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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조현아 수감 남부구치소 르포] “조현아 관련 언론보도는 소설”
2015. 01. 30 by 신승훈 기자 pak706@hanmail.net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시사위크=신승훈 기자] ‘땅콩 회항’ 사건으로 온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수감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은 남부구치소에서 생활하며, 항공기 항로변경죄 등의 혐의로 재판에 출두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구치소 근황은 세간의 많은 관심이 뒤따랐다. 독방이나 특식 제공 등 재벌 특혜에 대한 수많은 의혹이 제기돼 온 것이다. 이에 <시사위크>는 그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차가운 칼바람을 헤치고 29일 남부구치소로 향했다.

◇ “조현아 면회, 많이들 온다”

서울 외곽에 있는 남부구치소는 이 날 유독 차갑던 공기와 앙상한 나뭇가지들과 어울려 황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의를 일으켜 수많은 기자 앞에 섰던 조 전 부사장의 모습이 오버랩 돼 보였다. 곧장 그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접견실로 발걸음 옮겼다. 혹여나 가능할까 싶어 면회를 시도해 보기로 한 것이다.

면회자 기본 정보와 수감자의 수형번호 및 접견자 이름을 적어 접수처에 면회 접수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봉착했다.

“조현아 씨 면회 오신 거 맞아요? 수형번호 잘 못 됐어요. 그리고 오늘 이미 면회가 한 번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불가능 합니다.”

교도관에 따르면 언론에서 보도된 수형번호 ‘4200번’은 실제 조 전 부사장의 수형번호가 아니었던 것이다. ‘평소에 조현아 씨 면회 오는 사람이 많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많이들 온다”며 짤막하게 답했다. 이어 정확한 수형번호를 알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알려드릴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 면회시도를 마치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이번에는 담당 교도관 찾기에 나섰다. 총무과를 통해 교도관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기자들이 수감 초기 많이들 다녀갔지만, 어떤 취재도 허용되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취재를 거절당했다.

◇ “언론에 나온 수감생활 이야기는 허구”

▲ 남부구치소 이송차량 주차공간 앞 철문.

이리 막히고 저리 막혀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던 기자에게 뜻밖의 만남이 성사됐다. 흡연구역을 기웃거리던 차에 한 남자 교도관이 나타난 것이다. 기자의 감은 나쁘지 않았다. 핵심은 비껴갔지만, 그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여자구치소는 여자 교도관들이 담당해 남자 교도관들은 잘 알지 못한다. 여 교도관들도 말을 아끼는 편”이라며 운을 뗀 뒤 “최근 언론에 나온 조현아 씨 수감 생활 관련 기사들을 읽어봤는데, 우리 교도관들이 봤을 때는 코웃음 나오는 소설들이었다”라며 웃음 지었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보도된 ‘조 전 부사장의 구치소 생활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지내고 있으며, 구치소 일과에 맞춰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9시 취침한다. 식단은 하루 세끼 1식3찬이고, 외부에서 제공되는 ‘사식’은 금지된다. 또 하루 1시간 주어지는 운동시간 외 면회가 없으면 방안에 갇혀 지내고, 최근 심리 상태불안으로 구치소 병원에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이다.

한 줄기 빛과 같던 ‘호인’의 말을 곱씹으며 여자교도관과의 접촉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남자교도관들에 비해 수가 훨씬 적은 여자교도관들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하릴없이 남부구치소 건물 앞을 계속해서 서성이던 기자는 운좋게도 바삐 걷는 몇 명의 여 교도관들에게 잠시나마 말 붙일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기자의 접근에 호의적이던 여 교도관들은 ‘조현아’라는 단어에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안색이 굳고 말투가 딱딱하게 변하기 일쑤였다. 그들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질문에 “개인에 대한 정보는 말해줄 수 없다”, “나는 전혀 아는 바 없다”와 같은 냉랭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는 여 교도관들의 모습에 기자는 다음날(30일)이 조 전 부사장의 2차 공판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VIP수감자’에 대한 사항들을 극비리로 유지해 접근을 차단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 남부구치소 수감자 접견실 모습.

◇ 아쉽게 끝난 취재, 끝없는 의문

어느덧 수감자들의 면회 시간이 종료되고, 구치소의 정문이 닫힐 시간이 다가오면서 아쉽게도 취재를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는 특종을 잡겠다는 거창한 기대를 안고 이번 취재에 나선 것은 아니다. 다만 알고 싶었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그가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치소 안에서도 다른 이들에게 ‘갑질’을 하고 부적절한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부구치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일들은 감출수록 더 큰 의혹이 고개를 드는 것은 아닐까’ 자못 궁금해졌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죄, 항공보안법상 운항저해 폭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30일 2차 공판에 출두할 예정이다. 이번 공판에는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조 회장은 앞서 남부구치소를 찾아 조 전 부사장을 10분간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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