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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가 만난 사람들
[안희정 충남지사 인터뷰①] “차기지도자, 시대 맞으면 국민이 선택”
2015. 01. 12 by 정계성 기자 minjks@gmail.com

▲ 충청남도 도청에서 만난 안희정 지사.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야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인정받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눈은 미래로 향해 있었다. 최근 정치권이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갈등의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안희정 지사는 서로를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분명 앞서가고 있었다.

“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국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면 정권교체는 없었다. 2002년에도 이인제 의원이 없었다면 어떻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는가. 다 고맙다. 이런 정치적 관점에서 순기능을 봐야한다. G2(미국과 중국)체제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위해 국력을 모으고 국가적 자부심을 쌓는 것이 중요하듯, 정당역시 성취해온 역사를 중심으로 순기능을 봐야한다. 분열의 프레임으로는 정치도 국가도 발전이 없다.”

논리적인 설명으로 새정치민주연합과 현실 정치인의 지향점을 열변하는 안희정 지사에게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었고, 그도 부인하지 않았다. 안 지사는 당당히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를 잇는 사람 중의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시사위크>는 야권의 차세대 지도자로서 안희정 지사와의 대담을 통해 그의 정치철학과 진보진영의 미래비전을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 중 한 명으로서 참여정부의 공과와 정권재창출 실패에 대한 안 지사의 생각을 들어봤다. 안희정 지사와 <시사위크> 이형운 발행인의 대담은 지난 9일 오후 3시 충남도청에서 진행됐다.

먼저 차기대선 주자로서 출마할 의지가 있는지를 물었다. 마침 인터뷰가 있었던 9일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새누리당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의 토론회가 있었다. 언론에서는 이미 ‘차기 대권잠룡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보도하던 터였다.

안 지사는 “너무 이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도 “자신이 할 바를 다해서 시대가 맞으면 선택받는 것이고, 시대가 맞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저 눈을 감고 마음을 길을 갈 뿐이다”라고 말했다.

- 안 지사를 정치권에서는 친노계로 분류한다. 이에 동의하는가.

“정파적 친노계는 없다. 나는 지난 2008년 최고위원이 됐을 때나 도지사 연임에 성공한 것 모두 계파가 지지해서 된 것이 아니다. 친노니 비노니 하는 갈등이 민주당의 역사에서 보면 불행했던 분열의 역사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그것이 민주정부 10년과 현실정치를 자꾸 분열의 프레임으로 보기 때문인데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로 봤을 때, 노 대통령의 역사적 가치나 존재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친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난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를 잇는 사람 중의 한명이다.”

- 그런데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문재인 의원을 친노계 수장이라고 표현한다.

“친노계가 없는데 수장이라는 말도 맞다고 볼 수 없다. (정치권 일부에서) 자꾸 계보와 계파로서 정치를 보기 때문인데, 난 20세기의 낡은 정치라고 본다. 지역·혈연·학연 등 인연에 의한 낡은 정치를 하지 말자고 해서 노무현이 등장한 것인데, 노무현을 따르는 사람들이 무슨 정파를 만들어서 정치를 하겠느냐.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 계파 문제가 정치를 보는 잘못된 시각 때문이라는 주장인데, 그럼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은 계파문제 때문이 아닌가. 정당이라는 게 새로 만들어져도 백년, 천년이 가지 않을 것이라면 기존 정당에서 야당의 전통을 이어 받으면서 개혁을 할 수 있지 않는가.

“엄격히 말하면 (열린우리당은) 김대중 정부 말기에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으로 대변되는 당 개혁파들이 주도해 만든 당이다. 당시 국민의 정부를 만들기 위해 김중권·이종찬 등 영남인사를 기용해도 동진전략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면서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 때리기로 이어졌는데, 그걸 반대한 것이 노무현이고 나 역시 반대입장이었다.

이런 앙금들이 남은 상태에서 2002년 대선과정에 노사모 등 새롭게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세력과 기존 전통세력과의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곤혹스러웠던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기존 지구당 당원의원들과 잘 지내도록 당부했다. 어떻게 보면 당내 모든 갈등의 원인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열변을 쏟아내고 있다.
- ‘노무현의 역사를 잇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의 ‘과’도 집고 넘어가야할 필요성가 있다. 무엇보다 김대중 정부는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노무현 정부는 실패했고, 민주정부를 더 연장시켰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못한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 그러한 지적이 나오는데, 난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 먼저 현직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이 더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두 번째로는 대통령 입후보자들의 자기 몫이 제일 크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걸 노무현 탓으로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여건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정동영 후보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 아니었나. 정권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다른 후보감을 성장시키고 경쟁을 시켜 정권재창출에 기여할 수 있었다.

“나와는 조금 관점이 다른 견해다. 김대중 대통령이 얘기했듯이 지도자는 스스로 크지 누구의 은덕으로 크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직 대통령으로서 또 최고 책임을 가진 당원으로서 분명 아쉬움은 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에서 나오는 지적에 대해 전혀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조금 다르게 봤으면 좋겠다.

김대중 대통령의 입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참 자랑스러운 후배정치인이다. 그런데 그들의 후배라고 할 수 있는 현실정치인들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다른 하나를 공격하는 게 의미가 없다. 집안이 깨질 수밖에 없다.

역사 전체를 보고 서로가 무거운 동지애와 신뢰를 가져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왔지만 반독재와 인권운동 등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용인되는 것처럼 무엇을 중심에 놓고 볼 것인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 등 큰 관점에서 당의 역사나 민주당의 역사로 모두 쌓아나갈 수 있다. 일부분에 착안해 정의와 불의를 가리고 내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면 계파만이 남을 수밖에 없다.”

- 정권재창출이나 ‘단결’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부럽겠다.

“보수진영이 그런 점에서는 권력의 질서가 잘 잡혀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보수진영의 특징이기도 하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분열을 통해 얻을 이익보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배분되는 양보다 크다. 보수진영의 심성이 곧고 의지가 굳세서라기 보다는 영남이라는 정치적 기반이 있고, (조선시대)노론에서 이어지는 전통적인 기득권세력의 네트워크에서 이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진보진영은 아무리 열심히 농사짓고 살아도 보릿고개를 넘기가 힘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진보진영이 너도나도 싸우는 것이고 그게 진보의 역사다. 그래서 나는 의견차가 있다거나 공천에서 탈락했더라도 탈당하지 않았다. 다들 그러면 집안이 어떻게 되겠나. 지금까지 그런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고 지금 그 덕을 많이 보는 것 같다. 동교동 선배든 전통적 지지층이든 모든 분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싶고, 또 그렇게 힘을 모으고 싶다.”

▲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답에 앞서 잠시 고민하고 있다.
-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요즘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매우 낮다. 과거에는 야당이 새로운 이슈를 선점도 하고 정치 이벤트도 많았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그것을 모두 여당이 선점하고 있다. 과거 천·신·정이 주도한 '정풍운동' 등 기득권에 저항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실종됐다. 야당이 패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진보진영이 국민적 사랑을 받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분단된 현실과 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당이 호남으로 고립되면서 더 어려워 졌다. 여기에 이념적 진보부터 진보적 현실정치까지 진보진영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더 큰 문제는 나를 포함한 모든 정치인이 반성해야할 부분인데,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패기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독재나 왕권시절에는 목을 내놓고 진실을 말하는 것으로 야당 지도자의 몫을 다하는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65년 6·3한일협정 반대시위가 한창일 때, 이 같은 민족주의적 시위에 대한 김대중의 반대입장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또 71년 장충동 선언에서 남긴 다자간 남북체계와 예비군제도 폐지는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구상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결코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를 비판해서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야당의 정치인들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즉각적으로 꼬투리를 잡아 비판하는 것으로 야당의 몫을 다하는 게 아니고 단순하게 절대권력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으로 절대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나라면 이렇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

- 지금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후보로 나온 3분들 중에 그렇게 공부를 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는가.

“그건 당 대표 출마자 모두가 다 좋으신 분들이다로 답을 하는 것으로…(웃음) 다들 새정치연합을 위해 전면에 나서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시는 분들인데, 내가 품평을 하듯이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 전체적으로 긍적적 관점에서 순기능을 보는 것은 좋은데, 실패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태안·부여·예산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밀렸다. 왜 졌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생각을 따로 해보지 않았다. 표심을 분석한다는 게 주권자를 선거공학적으로 다루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저에 대한 도민의 사랑과 지지가 있다면 그것은 결코 표심을 분석해서 얻은 것이 아니다.”

▲ 질의에 답하고 있는 안희정 지사.
- 민심을 얻지 못한 측면에서는 분석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민심을 얻지 못한 것은 아니다. 나를 선택한 도민의 뜻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게 지지를 얻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가진 진정성을 높이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저 눈을 감고 마음의 길에 따라갈 뿐이다. 자신이 할 바를 해서, 시대가 맞으면 선택받는 것이고 시대가 맞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택을 받기 위해 시대도 아닌데 속성으로 재배할 것은 아니다.”

- 그렇다면 자신이 시대에 맞는, 시대가 선택한 리더라고 생각하는가.

“지도자와 역사라고 하는 것은 시간이 인연을 맺어주는 순간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가 역사와의 대화에서 잘 준비하고 있다면 국민은 반드시 선택을 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트로트나 발라드 등 자기가 잘 하는 노래를 정확하게 가지고 있으면 된다. 내가 모든 사랑을 받기 위해 노래의 모든 장르를 담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다른 장르의 노래를 배척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잘 하는 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담 = 이형운 발행인 / 정리 = 정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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