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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마트, 무빙워크 사고 책임 회피 논란
2014. 06. 05 by 권정두 기자 swgwon14@hanmail.net

▲ 지난 3월 14일 이마트 부천점 무빙워크 사고 당시 현장 모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3월, 이마트 부천역점에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남편과 함께 이마트를 찾은 남모(여) 씨가 무빙워크를 이용하던 중 발이 빠진 채로 10m 이상 끌려간 것이다. 이 사고로 남씨는 허벅지가 20cm 넘게 터지고 찢어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후 남씨는 두 달 반이 넘도록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걷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씨는 조만간 병원을 나와 재활을 거친 뒤 다시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 치료에만 전념하라던 이마트, 이제 와서 ‘나 몰라라’

문제는 피해자가 여전히 병원비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엔 복잡한 사정이 숨어있다.

이마트 부천점은 부천역사 안에 입점한 매장이다. 때문에 이마트 내에 있는 무빙워크지만, 관리책임은 부천민자역사주식회사에 있다. 그리고 실무적인 부분은 엘리베이터업체가 담당한다.

이렇다보니 책임소재와 과실비율 등이 복잡하게 꼬였다. 그 사이 병원비는 쌓여만 갔고, 피해자 측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병원비 지급을 놓고 이마트-부천민자역사주식회사-엘리베이터업체 등과 실랑이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 측은 이 같은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행태도 어처구니없지만,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인 ‘이마트’ 측이 이번 일에 ‘나 몰라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남씨는 이마트를 찾았다가 매장 내에 위치한 무빙워크에서 사고를 당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마트 고객’이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트는 해당 무빙워크를 다른 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에서 한 발 물러났다. 무빙워크에서 사고가 터졌으니 이를 관리감독하는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이마트는 사고 당시 피해자 측에 “걱정 말고 치료에만 전념해라. 치료비는 문제없이 지급될 것”이라고 안심을 시켜놓고, 이제와 “무빙워크 관리업체 쪽에서 보상할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당시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이마트를 찾은 고객이 사고를 당한 만큼 도의적인 책임 하에 보상 문제를 적극 중재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번엔 “무빙워크 등 시설관리는 부천역사와 엘리베이터 관리업체가 맡는다”며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변했다.

특히 이마트 관계자는 “부천역사 쪽에서 치료비를 다 지급한 것으로 안다”며 사실관계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씨는 “내 아내는 이마트에서 쇼핑을 하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이마트에 책임이 없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설사 책임 소재나 과실 비율을 따져야한다 하더라도 그건 이마트가 해당 업체들에게 따질 일이다. 왜 사고를 당한 고객이 관리업체와 씨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 이마트 본사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의 남편.

◇ 행복했던 쇼핑이 불행한 일상으로

피해자 측은 이마트의 이중적인 태도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지난 3일 이마트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의적 차원’을 강조하며 “필요한 물품을 적극 지원해왔고, 직원이 20여 차례 찾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의 남편 신씨는 “늘 의사결정권이 없는 말단 직원만 찾아와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못했다.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무시됐다. 결국 보상금, 위자료도 아닌 병원비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20번이나 찾아왔다며 생색내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유통업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이 매장 내에서 사고를 당했다면, 우선 마트 쪽에서 치료비를 지급하고 차후에 관리업체와의 책임소지를 가리는 것이 도의적으로도 맞다”면서 “아무리 관리업체 과실이라 하더라도, 이마트는 고객들이 이용하는 시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남씨는 여느 때처럼 남편과 함께 이마트를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장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고 다친 허벅지는 흉터로 얼룩졌다. 여전히 다리를 저는 등 완쾌되지 않은 상태이며,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심각하다. 물론 피해보상은 커녕 병원비조차 처리되지 않은 상태다.

두 달이 넘도록 계속된 병원 생활은 새 학기를 맞은 초등학교 6학년·4학년 두 아이들마저 챙겨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처럼 이마트에서 벌어진 사고는 평화롭던 남씨의 일상과 가족을 망쳐놓았다.

3월 14일, 남씨는 이마트의 고객으로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두 달이 넘도록 남씨는 ‘이마트의 고객’이 아니었다.

신씨는 “그때 왜 하필 이마트로 쇼핑을 가서 이런 고통을 겪나 싶다”며 “더구나 이제는 마치 사고로 한몫 잡으려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것 같아 정신적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