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가 지난달 17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참혹한 일에 대해 본인은 드릴 말씀이 전혀 없다. 사망자와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청해진해운의 극심한 경영난으로 제시했다. 청해진해운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관련된 계열사들을 무리하게 지원한 탓에 부채 비율이 급등했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선사 헐값 매입과 무단 증축, 화물 과적이 이뤄지면서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사실상 청해진해운은 승객들의 ‘안전’ 대신 ‘돈’을 우선했던 것이다.

◇ ‘돈’이 부른 대형 참사

세월호 침몰 사고를 조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특별수사팀과 뜻을 같이 했다. 청해진해운의 무리한 선박 증축과 과적을 수사의 방점으로 찍은 것. 수사본부는 지난달 30일 세월호에 짐을 과다하게 실어 결과적으로 사고를 내게 한 이유를 들어 업무상 과실치사, 선박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청해진해운의 물류팀장 김모 씨와 이사 안모 씨를 체포했다.

뿐만 아니다. 수사본부는 각 단계별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의 공동정범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증축으로 복원력이 떨어진 세월호의 평소 상태와 과적 위험성까지 알고 있었지만 방관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세월호 출항 당시에도 세월호 1등 항해사 강모 씨가 배의 과적 문제를 제기했지만 청해진해운 측이 무시했다고 진술했다. 세월호 본래 선장 신모 씨와 구속된 이준석 선장도 여러 차례 과적 문제를 지적했지만 무시당했다는 진술은 이미 수사과정을 통해 밝혀졌다.

더욱이 사고 당시 세월호는 3608t이나 실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가 복원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화물 987t보다 3배 많은 수치다. 때문에 일각에선 청해진해운 측이 짐을 많이 싣기 위해 평형수를 빼 적재중량을 줄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과적하면 출항 허가를 받을 수 없어서다.

수사본부는 복원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항로를 변경하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기득권 세력과 끈끈한 유착

 

▲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 방향이 항만 업계 전반을 향하고 있다. 사진은 검찰이 지난달 23일 인천 여객터미널 내 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실을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복원력을 잃은 세월호가 불안한 항해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뒷배’가 든든했던 탓이다. 기득권 세력과의 끈끈한 유착 관계가 감시 소홀로 이어진 것. 수사본부는 청해진해운과 해양수산부, 인천지방해양항만청, 해양경찰청,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등의 유착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이중에서도 인천항만청과 한국해운조합이 수사 대상 첫손으로 꼽힌다.

 

인천항만청은 지난 1999년 세모해운이 부도나자 인천~제주 항로 면허를 세모해운 관계사인 청해진해운이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게 승인해줬다. 이후 인천~제주 항로 이용객이 급증하자 청해진해운에 세월호 취항을 허가해주고 횟수까지 늘려줬다. 다른 해운사에 신규 면허를 내주지 않았던 점에 비하면 사실상 특혜와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운항관리실을 맡아온 한국해운조합은 청해진해운이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세월호의 탑승 인원과 선원수, 화물 적재량 등을 모두 엉터리로 제출했지만,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출항시켰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조합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채용한 운항관리자가 내항 여객선의 안전점검을 도맡도록 하다보니 결국 유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이외 해경은 청해진해운이 허위로 작성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을 그대로 통과시켜줬고,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안전점검을 받은 세월호에 대해 ‘양호’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는 각 조직들과 청해진해운의 유착 관계를 파헤치는 한편 이른바 ‘해피아(해수부 마피아)’로 불리는 퇴직 고위 관료들의 행적도 눈여겨보고 있다. 이들이 안전 관리에 대한 정부 감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에서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선주협회가 여야 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외유 비용을 댄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들이 항만 업계에 미쳤을 영향력을 주시해 볼만 하다는 판단이다.

◇ 로비창구? 정치권도 좌불안석

정치권과 선주협회의 연결고리는 지난 2008년 설립된 국회 연구단체 ‘바다와 경제 포럼’이다. 협회는 포럼 설립 다음해부터 현재까지 5차례에 걸쳐 18명의 국회원들에게 외유를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임 대표인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은 5차례 모두 참여했고, 같은 당 소속 정의화·장광근·강길부·김무성·김성찬·김한표·함진규 의원 등도 1회 이상 협회의 지원으로 외유성 시찰을 다녀왔다. 야권에선 전혜숙 전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여의도 안팎에선 포럼이 항만업계에 유리한 법안 처리 등에 힘을 쏟는 등의 로비 창구가 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특정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곳이 아니다”며 반박했지만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세월호 침몰 사태로 항만 업계와 정부가 발칵 뒤집혀졌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