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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용산 화상경마장] 시범운영 마지막 날, 내부 모습 들여다보니…
2014. 09. 30 by 권정두 기자 swgwon14@hanmail.net

▲용산 화상경마장의 시범운영 기간은 지난 28일 종료됐다. 하지만 여전히 그 앞에서는 반대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초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월말, 기자는 한창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용산 화상경마장 일대를 방문한 바 있다. 그리고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온 지난 28일, 기자는 정확히 석 달 만에 용산 화상경마장을 다시 찾았다. 이날이 용산 화상경마장 시범운영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계절과 날씨는 달라졌지만, 용산 화상경마장 앞 풍경은 석 달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대 주민들은 여전히 노란 우산을 든 채 앉아있었고, 무전기를 든 마사회 직원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다만, 주민과 마사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던 시기보다는 한층 열기가 누그러진 느낌이었다.

▲ 용산 화상경마장.
이날 기자는 용산 화상경마장 내부를 직접 방문했다. 용산 화상경마장 1층 로비 역시 한산했다. 시범운영 기간이라 정원이 400여명 밖에 되지 않았고, 경마가 한창 진행 중인 오후 3시쯤이었기 때문이다.

1층 로비에는 화상경마장답게 승마 게임기도 눈에 띄었다. 오락실에 있는 레이싱 게임처럼 직접 말에 올라타고 스크린을 보며 게임을 즐기는 형식이었다.

승마 게임기를 지나 매표소로 향했다. 좌석권은 2만1,000원이었다. 과천 경마장과 다른 화상경마장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매표소에서는 영화관처럼 직접 남은 자리를 보고 선택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임시개장 중인 13층과 15층에 남은 자리는 많지 않았다.

좌석권을 구매하고, 경마정보지와 수성사인펜을 건네받은 뒤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다른 고객들은 없었지만 마사회 직원 2명이 서서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 용산 화상경마장 층별안내도.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층별 안내도가 눈에 띄었다. 총 18층인 용산 화상경마장 건물은 크게 세 가지 구역으로 나뉘었다. 가장 비싸고 ‘페가수스’가 16~18층, 임시개장 중인 ‘슈퍼프리미엄’이 13~15층, 그리고 2~7층, 10~12층에 위치한 ‘엑셀런트’가 그것이다. 층별 안내도에는 친절하게 이용가격도 적혀 있었다. 페가수스가 3만1,000원, 슈퍼프리미엄이 2만1,000원, 엑셀런트가 1만1,000원 등이었다.

15층에 도착하자 여러 대의 모니터 앞에 소파와 책상이 나란히 놓여있는 화상경마장이 눈에 들어왔다. 15층의 좌석은 세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고, 각 구역마다 모니터와 자율발매기가 놓여있었다. 한쪽에는 무료로 커피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휴게공간이 있었고, 가장 안쪽에는 흡연실과 구매권 창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과거 경마 기록과 영상, 배당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계도 눈에 띄었다.

구매권을 구매한 뒤 지정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곧 이어 “마감 3분전”이라는 방송이 들려왔다. 서둘러 마권구매표를 작성한 뒤 자율발매기에서 서투르게 마권을 사고 자리로 돌아왔다. 선불식 카드처럼 구매권을 넣고 마권구매표를 넣으면 자동으로 차감되는 시스템이었다. 이후 순식간에 사람들의 고함과 탄식이 오가더니 화상경마장 내부는 다시 조용해졌다.

용산 화상경마장의 첫 인상은 예상보다 깔끔하고 정돈이 잘된 느낌이었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마사회 직원이 대기 중이었고, 마권 구매 시간에는 자율발매기마다 여직원이 배치돼 고객들을 도왔다. 청소아주머니는 수시로 내부를 돌아다니며 버려진 마권과 종이컵 등을 청소했다. 전체적으로 이용객에 비해 직원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물론 경마가 시작되면 고함과 욕설이 난무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용산 화상경마장 15층(슈퍼 프리미엄) 내부 모습.
▲ 용산 화상경마장 15층(슈퍼 프리미엄) 내부 모습.
▲ 용산 화상경마장 15층(슈퍼 프리미엄) 내부 모습.
두 번째로 방문했다는 한 50대 남성은 “입장료가 비싸고, 새 건물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없고, 환경이 쾌적한 편이다. 다른 화상경마장은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식으로 개장하면 1만원 정도에 들어올 수 있는 층이 절반 이상인데, 아마 경마와 도박에 빠진 사람들은 먼 과천과 복잡한 영등포 대신 이곳을 많이 찾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경마장과 화상 경마장도 마찬가지지만 이곳은 외부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사람들은 내내 경마지를 들여다보다 모니터만 쳐다봤다. 구매권에 돈이 다 떨어진 이들은 창구에서 수차례 ‘충전’을 이어갔다.

시설들은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깔끔했지만, 도박 중독을 막을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구매권 구입 시 확인절차는 전혀 없었다. 한쪽 벽에 ‘10만원 이하’ 구매를 권유하는 도박 중독 예방 현수막이 있었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다. 한 여직원은 구매권 및 마권 구매에 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원칙적으로는 한 마권에 10만원까지 걸 수 있다. 도박 중독을 위해 잘 지켜달라”고 말했다.

▲ 용산 화상경마장 15층(슈퍼 프리미엄) 카페테리아 모습. 커피와 음료 등이 무료로 제공되고, 도시락(입장료에 포함)도 제공된다.
▲ 용산 화상경마장 15층(슈퍼 프리미엄) 자율발매대 및 정보검색대 모습.
화상경마장 곳곳에는 시범운영 종료를 알리는 공지가 붙어있었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해당 공지에서 “10월 한 달 동안 시범운영 평가를 마무리하고, 향후 운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갈등을 빚은 점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전한다”고 밝혔다.

이제 용산 화상경마장은 또 다른 국면을 앞두고 있다. 애초에 충분한 소통과 협의가 있었다면 주민들이 길거리로 나올 일도, 18층에 달하는 새 건물이 텅텅 빈 채 낭비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맞은 용산 화상경마장이 어느 길로 접어들게 될지 주목된다.

▲ 용산 화상경마장 시범운영은 지난 28일로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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