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대책위 “대기업 총수가 이렇게 중형 받은 것은 처음, 사기죄 입증 된 것”
“동양증권 직원 처벌 없어 아쉬움, 이것은 금융당국의 직무유기” 강하게 비난

▲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동양그룹 기업어음-회사채 사기사건 1심 선고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위크=신승훈 기자] 동양사태로 5만여 명에게 1조3,000억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현재현 동양그룹회장이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17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417호에서 열린 동양사태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은 2시간이 지나서야 판결이 났다. 판사가 혐의에 대해 판결문을 읽는 시간만 2시간이 걸린 것이다. 4만여 명에게 1조3,000억에 피해를 입힌 대규모 사건이었던 만큼 혐의도 대량으로 쏟아졌다.

◇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휘감은 재판장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판사는 “피해자 대표가 피고에게 할 말이 있다고 들었다”며“하지만 발언을 허락하게 되면 재판이 길어지므로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비록 발언은 제지 당했지만,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재판장을 휘감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재판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현재현 회장은 재판을 받는 내내 15도 정도로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재판 참관을 온 피해자들은 그런 그를 응시하며 판결문에 귀 기울였다. 판사의 입에서 “피고 현재현에게 12년 실형을 선고 한다”는 판결이 나왔을 때 조용하던 재판장에 잠깐의 술렁임이 있었다. 형량이 약하다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비록 검찰이 구형한 징역 15년에서는 감형됐지만, 12년 실형 선고는 21세기 들어 기업 총수가 받은 형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이다. 재판부는 “동양그룹이 변제능력 상실 상태를 인지  했음에도 CP(기업어음) 등을 발행한 것은 투자자들을 기만한 행위로 사기죄가 성립 된다”며 “현재현 회장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 동양피해자대책위 “금융당국 피해자 우롱 중단하라”

동양피해자대책위원회 측은 재판 후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동양증권의 조직적 범죄를 밝혔다”며 “사기죄 판결은 완전한 배상과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노력에 대한 배상까지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법원의 판결을 반겼다.

이어 “예상보다 현재현 회장이 높은 형량을 받았다”며 “대기업 총수가 이렇게 중형을 받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회장의 중형 선고에도 여전히 피해자들의 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대책위는 동양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치에 대해서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대책위 측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본 경로는 전부 동양증권을 통해서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이 유안타증권(전 동양증권) 직원에 대한 처벌이 전혀 없다”며 “이건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대책위는 이어 “피해자들이 금융위원회 앞에서 매일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은 더 이상 ‘불완전 판매’니, ‘분쟁조정’이니 하며 피해자를 우롱하고 범죄 집단을 옹호하는 짓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현재현 회장이 징역 12년형을 선고 받은 가운데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은 징역 5년,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징역 4년과 추징금 10억여원을,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는 징역 3년 6개월을 각각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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