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참사 15일째인 지난달 30일, 한 실종자 가족이 해가 저무는 팽목항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을 닦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달 16일 오전 진도 앞바다를 덮친 악몽은 너무나 끔찍했다. 답답한 도심과 갑갑한 교실을 벗어나 제주도로 향하던 단원고 학생들을 태운 ‘세월호’는 진도앞바다에서 젖은 종이배처럼 가라앉았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사고 발생 보름이 지났지만, 여전히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많다. 안산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마련된 분향소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희생자를 애도하거나 정부의 책임을 묻는 집회 및 행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은 ‘남은 사람들’이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교문, 같은 운동장, 같은 교실에서 어울렸던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세상 가장 소중한 자식과 형제를 잃은 희생자 가족들이 그들이다.

 

▲ 지난달 30일, 병원에서 퇴원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합동분향소를 찾아 먼저 떠난 친구들을 조문했다.

◇ 피해 학생들 위한 항구적 지원 대책 필요

 

세월호에 타고 있던 사람은 총 476명. 이 중 단원고 학생은 325명이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돌아온 이들은 총 174명. 하지만 이 중 단원고 학생은 75명에 불과하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 발생에서부터 구조에 이르기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반복됐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살아남은 75명의 학생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문제는 앞으로 이 학생들이 겪게 될 후유증이다. 신체적인 부상은 치료를 통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겠지만, 마음에 입은 상처는 치유가 쉽지 않다. 현재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들과 상담사들이 학생들을 도와주고 있지만, 너무나도 끔찍하고 참혹한 참사의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정신적인 상처 역시 얼마든지 아물 수 있다. 하지만 이 학생들이 감당해야할 무게는 생각보다 더 무겁다.

학생들은 이제 겨우 고등학교 2학년, 18살에 불과하다. 꿈과 목표 진로를 설정하고, 가치관을 형성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감수성이 무척이나 예민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에 겪은 참사는 자칫 이 학생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 당장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학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진학과 진로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당장의 상처 치유가 전부는 아닌 셈이다.

때문에 적극적인 심리 치료와 더불어 이 학생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생긴 무거운 짐을 학생들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보상금 차원이 아닌 여러 제도적, 항구적 지원책 마련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바라보다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있는 모습.

◇ 희생자 가족에게 말뿐인 위로는 필요 없다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은 희생자 학생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을 슬프고 아프게 만든 참사였다. 그리고 이들은 그 끔찍한 현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더구나 참사 이후 정부와 언론 등이 보여준 모습에 희생자 가족들은 더욱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을 보면, 희생자 가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직 실종자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진도 현장에서는 ‘미쳐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바닷물에 무릎 꿇고 절규하는 아버지,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생각하며 바다에 음식을 뿌리는 어머니 등의 모습은 이들의 타들어가는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처럼 감당하기 벅찬 상처를 입은 희생자 가족들에게도 철저한 심리 치료가 요구된다. 더불어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 역시 시급하다.

예를 들면, 당장 일부 희생자 부모의 경우 해고 위기에 놓여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종자 수색이 길어지고 있고, 상처를 추스르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의적인 차원’을 앞세워 회사에게 공백을 감수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정부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해고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또 다시 엄청난 후폭풍이 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사고로 자식을 잃는 경우 가정이 파탄에 이르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결국 이는 곧 국가에 의한 가정 파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즉, 정부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희생자 가족을 진심으로 챙기는 섬세한 마음이다.

단원고 학생들과 희생자 가족들, 그들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4월 16일을 달력에서 지운다한들 그날이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닌 것처럼, 끔찍한 참사는 계속해서 이들을 괴롭힐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진정한 위로는 ‘말’이 아닌 ‘현실’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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