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박창근 교수.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6월, 강원도 강릉시 옥계군에서는 충격적인 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터파기 공사현장에서 독성물질이 대규모로 발견된 것이다. 오염의 주범은 6개월 전쯤 가동을 시작한 포스코 옥계 마그네슘 제련공장이었다.

유출된 오염물질은 페놀 등 발암물질이었고, 그 규모도 상당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포스코는 오염사고를 일으킨 다른 기업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과 및 향후 대책을 내놓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심각한 오염사고 치고는 후폭풍도 비교적 잠잠했다.

그리고 약 1년 뒤. 포스코는 토양정밀보고서를 내놓았고, 주민들과도 합의에 이르렀다. 정화에 적잖은 기간이 소요되겠지만, 큰 탈 없이 사태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박창근 교수의 시선은 달랐다. 사고 초기부터 각종 의혹과 문제를 제기해온 그는 “사고원인 조사부터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시사위크>는 서울 환경운동연합에서 박창근 교수를 만났다.

▲ 박창근 교수가 지난 10일 촬영한 차수벽 내 모습. 검붉은 오염물질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박창근 교수는 "추가 차수벽이 설치되기 전까지 이러한 오염물질이 확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박창근 교수>
◇ “포스코의 사태 수습, 첫 단추부터 엉망”

-사고 원인에서부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포스코 측은 부등침하, 즉 땅이 가라앉으면서 유독물질 보관탱크와 파이프에 균열이 생겨 유출이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사고 이후 심상정 의원실과 함께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했다. 하지만 의원 보좌관은 건물 안에 들어가게 하고, 나는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더라. 그런데 밖에서도 부등침하에 의한 유출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부등침하 때문이었다면, 파이프가 주저앉아 접합부에 균열이 생겨야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고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포스코가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건물 내부에서 무언가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고 본다. 조사결과 건물주변의 오염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건물 아래는 아예 조사도 못했지만,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건물과 건물 사이, 파이프가 지나는 곳은 오염이 덜했다. 건물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유추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포스코는 알고 있겠지만, 밝히기 싫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포스코는 유출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2013년 6월 주수천 터파기 공사를 하다 오염물질이 발견됐고, 그제야 뒤늦게 유출을 확인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인 포스코에서 오염물질 유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독성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 유출 여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터파기 공사가 없었다면 더 오랜 시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의문은 공정상으로도 유출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정상 일정한 화학물질 사용량과 유독물질 회수량 등이 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유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기본적인 공정조차 없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유출량을 두고도 의혹이 많다. 포스코는 사흘에 걸쳐 15.7톤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반면 교수님은 180톤을 주장했는데.

“아주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 그 정도다. 이만한 규모의 대형 오염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특히 유출이 사흘 동안만 진행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랬다면 200m나 떨어진 곳에서 오염 물질이 발견됐을 수 없다. 적어도 4월 중순부터 오염이 발견된 6월까지 유출이 계속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출이 확인된 6월 이후엔 확실하게 추가 유출이 없었던 것인지.

“그것도 알 수 없다. 일단 사고 원인 분석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다. 원인을 잘못 집었는데,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겠는가. 더욱이 포스코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 박창근 교수는 사고 원인에 의혹을 제기하며 "건물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물 주변의 오염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 것이 근거"라고 밝혔다.
◇ 오염 확산 ‘수수방관’, 토양정밀조사보고서는 ‘엉터리’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했다면 서둘러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포스코 옥계 페놀 유출 사고의 경우 어떻게 조치해야 했나.

“당연히 차수벽 설치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했다. 유출 확산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포스코는 일부 구간에만 차수벽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해 9월 강릉시는 포스코에게 추가 차수벽 설치를 지시했다. 하지만 추가 차수벽 설치는 7개월이나 지난 올해 4월에서야 추가 차수벽을 설치했다.”

▲ 박창근 교수가 지난 10일 촬영한 주수천 인근 모습. 기름띠 모양의 오염물질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박창근 교수>
-오염 확산을 제대로 막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최근 차수벽 내부를 살펴보니 페놀 등 오염물질이 갇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수벽이 없었던 때에는 이러한 오염 물질이 전부 토양과 지하수, 하천, 바다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다. 오염 확산을 방치한 셈이다. 뿐만 아니다. 정화작업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오염된 토양 위에 건물을 짓고 도로를 포장했다. 포스코에게 진정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자체 등 정부는 무얼 했나.

“관련 법상 지자체가 대응하도록 돼있는데, 강릉시는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포스코가 추가 차수벽을 설치하지 않고, 주민설명회도 허술하게 진행했는데 강릉시의 제재는 없었다. 또한 강릉시는 사고 원인 및 규모에 조사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강릉시가 포스코의 사고 은폐 및 축소에 일조한 측면이 있다. 혹시 강릉시와 포스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최근 포스코의 토양정밀조사보고서가 나왔다. 이 부분에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오염을 일으킨 포스코가 ‘셀프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관련 법상 가능하긴 하지만 사실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범인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과 같다. 오염을 일으킨 주범에게 오염 규모 등을 확인하라고 하면, 객관성 유지와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겠는가. 실제 포스코의 토양정밀보고서는 엉터리, 허위다. 1, 2차 조사에선 발견됐던 비소 물질이 3차 조사에선 자취를 감췄다. 또한 기본적으로 유출 원인조차 명시하지 않고 있다. 원인 없는 보고서라니, 정말 황당한 보고서다.”

◇ “제대로 조사해서 주민설명회 다시 해야”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주민설명회를 제대로, 다시 해야 한다. 옥계 주민들은 정확히 어떤 물질이 얼마나 유출됐는지, 왜 유출됐는지, 오염 확산 및 재발 방지 대책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 권리가 있다. 물론 포스코가 주민설명회를 하긴 했지만, 자료조차 제공하지 않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비판적인 주민들은 아예 부르지도 않았다. 때문에 비전문가인 주민들은 대부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심지어 포스코는 주민들에게 ‘페놀은 병원에서 소독제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정말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를 하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에서부터 유출 규모, 정화 방법, 재발방지 대책 등을 전면적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 조사는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이 포함된 제3의 기구를 통해 철저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여러 의혹 및 문제 제기에 포스코는 꿈쩍도 안하고 있다. 주민들 역시 합의에 이르렀고, 정부는 제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또한 언론에서도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다.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힘들거나 외롭지 않다. 자신 있다. 포스코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도 한 말이지만, 포스코는 조폭도 아니고 동네 양아치다. 조폭은 의리라도 있는데, 포스코는 최소한의 양심도 없다. 앞으로 포스코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시나리오도 빤히 보인다. 꼼수를 계속 부릴 텐데, 끝까지 지켜보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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