지만 건물 신축 관련 차입금으로 상당한 금융이자를 지급하고 있는 전경련에게 ‘공실률’ 문제는 골치 아픈 숙제임은 분명하다. 정작 임대수익은 내지 못한 채 이자만 겨우 갚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축 빌딩 준공을 기점으로 위축된 위상을 회복하겠다던 전경련으로선 체면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추락한 위상 회복할까

전경련은 최근 몇년간 재계 대표단체로서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회장단 회의 참석률로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주요 그룹 회장들의 얼굴 보기는 점점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첫 정례 회장단 회의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 6명의 재계 총수들이 참석했을 뿐이었다. 회장단의 구성원은 총 21명으로 참석률이 30%에 불과했다.

이 날은 전경련이 지난해 12월 입주한 서울 여의도 새 건물에서 처음 열리는 회장단 회의였다. 평소보다 많은 회장들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정작 모습을 드러낸 회장들 규모는 지난 1월 회장단 회의 때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4대그룹 총수의 불참 역시 계속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모두 불참했고, 10대 그룹 내에선 GS와 한진만 참석했다.

이에 전경련은 고육지책으로 회장단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수영 OCI 회장, 박성수 이랜드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등 10여명의 재계 총수들을 대상으로 회장단 가입을 설득하고 있으나 대부분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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