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4일로 취임 1년을 맞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지난 2014년 3월 14일, 포스코 8대 회장으로 선임된 권오준 회장은 ‘작업복’ 차림으로 자신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그만큼 ‘글로벌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재건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 권오준 회장인 이날 취임식에서 “철강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고 포스코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포스코의 현주소는 어떨까.

◇ 취임 1년, 실적·주가 “여전히 터널”

포스코는 매 분기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우량 회사였다. 하지만 정준양 전 회장 체제 하에서 포스코의 ‘영광’은 완전히 빛을 바랬다. 무리한 투자와 외연 확장에만 치중한 탓에 ‘철강업’ 본연의 경쟁력이 뒤쳐졌고,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다.

2014년 3월, 권오준 현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도 이 부분이다. 권오준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철강업 본연으로의 회귀’를 기치로 내걸었다. 국내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구조조정, 불필요한 사업부문에 대한 매각 등의 노력이 이어졌고 각고의 노력 끝에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냈다.

포스코의 지난해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65조984억원, 영업이익 3조2,135억원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5.2%, 7.3% 늘어난 수치다. (주)포스코 개별(별도)기준으로만 봐도 영업이익률이 8.0%를 기록, 전년(7.3%) 대비 개선됐다. (주)포스코는 부채 비율 역시 전년 대비 28.2%→23.8%까지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철강시장이 최악의 업황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인정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1년간 권오준 회장의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뒀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권오준 회장이 취임 이후 ‘실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정작 공을 들인 ‘재무구조 개선’은 속도가 더딘 분위기여서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566억원으로 전년의 1조3,550억원에 비해 무려 60% 가까이 감소했다. 이와 더불어 회사의 빚이라고 할 수 있는 부채규모는 39조9,6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3,280억원(3.4%) 늘어났고, 자본금 역시 45조2,910억원으로 전년(45조8,220억원)에서 5,310억원 감소했다. 자본금은 줄고 부채규모는 늘면서 부채비율은 전년 84.3%에서 지난해 88.2%로 3.9%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 매출 증가에 따른 무역금융 영향 등으로 차입금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차입금 규모는 27조4.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1.810억원 늘었다.

무엇보다 권오준 회장 입장에선 국내 철강업계 경쟁사인 현대제철과의 ‘숫자싸움’에서 적잖이 체면을 구긴 것이 뼈아프다.

▲ 포스코 주가표(자료=네이버)

◇ 권오준 회장에 대한 평가 미루는 업계

‘업계 2위’라는 타이틀이 있었지만 모든 면에서 포스코와 비교대상도 되지 못하던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연간 9%대를 보이며 8%(개별기준)에 그친 포스코를 앞질렀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6조329억원으로 전년대비 25.1% 늘었고, 영업이익 1조4,400억원을 기록해 100.9% 증가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단순 ‘숫자’로만 비교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사가 전년대비 모두 실적이 개선된 것을 고려하면 현대제철의 실적 개선은 더욱 두드러진 모습이다.

사실 포스코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주가 추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007년 10월 2일 76만5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포스코 주가는 정준양 전 회장 퇴임 직전인 2014년 3월 4일 26만8,500원까지 추락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권 회장이 취임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을 내세워 시장의 신뢰를 얻은 덕분에 포스코 주가는 지난해 9월 12일에는 36만3,500원을 기록,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 포스코 주가는 당시만 못하다.

특히 4분기 실적이 발표된 다음날인 1월 30일 포스코 주가는 25만2,500원까지 추락했다. 전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와 20% 가까이 차이가 나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8년 10월 24일 24만2,000원 이후 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현대제철의 주가는 6만5,900원으로 전일대비 0.92% 올랐지만, 포스코는 7.68% 하락했다.

▲ 포스코센터 전경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포스코의 주전방산업 부진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중국산 수입재 공세 강화로 수급 불안이 계속된 데다, 포스코의 사업 구조조정 속도가 시장의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물론 1년이라는 시간동안 권오준 회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권오준 회장이 지난 1년간 전사적 차원에서 각고의 노력을 펼쳤음에도 시장의 기대치를 채우기에 역부족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의지는 굳건하지만 권오준 회장이 내세운 ‘포스코의 재건’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것이다. 업계 등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 1년에 대한 평가를 ‘절반의 성공’ 내지는 ‘노코멘트’로 미루는 것도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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