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희 경제개혁연대 사무국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소액주주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직접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감시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 운동은 ‘재벌개혁’의 또 다른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리고 이 운동의 대중화에 시민단체의 활동이 큰 힘이 됐다. 바로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경제개혁센터)로 출발해 2006년 독립 분리돼 ‘경제개혁연대’로 새롭게 태어난 이 단체는 그간 ‘재벌’의 ‘저격수’와 ‘감시자’ 역할을 하며 소액주주운동, 삼성의 편법상속 논란, 기업의 부실 경영 등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 현장에 있었다.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각종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해 승소하기도 했다. 또 집중투표제 의무화,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등의 입법운동으로 제도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시사위크>에선 지난 20일 이 단체의 ‘활동 역사’를 돌아보기 위해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 자리 잡고 있는 경제개혁연대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이승희 사무국장을 만났다. 이승희 사무국장은 참여연대의 창립멤버이자, 경제개혁연대의 첫 걸음부터 함께 해온 사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전신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활동 역사만 17년이 넘는다. 출범 초기의 이야기부터 들려 달라. 

“1997년 참여연대의 재벌 및 경제 담당 분과로 처음 시작했다. 당시 재벌 개혁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당시 재벌 개혁은 정치・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상태였다. 업종다각화, 공정거래법, 금융실명제나 출자총액 등 기본적인 정책적 과제는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우리는 정책적인 것을 떠나 구체적으로 ‘재벌 개혁’과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을 찾고자 했다. 그러면서 ‘소수주주권’에 관심을 기울였다. 소수주주권은 주주의 횡포를 막고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소액 주주에게 부여된 권리인데, 이 권리를 통해 다양한 사법적 대응을 전개했다. 그것의 첫 걸음이 주주대표소송이었다. 

- 경제개혁연대는 총수일가의 사적 유용, 부실 경영 책임 추궁, 편법증여에 대해 고소 고발로 제도적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억 남는 성과를 꼽자면 뭐가 있나.

 “역시 '주주대표소송'의 성과가 기억에 남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기해 승소한 제일은행 주주대표소송을 시작으로 많은 소송에서 이겼는데, 이로 인해 ‘이사들의 책임 의식’ 환기에 순기능을 했다고 본다. 잘못된 의사 결정을 했을 때, 자신들에게 배상의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는 사법적 경고의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증권집단소송법, 상법에 회사기회유용 금지 규정이 도입되는 등 제도적 변화를 이끌 낼 수 있었던 점도 기억에 남는다.”

- 최근엔 진행하고 있는 주주대표소송으론 4대강 담합 건이 있다. 경제개혁연대 주도로 소액주주들이 대우건설 이사 10명에게 46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국내에서 ‘담합’ 건으로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4대강 담합 건은 이사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일부 담합 건설사들이 주주명부 열람을  거부해 소송은 지분을 확보한 곳만 진행 중이다. 통상 주주명부를 받아 편지를 보내서 소액주주들에게 소송에 참여해달라고 요청을 하는데, 그 작업을 못하는 회사는 멈춰져있다.”

 
- 정부의 경제 정책 연구 및 감시자 역할도 하고 있는 만큼, 현 정부의 ‘경제 개혁’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각에선 현 정부는 ‘재벌 개혁 정책’이 공약 보다 후퇴하고 있다는 논란도 있는데. 
 

“경제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전 정부보다 진일보한 면이 있다. 하지만 개혁드라이브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후퇴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통상 우리나라 대통령은 집권 3년차가 되면, 레임덕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집권 초기에 개혁드라이브를 강하게 밀어붙여 어느 정도 완성도 있게 달성해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고 5년에 걸쳐 나눠서 달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경제개혁연대의 정치적 색깔에 대해 궁금해 하는 시선도 있다.
 

“특정 정당의 성향과는 매치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시장에 대해 정부의 개입이나 역할을 어떻게 볼 지에 따라 성향이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시장의 모든 것을 (정부에)맡겨야 한다는 입장과는 반대의 지점에 있다. 이런 측면에선 ‘진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 ‘재벌’의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외부의 압박은 없었나. 
 

“기업들로부터 압박을 받는 일은 없다. 그보다는 초반에 이데올로기적인 논쟁이 많았다. 자유기업원 같은 곳에서 처음엔 욕을 많이 먹었다. 과거엔 ‘재벌이 여러 문제가 있지만, 재벌이 없으면서 우리나라가 어려워진다’는 인식이 팽배해 이같은 이데올로기로 공격하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경제민주화, 중소기업 문제가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분위기라 그런 식의 논리로 공격하는 곳은 없다.”

- 경제개혁연대의 운영 구성원과 운영 자금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참여연대처럼 회비를 받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기본적으로 전문가와 상근자 집단으로 나눠져 있다. 회계사와 변호사가 소속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운영비용은 ‘장하성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을 아껴서 쓰고 있다. ‘장하성 펀드’는 지배구조가 좋은 곳에 투자해 시장에서 좋은 변화를 일으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 오래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때 생긴 수익을 아껴서 운영비로 쓰고 있다. 이외에 기업을 제외한 학계와 정치계 등의 연구 용역비 등을 통해서도 돈을 벌고 있다.”

- 후원금은 받지 않나.
 

“일절 받지 않는다.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기업 임원이 선의로 후원금을 준다고 했을 때 ‘저 후원금을 받아도 될까’를 놓고 내부적인 분란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쪽에서도 무언의 기대를 할 수도 있기에  애초에 그런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 앞으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가. 
 

“회사를 선정해서 보는 것은 아니다. 2000년까지 5대재벌 중심으로 봤지만, 지금은 전체 기업집단을 다 모니터하고 있다. 또 이슈별로 (기업들을)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삼성도 지배구조개편과 승계 문제에 대한 이슈가 터진 만큼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