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포스코를 둘러싼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포스코를 조여오고 있는 가운데, ‘폭발’만을 앞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폭발의 규모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를 둘러싼 의혹은 단순한 ‘비리’ 수준이 아니다. 정치권과의 묘한 관계 탓에 정치적 해석까지 불러오고 있다.

◇ 비리 알고 있었던 권오준 회장, 왜 내버려뒀나

 

▲ 권오준 포스코 회장.

이런 상황에서 가장 난감한 사람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다. 대대적인 개혁의 과제를 안고 취임한 권오준 회장은 과거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물론 권오준 회장은 비리 의혹의 몸통이 아니다. 검찰의 칼날은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을 향하고 있다. 더불어 전 정권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많이 실린다.

정준양 전 회장은 권오준 회장에게 ‘개혁’이란 숙제를 안기고 떠난 인물이다. 정준양 전 회장 재임기간 동안 악화된 각종 경영 지표를 회복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권오준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오고 있었다. 평가가 엇갈리는 측면은 있으나, 권오준 회장이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문제는 권오준 회장이 또 다른 숙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바로 비리 색출이다.

권오준 회장은 이미 지난해 8월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비리를 보고 받았다.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이 베트남에서 불거진 대규모 비자금 조성에 대해 보고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이에 대한 조사와 처벌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비자금 조성 방법 및 규모, 사용처 등이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아 마땅한 수준이었음에도 내부적으로 ‘조용히’ 마무리됐다.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은 권오준 회장에게 보고한 뒤 감사를 중단시키고, 연루된 임원 2명을 보직해임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어 이들 임원들은 지난 1월 정기 인사에서 비상근 계약직으로 대기발령 조치됐다. 대규모 비리를 저지른 임원들을 계속해서 회사에 남겨둔 셈이다.

◇ 알았어도 문제, 몰랐어도 문제

이와 관련해 권오준 회장은 두 가지 맥락에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먼저 권오준 회장이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비리를 덮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 비리에 전임 경영진은 물론 정치권까지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도 일이 커질 것을 우려해 쉬쉬했다는 지적이다.

다른 하나는 내부 장악력 및 비리 근절 의지 부족이다. 일각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애초에 해당 사건의 내용을 축소 보고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권오준 회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얼마나 더 뒤치다꺼리를 해야하나”라며 크게 화를 냈다는 소식까지 전해진다.

만일 권오준 회장이 해당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면, 사건을 조용히 끝낸 것 역시 그의 의지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곧 권오준 회장이 내부적으로 ‘농간’을 당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는 취임 초부터 제기됐던 내부 장악력 부족 문제와 연결돼 권오준 회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또한 권오준 회장의 비리 근절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오준 회장은 취임 이후 ‘윤리·정도 경영’을 꾸준히 강조했으며, 모든 임직원에게 ‘윤리규범 준수서약’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과 비교하면 비리 근절 움직임은 다소 소극적이었다. 그동안 쌓인 내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것이 우선돼야했지만, 이를 건너뛴 채 구조조정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비리 문제는 포스코 경영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다. 그런데 이는 내버려두고 구조조정에 집중한 것은 마치 안에 염증은 내버려둔 채 겉부분에 약을 바른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오준 회장은 구조조정만큼이나 내부 비리 해결이 급선무라는 점을 이번 일을 통해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내부 비리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엄연한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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