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르포
[르포 용산 화상경마장] 시범운영 종료, 주민들 “육지의 세월호 끝까지 막을 것”
2014. 09. 30 by 신승훈 기자 pak706@hanmail.net

▲ 용산 화상경마장 건물 앞에서 농성중인 주민들.
[시사위크=신승훈 기자] 지난 28일 기자는 용산 화상경마장을 찾았다. 흐린 날씨가 화상경마장의 진회색 건물과 어우러져 집회중인 주민들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었다. 이날은 용산 화상경마장 시범운영 마지막 날이었다. 앞서 지난 6월 28일 용산 화상경마장은 반대 주민들을 무시한 채 기습 개장에 나서 큰 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기습개장으로부터 꼭 석 달이 지난 이날에도 반대 주민들은 여전히 용산 화상경마장 앞을 지키고 있었다. 용산 화상경마장 이전에 대해 500일 넘게 반대 농성을 펼쳐온 주민들은 1년 6개월 가까이 주말을 반납하고 있다. 시범운영 3개월간 한 여름 무더위를 견뎌낸 채 여전히 그대로 말이다.

▲ 주민 대책위원회 집회 천막 내부 모습.

◇ 500일의 농성…우리 모두는 불합리와 싸운 적이 있다

현장에서 직접만난 정방 주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기자를 천막 안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오랜 기간 싸워온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천막 안에 앉아 책을 보던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주말에 부모 손을 잡고 나들이 가야 할 아이들이 거리집회를 경험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정방 대표는 “주말마다 이렇게 나와 있는 게 당연히 힘들다”며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도박이나 위험한 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부모들이 교육 환경을 지켜줘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 용산 화상경마장 주변 주택에 걸려 있는 현수막.

보통의 시민들과 다를 바 없었던 이곳 주민들은 지난 6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용산 화상경마장 임시개장에 반대하다 큰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정방 대표는 “임시개장 첫날 화상경마장 출입구를 막고 있다가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졌다”며 “그러던 중 갑자기 덩치 큰 사람들이 몰려와 잔뜩 겁을 먹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마사회 소속 유도선수들이었다. 또 마사회가 어디선가 싣고 온 경마장 손님들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웃통을 벗어 문신을 보이는 등 행패를 부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이후 더욱더 경마장 이전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며 “우리 아이들이 이런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만난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다”고 덧붙였다.

주민들과 협의가 전혀 없었던 개장인데, 마사회는 주민 9명에게 영업 방해 행위 등 금지에 관한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인용’한다는 판결과 함께 위반행위 1회당 50만원 지급을 명했다. 동시에 10월말까지 시범운영을 허락하는 조정을 냈고 정부 당국의 명령에 따라 시범운영 기간은 9월말까지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민들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회와 거리를 가릴 것 없이 경마장 철회를 호소하는 학생들은 “왜 경마처럼 사행성을 조장하는 도박을 학교 앞에서 하느냐”며 경마장 이전 반대 동영상과 피켓을 만들어 거리로 나와 사람들에게 알렸다.

▲ 주민 대책위원회가 목에 메고 다니는 노란 스카프

◇ “학생들 도박 꿈나무로 양성할 작정”

시범운영 기간 동안 다행히 세간을 떠들썩하게 할 사건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들의 걱정은 한 치도 줄어들지 않았다. 정방 대표는 “3개월간의 평가에서 피해규모를 예상한다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해 7월 용산 거리로 나와 경마장 이전에 반대하는 학생들.
이어 “실제로 지난 9월 경기도 하남 경륜장에서 재산을 탕진한 한 남성이 여고생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며 “용산 화상경마장 시범운영 기간에도 학교 앞 길에서 주정뱅이가 술병을 들고 위협해 한 학생이 잔뜩 겁먹은 일이 있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용산 화상경마장이 사회적으로 주목 받고, 주민들이 꾸준히 반대 집회를 펼치자 이곳을 찾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정식 개장할 경우 수천명의 사람들이 오갈 것이고, 여러 사건사고도 많아질 것이란 게 주민들의 걱정이다.

정방 대표는 “학생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성숙한 모습을 통해 희망을 봤다”며 “도박꾼 주머니 턴 돈, 장학금으로 받을 생각 없다고 말하는 학생들을 보며 부모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이런 바른 학생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원석들을 도박 꿈나무로 양성하려는 건 아닌지 걱정 된다”고 근심어린 심경을 전했다.

▲ 용산 화상경마장 입구 모습.

◇ “육지의 세월호 용산 화상경마장, 누군가 다치고 수습하는 일 이제 없어야”

기자는 정방 대표가 메고 있는 스카프가 노란색인 것이 자못 궁금해져 그 의미를 물었다. 그는 “농성을 하던 중 세월호 사고가 났고 같은 아이들 문제라 남일 같지 않았다”며 “화상 경마장은 육지의 세월호 아닐까 한다. 누군가 다치고 수습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가슴 아파했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시범운영결과를 평가한 후 10월 말 쯤 정식 개장 여부가 결정 난다. 인터뷰 내내 울려 퍼지던 농성 구호가 잠시 멈춘 시점에 주민대책위원회를 상대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정방 대표는 “(마사회가) 대책위가 지칠 때까지 기다리다 이전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오산”이라며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학부모, 선생님, 성직자까지 모두가 뜻을 같이하고 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마장 철회를 굽히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용산 화상경마장 앞에 걸려있는 주민들의 소망.

시사위크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