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강력 반대로 포스코 관계자 국감 증인 채택 무산
“포스코 페놀 유출 사고 해결 위해 ‘민·관 합동위원회’ 구성해야”

▲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는 적당한 눈가림으로 옥계 페놀 유출 사고를 모면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착각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6월, 강원도 동해안의 작은 마을 옥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천 교각 공사장에서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던 중 페놀 등 심각한 오염물질이 발견된 것이다. 이 오염물질은 현장에서 200여m 떨어진 포스코 옥계 마스네슘 제련공장에서 유출된 것이었다.

이후 포스코는 부등침하에 따른 순환수 저장탱크 및 파이프 균열로 오염물질 유출이 발생했으며, 그 규모는 15.7톤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또한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정화계획을 수립해 정화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사고 초기부터 제기된 각종 의혹(정확한 사고 원인 및 유출 규모)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으며, 정화계획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포스코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국감에서 포스코 관계자의 모습은 끝내 볼 수 없었다. 사상 최악의 토양오염 사고임에도 사후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포스코 옥계 페놀 유출 사고’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시사위크>에서는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심상정 원내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최악의 오염 사고’에도 포스코 측 관계자 국감 증인 채택 불발

심상정 의원은 국감이 한창이던 지난달 12일, “포스코 페놀 유출 확산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포스코가 사고를 축소·은폐하려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지난달 13일에는 야당의원 및 환경단체와 함께 포스코 관계자에 대한 증인 채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코 관계자에 대한 증인 채택은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의 지역구가 강릉인데도 말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스코 관계자에 대한 증인 신청을 하셨다. 그러나 올해는 새누리당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끝내 증인 채택에 실패했다. 포스코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와 무산된 배경을 말씀해주신다면.

“대기업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할 수 없다는 새누리당의 정략적 판단이 주요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대기업 주장대로 대기업 관계자 증인 채택이 단순히 ‘망신주기’ 목적이라면 증인을 부를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사명이라고 볼 때 우리 사회 ‘갑 중의 갑’인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잘 유도하고 검증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포스코 옥계 페놀 유출 사고는 낙동강 페놀 사고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그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포스코의 축소·은폐 의혹과 사후 대응방안의 문제점을 국회가 확인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라면 대기업의 대표가 아니라 그 이상일지라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다른 증인들에 비해 특히 포스코 관계자 증인 채택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만일 포스코 관계자에 대한 증인 채택이 이뤄졌다면, 어떤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묻고 확인할 계획이었는지.

“지난해 국감 때는 포스코 엠텍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시 포스코 엠텍 대표는 오염 확산 방지 및 NGO의 위원회 참여를 철썩 같이 약속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포스코는 사고 원인 및 규모를 은폐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오염물질이 바다까지 유출되고, 주민의 페놀 중독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에 우선적으로 지난해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와 책임을 물을 계획이었다. 더불어 현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오염 확산 방지턱(차수벽)을 추가 설치할 의사가 있는지, 또 주민 및 노동자에 대한 건강조사를 시행할 것인지 등을 질의할 예정이었다.”

◇ ‘오염 주범’ 포스코의 셀프 정화계획
 

포스코는 자신들이 선정한 업체를 통해 토양정밀보고서를 작성하고, 정화계획도 수립했다.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 ‘셀프조사’를 거쳐 ‘셀프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와 환경단체, 일부 주민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포스코는 이를 묵인한 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리고 이를 감독하고 제재해야할 관계당국은 포스코를 방관할 뿐이었다.

특히 애초에 사고 원인과 유출 규모가 정확하지 않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작성된 정화계획은 문제점투성이라는 지적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에 따르면, 우선 포스코는 차수벽 내부에 대해서만 정화를 실시하고, 차수벽 외부는 자연정화에 맡길 계획이다. 하지만 차수벽 외부 역시 기준치를 1만5,700배 초과하는 페놀이 검출되는 등 오염이 심각하다.

차수벽 내부 정화계획도 신뢰가 떨어진다. 대부분 토양세정법(토양에 화학약품 등을 통과시켜 오염물질을 씻어내는 방법)이 적용될 계획인데, 이는 학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정화법이다. 또한 전체 정화기간을 11년으로 잡고 있지만 이 중 실제 정화작업이 진행되는 것은 5년에 불과하고, 나머지 6년은 차수벽 내부 역시 자연정화에 맡긴다. 그마저도 포스코는 최근 정화기간을 더욱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박창근 교수는 “포스코의 정화계획은 사실상 정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포스코의 정화계획이 부실하다고 지적한 심상정 원내대표는 “강릉시는 포스코의 눈치만 본 듯하다”며 “포스코에 대해 강력한 쟁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강릉시는 감사를 받아야 하고, 옥계 페놀 유출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재조사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옥계 페놀 유출 사고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포스코가 내놓은 정화 계획 역시 엉터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가 내놓은, 그리고 진행 중인 정화계획을 어떻게 보는지.

“사고 원인과 오염규모가 부정확한데, 어떻게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정화계획이 나올 수 있겠나. 포스코는 순환수 파이프에서 16톤 가량의 오염물질이 유출됐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한다. 그런데 현재 확인된 유출 규모만 페놀 27톤, 석유계 화학물질 267톤에 달한다. 또한 토양 및 지하수 오염 특성상 정화기간이 긴 것은 사실이지만, 포스코의 정화계획은 11년에 이른다. 이는 지하수 흐름에 오염된 토양을 흘려보내 정화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정확한 사고 원인과 규모가 파악돼야 향후 대응 방향도 정확하게 나올 수 있다. 사고 현장이 해체돼 사라졌기 때문에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재조사도 충분히 가능하다.”

▲포스코 페놀 유출 사고는 엄청난 규모와 부적절한 사후 대처 등 ‘총체적 난국’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곳 사람들은 쉬쉬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강릉시와 강릉시의회 등 지역 관계기관은 포스코에 대해 강한 책임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강릉시의 추가 차수벽 설치 명령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이를 수개월동안 이행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강릉시를 지역구로 삼고 있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환노위 간사임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관계자 증인 채택을 끝내 무산시켰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는가.

“사고를 일으킨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강릉시로 유치하기 위해 강원도와 강릉시는 물론 정치인도 적극 참여했다. 그들은 청정지역인 강릉시에 굴뚝산업을 유치하면서 친환경적으로 공장을 건설하고 관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염만 발생하고 말았다. 아마도 사고를 최대한 축소하고 싶은 욕구가 지역 여론주도층에서 생기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강릉시는 감사를 받아야 한다. 강릉시는 포스코의 눈치만 본 듯하다. 포스코가 지하수정화명령과 오염차단막 설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강릉시가 포스코의 말만 듣고 포스코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것에 화가 난다.”

◇ “포스코, 적당한 눈가림으로 모면하려 한다면 큰 착각”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의 무책임한 태도는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주요 문제점이다. 특히 포스코는 사고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문제제기에 눈을 감는 것은 물론 일부 주민과 관계기관을 포섭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사위크>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온 박창근 교수와 옥계 주민은 다른 주민들로부터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한 해당 지역에서 소위 ‘입김 있는’ 주민들의 자녀가 포스코에 취직돼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언론보도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JTBC를 통해 주민의 페놀 중독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긴 했지만, 사고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상하리만큼 언론보도가 적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포스코는 <시사위크>의 취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 심상정 원내대표는 “포스코 페놀 유출 사고의 해결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주민과 노동자의 안전, 오염 확산 방지, 신속·정확한 정화”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위해 ‘민·관 합동조사 및 복원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고원인과 유출규모를 밝힐 것을 제안했다.
▲이번 사고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마치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듯한 포스코의 태도다. 이러한 포스코의 태도를 어떻게 보는지.

“포스코는 오염을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지만, 환경오염저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미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인해 그동안 포장됐던 청정기업 이미지가 벗겨지고 말았다. 포스코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기부를 많이 하는 좋은 기업 이미지를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정화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인데 포스코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특히 JTBC의 포스코 페놀 유출 관련 연속 보도를 앞두고, 포스코 관계자들은 방송을 차단하기 위해 JTBC를 많이 방문했다. 기업의 이미지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이해가가지만, 방송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필요이상의 활동을 했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포스코 페놀 유출 사고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그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고,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

“포스코 페놀 유출 사고 해결의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주민과 노동자의 안전, 오염 확산 방지, 신속·정확한 정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고 원인과 유출 규모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갈등 중 하나다. 따라서 이 같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주민과 노동자의 건강권 및 환경권을 지킬 수 있는 논의구조를 만들어야한다.

이를 위해 제가 새정치민주연합과 함께 제안했던 ‘민·관 합동조사 및 복원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과 오염 규모, 복원 계획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과거 창원에서 이 같은 위원회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나간 사례가 있으므로 잘 참고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포스코가 계속해서 진실을 피해가려 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을 경우 야당 및 시민사회계와 함께 힘을 합쳐 처음부터 다시 문제를 제기해 나갈 것이다. 포스코는 적당한 눈가림으로 이 사태를 모면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착각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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