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현지 언론, 현대건설 ‘갑의 횡포’ 비판

지난 8월 중순, ‘Kabar6.com’ ‘metropolitanonline.co’ 등 인도네시아 주요 언론 5개 매체는 현대건설이 인도네시아 수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지 협력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은 상황에 대해 다뤘다.(빨간 박스) 사진=해당 매체 캡처.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이 현대건설의 ‘갑의 횡포’에 대해 보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위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순, ‘Kabar6.com’ ‘metropolitanonline.co’ 등 인도네시아 주요 언론 5개 매체는 현대건설이 인도네시아 수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지 협력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은 상황에 대해 다뤘다.

해당 매체들은 현대건설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오재훈 현민인도네시아 대표와의 인터뷰를 싣고, 현대건설이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8월, 5개 매체에서 현대건설 부당행위로 인한 협력업체 피해 보도

이들의 갈등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건설은 인도네시아 전력청이 발주한 1억3,200만 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푸상안 수력발전소 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말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이 공사에 현지 협력업체로 참여한 곳이 ‘현민인도네시아(대표 오재훈)’다. 현민인도네시아는 현지에서 20여년의 공사경험이 있는 중견건설사로, 토목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하지만 공사과정에서 △유보금 △계약단가 △공사항목 △기성비 등의 여러 가지 문제로 마찰을 빚기 시작했고, 급기야 현민인도네시아는 공사를 중단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현민인도네시아 측은 현대건설이 계약 후 공사단가 낮추기를 강요하거나, 일부 공사항목을 탈취하고, 공사에 필요한 설비(Conduit Form)를 대신 구입하게 한 후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등의 행위로 부득이하게 공사가 중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이에 따른 미지급 공사비를 해결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 측은 “계약서대로 모든 것을 진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현재까지도 팽팽한 감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언론들은 “현민인도네시아 오재훈 대표가 인도네시아에서 당한 억울한 피해사정을 한국 관계기관에 수차례 호소했으나 외면당했으며, 현대건설 역시 ‘문제해결’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거짓말을 반복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매체들은 오재훈 대표와 현대건설의 갈등이 깊어지자 인도네시아 한인 상공회의소(이하 한인상의) 회장 주재로 지난 5월 26일 중재모임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날 중재모임에는 오재훈 대표를 비롯해 송창근 한인상의 회장, 이강현 수석부회장, 전민식 건설분과 부회장, 박찬성 현대건설 자카르타 지사장, 김도균 현장소장(현대건설)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 현대건설.

◇ 해외서 동포간 분쟁, 기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국가망신 우려

매체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날 현대건설 측은 오재훈 대표에게 손실보상을 약속하고 6월 10일까지 모든 증빙 자료를 첨부해서 손실보상을 청구하라고 요청했으나, 현재까지도 현대건설 측으로부터 회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오재훈 대표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회사(현대건설) 측은 계약서대로 모든 것을 진행했을 뿐”이라며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암시했다.

업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해외에서 벌어진 동포 간 분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당 기업에 대한 이미지 타격은 물론, 나아가 국가적 망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해외 현지 언론이 국내 기업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보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부정적 선입견을 갖게 할 수 있다. 해외수주 누계 1,000억 달러를 달성할 정도로 해외사업이 활발한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향후 수주활동에 부정적 요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특히 해외 각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많은 교민기업들에게 애먼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현대건설은 올 초, 러시아철도공사가 발주한 16억 달러(약 1조7,000여억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석탄철도 프로젝트를 따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향후 발주될 다른 인도네시아 인프라 사업과 CIS 및 러시아 지역 철도사업을 수주하기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에서 현대건설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보도하고 있고, 오재훈 대표 역시 현대건설이 약속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사를 발주한 인도네시아 전력청 및 현대건설 공사 현장 앞에서도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각오여서 사실상 ‘현대건설’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생채기는 일정부분 불가피해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