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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르포]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시운전, 소음과 악취에 주민 고통
2014. 07. 18 by 이미정 기자 dlalwjd1234@naver.com

▲ 인천 서구 원창동에 위치한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과 인근 석남동 주택가.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SK인천석유화학의 파라자일렌 공장이 본격 가동에 앞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인천 서구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렀던 이 공장은 최근 시운전 과정에서 과한 화염과 소음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다. 안전성, 환경위해성, 절차상 적법성 등의 논란 끝에 지난달 20일 사용승인이 난 공장인 만큼,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주민들은 ‘가동 중단’을 외치며 집단 항의에 돌입했다. 이에 기자는 지난 17일 오후 해당 공장 인근 주택가를 찾아 실제 주민들의 사정이 어떤지 알아봤다.

“어른인 나도 악취와 소음에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어린 아이들은 오죽이나 하겠냐."

지난 17일 인천 서구 석남동 신석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며칠 간 겪었던 고통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신석초등학교 바로 뒤편으론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이 들어서있다. 그 앞쪽으론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빌라, 단독주택들이 밀집해 있었다.

◇ “화염 불안감, 악취 소음으로 고통”

이 일대 주민들은 SK인천석유화학 공장에서 지난 11일 발생한 나프타 유출 사고와 파라자일렌 공장 가동에 따른 소음과 화염, 악취 문제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했다.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을 마주하고 있는 한 아파트에서 인근 주민인 박옥주 씨가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는 모습.

지난 14일 오후 10시 이 일대 주민들은 파라자일렌 공장 가스배출 설비에서 거센 화염이 일고 타는 냄새가 발생했다며 집단 항의 시위를 벌였다.

파라자일렌 공장 가스배출 설비는 LP가스 등을 완전 연소시켜 태우는 과정에서 화염을 발생시킨다.

그런데 이 화염이 주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정도로 커지면서 주민들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준 것이다. 이날 300명의 주민들은 아예 공장 앞에서 집단 야간 시위를 벌였으며, 인천 서구청에는 수백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신석초등학교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옥주 (47)씨는 “월요일하고 화요일 밤에는 불꽃이 가장 심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불이 난 것 같았다”며 “공장과 마주하고 있는 한 아파트는 복도식 인데, 공장의 불빛과 굴뚝의 화염으로 아파트 전체가 환해서 주민들이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괴롭힌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역한 냄새가 며칠 동안 진동을 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가스 냄새나 쓰레기가 타는 냄새 같기도 하고, 나프탈렌이나 황화수소 냄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하튼 머리가 아플 정도로 냄새가 나서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창문을 닫아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14일 오후 10시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 가스 배출 설비(철탑 굴뚝 모양)에서 커다란 불꽃이 발생해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왼쪽 사진은 14일 밤 화염이 커졌던 사진이며, 오른쪽은 17일 촬영한 사진. 

실제로 기자는 학교 인근을 비롯해 주택가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미묘한 가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박씨는 “지금은 냄새가 많이 가셨지만, 요 며칠간은 공기청정기가 하루 종일 돌아갈 정도로 냄새가 심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를 비롯해 이 동네의 주민들은 이 "악취는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이 시운전을 하면서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 “초등학교 바로 뒷편 공장, 아이들 건강 걱정돼”

박씨는 “지금까지 여기 살면서 이런 냄새를 처음 맡아봤다”며 “SK인천석유화학 쪽에선 자신들의 공장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 공장의 시운전과 함께 냄새가 났기에 주민들로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공장 가동에 따른 유해물질 발생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악취까지 발생하자 더욱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이 일대 주민들은 “파라자일렌을 얻는 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등 유해물질이 과도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학교 근접거리에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컸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70대 노인은 “그렇게 반대를 했는데도 결국에는 사용승인이 나 버렸다”며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나 같은 노인들은 그렇다고 쳐도, 어린 아이들의 건강에 해가 될까 두렵다”고 걱정했다.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 바로 앞에 있는 인천신석초등학교. 초등학교 뒷 쪽으로 공장의 설비가 보인다.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바로 소음이다. 파라자일렌 공장 가동에 따른 소음으로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었다.

주민 박씨는 “낮에는 생활 소음 때문에 잘 안 들리지만, 밤이면 공장 가동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린다”며 “SK인천석유화학 쪽에선 방음대책을 세웠다고 하지만, 방어 펜스 몇 개 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낮에도 인근 고층 아파트에 올라가서 소리를 들어보니, 꽤 큰 공장 가동 소리가 들렸다.

박씨는 “소음 전문가를 불러 소음원을 찾고 대책을 마련한다는데, 그 기간만 두 달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며 “소음을 잡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지만, 잡는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에 받을 주민들의 고통은 누가 책임져 주냐”고 격양된 목소리를 토해냈다.  

이어 “시운전 과정에서도 이렇게 문제가 심각한데 본 가동했을 때는 괜찮아질 것이란 보장이 있냐”며 “한 여름에 매일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고 살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SK인천석유화학은 물론 공장 허가를 내준 시청과 구청이 모두 이 문제에 책임을 지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주 대책을 내놓거나, 아니면 주민을 위한 구체적인 주거 환경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SK인천석유화학 “소음 발생 유감, 악취는 우리와 무관”

이에 대해 SK인천석유화학 측은 “우선 주민들에게 불편을 드린 부분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시 운전 중 처리되지 않은 가스를 태워 배출하는 과정에서 불꽃이 과하게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1시간 안에 불꽃을 잡아 안정화시켰고, 유해물질의 배출은 없었다. 주민들이 많이 놀라게 한 것은 죄송하다. 다음 주쯤 정상 가동이 되면 안정화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정문. 
하지만 악취 문제는 SK인석유화학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부인했다. SK인석유화학 관계자는 “가스 냄새가 났다고 하는데, 타업체의 전기로 가동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인근이 다 공장단지다. 폐기물업체도 모여 있다 보니 냄새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장 가동 소음 문제에 대해선 “방음벽 등 소음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나, 주민들이 느끼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시운전 과정이다 보니, 소리가 더 심했던 것 같다. 회사도 소음 관련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소음원을 찾고 대책 마련레 고심하고 있다.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나프타 유출 문제에 대해선 “현재 정확한 유출 원인과 유출량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일단 파라자일렌 공장의 가동 과정에서 나프타 유출이 된 것은 아니다. 나프타 저장 탱크를 식히는 과정에서 물을 뿌렸는데 이 과정에서 지붕에 하중이 실리다보니까 나프타가 소량 유출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또 “공장과 주택가가 가깝게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주민들이 불안해하시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우려처럼 유해물질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주거 환경 안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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