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지난해 휩쓴 이슈 중 ‘갑을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기업의 불공정 행위 규탄, 중소상인 문제, ‘갑의 횡포’ 등 다양한 민생 경제 이슈들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그 결과 기업들은 부랴부랴 ‘상생’ 방안 마련에 나서고, 가맹점사업법 개정도 이뤄지는 등 변화의 성과도 있었다.

이 같은 변화에 배경에는 ‘을의 반란’이 중심에 있었지만, 그 뒤에는 시민단체의 노력도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다. <시사위크>에선 이 시민단체의 활동을 짚어보고, 최근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하는 일에 대해 가볍게 설명을 해 달라. 
“기본적인 민생 이슈는 다 다룬다고 보면 된다. 갑을 논란과 중소상인들 문제, 대기업 부당 행위 등 ‘경제민주화’ 이슈 뿐 아니라 주거, 금융, 교육, 통신 등 서민 생활과 관련된 이슈 등 전반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상가세입자 보호 운동, 통신비 인하, 반값 등록금 운동, 편의점 및 대리점 사업자에 대한 부당 행위 감시 및 고발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또 생활 속 작은 권리 찾기 운동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 지난해 ‘갑의 횡포’가 이슈였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그 중심에 서서 불공정행위 고발에 앞장섰는데. 
“작년엔 ‘갑을 이슈’는 10대 뉴스에 뽑힐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갑을 이슈’를 촉발시킨 ‘남양유업 사태’의 경우에서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대리점, 각종 편의점 가맹점, 대기업 횡포 등을 고발했는데, ‘불공정행위’ 건으로 공정위에 신고한 건만 30건 넘는다.”

- 작년에 기억에 남는 성과는 뭔가. 
“여러 가지 있다. 가맹사업법이나 상가임대차법도 개정되고,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도 이루어졌다. 이외에 이동통신원가 공개 이슈는 항소심까지 이겨 대법원에 가 있다. ‘알뜰폰’도 진출하는 것을 못 막았지만, 알뜰폰 시장 내에서 50% 점유율을 독점하지 못하게 저지했다. 해결이 안 된 것도 많다. 남양유업방지법(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국회 처리가 안 됐고, 용산화상경마장 사태도 해결 없이 갈등만 지속되고 있다. 더 도움이 되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다.”

-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느끼나. 
“‘갑을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 사람들은 ‘경제민주화’하면 어렵게 생각했다. 이젠 ‘갑을 문제’가 ‘경제민주화’구나, 혹은 ‘내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또 의무휴업제 초기에는 불편하고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갈수록 ‘민생 경제를 살리는 문제’로 인식하는 것 같다.”

- 한편에선 ‘의무휴업제’ 실효성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선 ‘주말휴무일’에서 ‘평일 휴무일’로 바꾸는 규제 완화 움직임도 있는데,
“의무휴업일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업들의 생각일 뿐이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전통시장의 매출이 안 늘어났다고 하는데, 그것은 경기 침체에 따라 전체 매출이 감소했을 뿐이다. 실제로, 중소 상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매출이 분명 살아나고 있다. 의무휴업일 때문에 전통시장의 매출이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지 않나.”

 
- 최근 정부가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면서 ‘경제민주화’가 예전만큼 힘을 못 받고 있다는 시선이 상당한데, 어떻게 생각하나. 
“경제민주화, 갑을 문제 타파는 이제 시작인데, 속상한 일이다. 지금도 ‘대기업’에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달에만 수십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으며, ‘공론화’ 되지 않은 사례도 몇십 개가 쌓여있다.”

-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발표한 ‘경기부양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소득 주도형 성장론’을 내건 것은 반갑다. 비정규직, 최저임금이나 사내유보금 과세 언급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뜻)’라는 대기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경제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해서 경제 위기를 풀겠다는 것인데, 이미 가계 부채는 1천조시대에 부채를 늘리는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빚을 늘려서 집을 사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게 ‘경제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하우스푸어 몇 명만 늘리는 꼴이 될 것이고, 그 빚 갚느라고 내수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더 이상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사게 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그렇다면 경기 침체의 해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오히려 대기업의 탐욕을 규제하면,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에게 가는 몫이 늘어나고 그게 ‘내수 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경제’로 가는 길이며, 경제 위기의 해법이다. 서민 경제를 살리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계 부채를 줄이고 고용을 안정시켜줘 서민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면 된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최저임금 올리고 그 다음에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를 경감시켜주면 소득이 늘어날 것이다. 늘어난 소득으로 빚도 갚고, 소비를 촉진시킨다면 내수도 살아날 것이다. 그 동력으로 중소상인들은 물론 기업들이 살아날 수 있다.”

- 그런 취지에서 반값 등록금, 통신비 인하 운동, 비정규직, 중소상인 보호, 중소기업 갑을 타파 운동을 하는 것인가. 
“맞다. 모든 민생 이슈는 연결되어 있다. 가계 부채, 고용 문제, 대기업 탐욕, 하도급 횡포, 접합업종 보호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 종국엔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가. 
“수 많은 피해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 사실 관계가 완전히 틀리지 않은 이상 접수된 제보를 전부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더 적극적으로 도와드리지 못하는 건도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케이블 업체들의 ‘슈퍼갑질’이나 ‘용산 화상 경마장 사건’, ‘악성 채무’ 사건 등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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