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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유세전 르포 ②인천] 유정복 vs 송영길, 곳간 부채 책임론에 민심도 흔들
2014. 05. 27 by 소미연 기자 pink2542@naver.com

▲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완구(사진에서 오른쪽) 원내대표와 바로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최경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앞장서 유정복 후보의 선거 유세를 도왔다. /사진=유정복 캠프 제공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인천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오죽하면 예식장은커녕 그 흔한 영화관도 없을까. 스스로 자문자답하는 인천 서구 주민들의 모습에서 인천시 부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고단함이 묻어났다. “낙후된 만큼 고립감마저 든다”는 이곳, 인천에서도 가장 밑바닥 민심이라 할 수 있는 서구에서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와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격돌했다. 송 후보가 거북시장 내에 위치한 석남2동 경로당에서 ‘원도심 숙박투어’를 한 다음날 유 후보가 중앙당의 대대적인 지원유세를 업고 거북시장을 찾았다. 하루 새 벌어진 ‘거북시장 대첩’의 승자는 누구일까.

◇ 유정복, 중앙당 총출동 ‘힘’있는 후보 강조

때는 26일. 오후 4시가 되자 거북시장 앞으로 새누리당의 핵심 인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완구 원내대표와 바로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최경환 중앙선거대책위원장, 한영실 공동선대위원장, 민현주 선대위 대변인 등 중앙당에서 총출동한 것. 여기에 서구를 지역구로 둔 이학재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 프리미엄을 내세워 지원사격에 나섰다.

새누리당의 대대적인 ‘유정복 지원’은 지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누가 왔어?” 궁금증을 나타낸 지역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유세 현장을 지켜봤다. 지역민 일부는 TV를 통해 낯이 익은 중앙당 인사들을 알아보더니 “다 오셨네. 웬일이야”라며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나란히 지내면서 같이 정치수업을 받았고,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보증한다. 박 대통령과 잘 ‘통’하는 후보를 뽑아 달라. 서구와 인천의 미래가 달렸다.” - 이학재 의원
“비서실장 3인방(유정복, 이학재, 최경환)이 여기 와 있다. 서구가 비서실장 양성소와 다름없다. 정치인 보는 눈이 대단하시다.” - 최경환 중앙선대위원장

이날 유 후보의 선거 유세 초점은 ‘박근혜’였다. 이것이 바로 유 후보가 주장하는 ‘힘 있는 후보’의 배경이 된다. 그는 지난 2005년 당시 당 대표를 맡고 있던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이후 지금까지 박 대통령과 고락을 함께 했다. 유 후보가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이유다.

▲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송영길 후보와 달리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유정복 후보는 종종걸음으로 지역민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공들였다. /사진=유정복 캠프 제공
물론 유 후보 측은 “단순히 박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해서 ‘힘 있는 후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행정의 달인’이라는 점을 함께 부각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 유 후보는 22세에 행정고시 합격 이후 인천 서구청장, 김포시장 등 지방행정 경험과 3선 국회의원, 두 번의 장관을 거친 행정 전문가다.

유 후보는 중앙당 인사들의 지원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종종걸음으로 시장 상인들과 악수를 나눴다. 그의 빠른 걸음에 사진 기자들이 덩달아 함께 뛰면서 촬영할 정도였다. 어느새 유 후보의 뒷덜미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 모습을 본 일부 상인들은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유 후보의 지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 시각 거북시장의 한편. 송 후보 캠프의 김교흥 선대본부장은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PX)공장 증설에 반대하는 지역민들과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감정이 격해진 지역민들은 “우리가 밥을 달라고 했나. 돈을 달라고 했나.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안전’이다”면서 “SK공장 때문에 불안하고 울화통이 터져서 잠을 못잘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송 후보는 “SK가 주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시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공장 증설을 막을 수밖에 없다”는 뜻을 이미 밝힌 상태다. 전날 ‘원도심 숙박 투어’에서도 “폐쇄까지 감안하고 변호사까지 붙여서 감사를 벌였으나 법조항으로 해도 이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난색을 표한 뒤 “문제 해결을 위해 상생협의체의 독려와 감독 뿐 아니라 직접 공장 시찰까지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 ‘조용한 선거’를 지향하고 있는 송영길 후보는 대대적 유세 대신 지역민들의 경청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송 후보가 거북시장을 찾기 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한 모습. /사진=송영길 캠프 제공

◇ 송영길, 하룻밤 머물며 지역민 고충 경청

유 후보가 중앙당의 대대적 지원 유세로 지역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반면, 송 후보는 묵묵하게 거북시장을 돌았다. 지난 4년 시정 활동으로 ‘현역 시장’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만큼 ‘진정성’ 전달에 주력했다.

문제는 날씨였다. 유 후보보다 하루 앞서 25일 오후 거북시장을 찾은 송 후보는 빗속에서 시장 상인들을 만났다. 때문에 송 후보를 ‘직접 봤다’는 상인보다 ‘다녀간 소식만 들었다’는 상인들이 더 많았다. 사실상 송 후보가 불리한 상황. 하지만 김 선대본부장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송 후보가 강조하는 진정성은 선거 유세가 아닌 정책과 비전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송 후보는 이날 저녁 거북시장 내에 위치한 석남2동 경로당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른바 ‘원도심 숙박투어’다. 송 후보는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13일간의 선거운동 기간 중 토론회 및 주요 일정이 확정된 날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인천 전역 원도심의 노인회관 등을 방문해 지역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3일과 24일엔 각각 중구와 남구를 찾아 지역민들을 만났고, 25일 서구 지역민들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김 선대본부장은 “송 후보가 앞으로 원도심 활성화를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보”라고 설명했다.

밤 9시. 경로당에 도착한 송 후보는 자리에 앉자마자 ‘쪽지’를 확인했다. 쪽지는 ‘원도심 숙박투어’의 일환으로, 3인1조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소통 우체통’을 어깨에 메고 원도심 지역을 돌며 지역민들의 메시지를 담아오면 그날 저녁 송 후보가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쪽지를 읽는 송 후보의 모습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했다.

▲ 송 후보의 캠프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원도심 숙박투어’는 “앞으로 원도심 활성화를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송 후보의 의지를 담은 행보”다. /사진=송영길 캠프 제공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지역민들과의 대화. 화두는 교육청 이전과 재개발,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증설 문제다. 송 후보가 제시하는 해법을 듣기 위해 지역민 50여명이 빗속을 뚫고 자리에 참석했다.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알기에 송 후보 역시 “재선 당선 후 집권 초기 동력이 있을 때 속도를 내서 현안을 풀어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송 후보의 서민 행보는 원도심 지역민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냉담했던 가슴도 하룻밤 지내다보면 얼음 녹듯 서러움이 녹는다는 것. 물론 선거 이벤트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지역민들의 질책인 만큼 송 후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선거 때만 보인다는 지적도 달게 받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선거 때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찾지 않는 것 아닌가. 사실 선거 끝나면 찾아와야 하는데, 일이 엄청 많긴 하다. 인천이 오죽 넓은가. 섬만 100여개다. 하지만 열심히 뛰었다. 저한테 아들과 딸이 있는데, 네 식구가 함께 식사를 한 게 1년에 열손가락 안에 든다. 이번 선거운동을 통해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게 됐다. ‘이곳에 오줌도 한번 안 눠본 사람이 출마한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그게 빈말이 아니더라. 확실히 한번 자보니까 관심이 더 생긴다. 앞으로도 지나갈 때마다 생각나지 않겠는가.”

지역민들과 대화는 밤 11시를 조금 넘겨서야 끝났다. 하품이 쏟아지는 송 후보. 하지만 잠 대신 원고지를 택했다. 다음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시작으로 저녁엔 유 후보와의 토론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송 후보에게 이날 밤은 유난히 짧았다.

◇ 세월호 참사 보다 시급한 ‘곳간 사정’ 어떻게?

하루 새 두 후보를 맞이한 서구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단 송 후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잇따랐다. 전임 시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을 송 후보가 뒷수습하는데 “고생했다”는 것.  27일 기자와 만난 택시기사 A(52) 씨는 “사업이 중단돼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 결과적으로 ‘돈 있는’ 사람들은 송 후보에 대해 좋은 말을 하진 않겠지만 우리 같이 ‘돈 없는’ 사람들이 볼 땐 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게 아니겠냐”면서 “부채에 대한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평가는 보수층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잡곡을 판매하는 60대 남성은 스스로 ‘보수’라고 말하면서 “송 후보가 부채 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고생을 많이 했다. 처음에야 송 후보가 야당 사람이라서 탐탁지 않았던 것뿐이지 열심히 일한 것을 알고 있다”고 수긍했다.

▲ 인천 민심은 부채 해결에 힘쓴 송영길 후보에게 ‘마무리’ 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유정복 후보에 대한 기대심리도 적지 않다. /사진=유정복 캠프 제공

송 후보에게 ‘마무리’ 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유 후보에 대한 기대심리도 적지 않았다. ‘박근혜 측근’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송 후보가 고생을 많이 한 것은 알지만, 아무리 부채가 많기로 사업을 중단만 해선 곤란하지 않겠나. 결국 송 후보가 힘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면서 “가재는 게 편이라고 했다. 대통령 측근이 말하는데, 중앙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드러냈다.

해산물을 판매하는 40대 남성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지금 인천시 힘만으로는 해결이 힘들다. 지금 상황에선 누가 시정을 운영하든 똑같다. 빚이 더 늘어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고, 중앙정부의 힘을 좀 빌리자면 아무래도 여당 후보가 돼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 후보를 지지하는 지역민들은 선거 후반 보수표 결집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충격은 컸지만, 그것은 박 대통령 한 사람만의 잘못이 아닌 여와 야 모두의 잘못이라는 지적에서다. 실제 기자가 만난 상당수 상인들은 “박 대통령이 미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도리어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주장도 나왔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세월호 사태의 시발점은 부정부패 아닌가. 결국 깨끗한 사람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을 믿고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측근인 유 후보도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냐”고 말했다.

여기서 또다시 갈리는 시장 상인의 말. 약초를 판매하는 50대 남성은 “솔직히 인천은 세월호 사태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원도심 개발과 부채 해결이다. 이에 대한 후보의 해결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유 후보가 고향사람을 강조하지만, 과연 인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 남성은 “세월호 참사로 조용한 선거를 외치고 상대 후보를 헐뜯지 말자더니 새누리당이 난리법석을 떨고 갔다”면서 혀를 끌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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